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옴시티’ 건설은 빈 살만 왕세자가 주도하는 사우디의 핵심 사업이다. 야심 찬 30대 개혁군주가 추진하는 지구 역사상 최대 도시 프로젝트다. 그는 네옴시티를 구상하면서 “나만의 피라미드를 갖고 싶다”는 뜻을 피력했다고 한다. 사막 위 도시의 하이라이트는 100% 친환경 에너지로 자급자족하는 시스템이다. 더 이상 원유에만 의존하지 않고 미래 에너지 개발에 나서겠다는 젊은 지도자의 뜻은 확고해 보인다. 한 외신 인터뷰에서는 “유가가 30달러든 70달러든 신경쓰지 않는다”며 “그 싸움은 내가 나설 싸움이 아니다”라고 했다.
▷빈 살만 왕세자의 야심 찬 프로젝트에는 한국 기업들이 대거 참여한다.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도심항공교통(UAM) 같은 첨단기술이 요구되는 수조 원대 사업들이다. 그린수소 등 신재생 에너지 분야의 협력도 눈에 띈다. 한-사우디 ‘수소 동맹’이라는 표현이 벌써 등장했다. 1970, 80년대 ‘1차 중동 붐’이 한국 건설 노동자들의 피땀으로 일군 것이었다면, 이제는 기술과 사업 경쟁력을 바탕으로 업그레이드된 ‘2차 중동 붐’의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사우디가 2019년 해외 가수들의 콘서트를 처음으로 허용한 이후 가장 먼저 초청한 그룹이 BTS다. 빈 살만 왕세자의 자녀들이 K팝에 갖고 있는 관심이 작용한 결정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불과 몇십 년 전까지만 해도 자국에 노동자들을 파견했던 자원 빈국 한국이 선진국의 문턱에 진입한 저력을 높이 사고 있다고 한다. 경제 협력에 더해진 사회, 문화적 관심이 50년 만에 찾아온 두 번째 기회의 문을 더 활짝 열어줄 것이다.
이정은 논설위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