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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비호감도 사상 첫 80% 돌파

bindol 2022. 7. 4. 04:05

중국 비호감도 사상 첫 80% 돌파

중앙일보

입력 2022.07.04 00:30

유상철 중앙일보 중국연구소장

 

오는 8월로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국내 곳곳에서 관련 학술회의 등 다양한 행사가 펼쳐지고 있는 게 무색하게 우리 국민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은 계속 깊어지는 것으로 나타나 다음 30년의 한·중 관계에 대해 깊은 우려를 자아낸다. 문제가 심각한 건 사상 처음으로 우리 국민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무려 80%대까지 이르렀다는 점이다. 길에서 만난 10명의 한국인 중 8명은 중국이 싫다고 답하는 상황이라는 이야기다. 게다가 한국의 경우 세계에서 유일하게 청년층의 중국에 대한 비호감도가 장년층을 앞질러 충격을 준다. 한·중 관계의 미래를 이끌어야 할 우리의 젊은 세대가 중국을 더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의 반중 감정이 올해 80%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해 한중 수교 30년이 무색할 정도다. [퓨리서치센터 홈페이지 캡처]

미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는 지난달 29일 세계 주요 19개국 2만 4525명의 국민을 상대로 실시한 중국에 대한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 2월 14일부터 6월 3일 사이 이뤄졌다. 그 결과 응답자의 68%가 중국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가장 강하게 반중(反中) 감정을 드러낸 나라는 일본으로 87%가 중국이 싫다고 답했다. 2위는 코로나 19의 기원과 관련해 중국을 독립적으로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가 중국의 미움을 사 각종 경제 보복을 당하고 있는 호주로 86%가 중국을 부정적으로 인식했다. 3위는 스웨덴으로 83%가 중국을 비호감 국가로 봤다. 스웨덴은 스톡홀름에 주재하는 중국대사로부터 지난 2020년 ‘협박’에 가까운 말을 듣게 되자 분노가 폭발해 이후 반중 감정이 80%를 넘고 있다.
4위는 중국과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는 미국으로 82%가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보였다. 그다음 5위가 바로 한국이다. 우리 국민의 중국에 대한 비호감 인식은 80%를 기록했다. 지난 2002년 한국의 반중 감정은 31%에 그쳤는데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 사태가 터진 2017년 61%로 치솟은 이후 꾸준히 상승하기 시작해 2020년 75%, 지난해 77%에 이어 다시 3% 포인트가 더 악화해 80%가 된 것이다.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80%를 넘기는 처음이다. 우리 국민이 왜 이렇게 중국을 비호감 국가로 보는가의 이유도 주목해야 할 점이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비호감도가 중국에 대한 비호감도보다 높아 한중 관계 개선을 위해선 시 주석의 한국 내 이미지부터 나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중앙포토]

퓨리서치센터는 조사 대상국의 중국에 대한 비호감 영역을 1) 인권 문제에 대한 중국의 정책 2) 중국의 군사력 3) 중국과의 경제적 경쟁 4) 자국 정치에 대한 중국의 간여 등으로 분류했는데 세계 평균적으로 봤을 때 중국을 싫어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인권 문제가 꼽혔다. 그 뒤를 이어 중국의 군사적 부상과 중국과의 경제적 경쟁, 그리고 자국 정치에 대한 중국의 간여가 따랐다. 한데 우리 국민은 중국과의 가장 큰 문제를 우리 국내 정치에 대한 중국의 간여라고 대답했으며 이 수치는 54%로 세계에서 가장 높았다. 한국의 주권적 사항인 사드 배치에 중국이 보복으로 나선 게 영향을 미쳤으리라 짐작된다.
중국이 나토(NATO) 정상회의에 초청을 받아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토를 다는 행위가 갑자기 이뤄진 게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 중국의 영향력이 깊숙이 침투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호주의 경우엔 52%의 국민이 자국 정치에 중국이 간여하고 있다고 답해 우리에 이어 2위를 기록했고, 3위는 47%의 미국이 차지했다. 한편 퓨리서치센터는 한국의 30세 이하 젊은 세대가 장년층보다 22% 포인트 많게 중국을 싫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일본의 경우엔 그 반대로 장년층의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청년층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반중 감정은 2002년 31%에 불과했으나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계속 올라 올해의 경우 80%까지 치솟았다. [퓨리서치센터 홈페이지 캡처]

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에 대한 호감도 조사에선 말레이시와 싱가포르를 제외한 모든 나라에서 비호감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제 문제와 관련해 시진핑 주석이 옳은 일을 할 것이라고 보느냐는 질문에 일본의 경우 무려 89%의 응답자가 신뢰가 없다고 대답했다. 이어서 호주가 88%, 한국이 87%로 3위를 기록했다. 우리의 경우 중국이라는 국가보다 중국 지도자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더 높게 조사됐다. 이는 시진핑 주석의 한국 내 이미지가 개선돼야 한·중 관계가 나아지지 않겠느냐는 시사를 준다.
한편 중국에 대한 호감도와 상관없이 세계 주요국은 중국의 국제적 영향력이 계속 강해지고 있다고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 평균적으로 중국의 영향력이 강해질 것이란 대답이 66%로, 현재 수준을 유지할 것이다(20%)와 약해질 것이다(12%)를 크게 앞질렀다. 눈에 띄는 건 이 부분에서 한국이 중국에 박한 점수를 줬다는 점이다. 국내 응답자의 55%만이 중국의 영향력이 세질 것이라고 봤는데 이는 가장 인색하게 평가한 말레이시아(52%)에 이어 밑에서 두 번째 수치다. 반면 한국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약해질 것이란 답은 19%로, 캐나다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많았다.

중국에 대한 한국의 부정적 인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원인으로 한국인은 중국의 한국 정치 간여를 꼽았다. [중국 바이두 캡처]

매년 6월 말 발표되는 퓨리서치센터의 조사 결과는 중국에 대한 세계 주요국 민심을 일정 부분 반영한다. 지난 몇 년간 추세는 중국에 대한 비호감과 시진핑 주석에 대한 비호감이 함께 상승하고 있다는 걸 보여준다. 배경엔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 시기 중국의 평화적 부상을 뜻하는 ‘화평굴기(和平崛起)’ 구호가 사라지고 그 자리를 공격적인 외교의 대명사로 통하는 ‘전랑외교(戰狼外交)’가 대신한 사실이 깔려있다. 이 같은 조사 결과는 중국 또한 바라는 바는 아닐 것이다. 중국이 세계 주요국의 여론 흐름을 무시하고 계속 지금처럼 나아갈지, 아니면 나름대로 변신을 시도할지는 두고 볼 일이다.

유상철 중국연구소장 you.sangch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