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에바

bindol 2022. 8. 18. 07:31

에바

중앙일보

입력 2022.08.18 00:28

 
서정민 기자중앙일보 부데스크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나, 방금 7짜 광어를 잡은 것 같은데.” “광어? 그것도 7짜를? 에바야.”

‘뻥(과장)’이 심한 낚시꾼 사이에서 나눌 법한 대화 중 마지막에 등장한 ‘에바’는 국어사전에도 올라 있는 신조어다. 에러 오버(error over·오류/실수 초과)의 줄임말로 정도를 넘어 지나치게 행동한다는 뜻이다. 요즘은 실수 여부와는 상관없이 ‘too much(오버하다·과장하다)’라는 뜻으로 더 많이 쓰인다.

크로아티아에서 판매되고 있다는 ‘에바 참치’ 캔 사진. [사진 인터넷 캡처]

재밌는 건 신조어 ‘에바 참치’의 등장이다. 왜 수많은 생선 이름 중 하필 참치를 붙였을까. ‘에바 참치’ 유래설 중 가장 신빙성 있는 이야기는 발칸반도 서북쪽에 위치한 나라 크로아티아에 실제로 ‘에바 참치(eva tuna)’라는 캔 제품이 존재하고, 그 사실을 알게 된 젊은 네티즌들이 커뮤니티 여기저기에 참치 캔 사진과 일러스트를 뿌리면서 유행하게 됐다는 설이다. 신조어란 무릇 사용하면서 우리끼리만 아는 은밀함이 있거나, 엄청 웃기는 요소를 안고 있거나, 둘 중 하나는 충족시켜야 유행할 수 있다. 그런데 ‘오버’에서 변형된 ‘에바’는 너무 얌전해서 재밌지도, 은밀하지도 않다. 즉, ‘에바’의 유쾌·상쾌·발랄한 변형을 고민하던 네티즌들이 에바 참치 캔의 존재를 적절히 유머 코드로 사용하게 됐다는 얘기다.

참치만으로는 부족했는지 ‘에바 꽁치’ ‘에바 넙치’ ‘에바 참치김치’ ‘에바 시금치’ 등으로 계속 변주되고 있다. 끝이 ‘치’로 끝나는 단어들만 붙이는 이유는 아마도 ‘에잇 씨~’와 비슷한 발음 때문이어서가 아닐까. 바다를 건너 채소밭까지 온 신조어가 앞으로 또 어떻게 변형될지 궁금해진다.

 

서정민 중앙SUNDAY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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