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30] 사회를 좀먹는 벌레
도교(道敎)에서는 인간의 몸속에 기생하며 인간의 생장(生長)과 건강을 해롭게 하는 벌레가 세 마리 있다고 한다. 이를 ‘삼시(三尸)’라고 하는데, 이들은 서식하는 부위의 병을 일으키고 숙주의 정신을 혼미하게 하여 나쁜 마음을 먹게 만든다. 상시는 두부(頭部)에 자리를 잡아 재물을 탐하게 하고, 중시는 몸통을 떠돌면서 식탐을 돋우며, 하시는 하체에 머물면서 색욕을 불러일으킨다. 삼시는 원전에 따라 삼시구충으로 부르기도 한다. 도교에서는 이들의 폐해를 막기 위해 경신(庚申) 날에 맑은 정신으로 밤을 새우는 ‘수(守)경신’이라는 의식(儀式)을 중요시한다.
이러한 기생충 악행설은 전근대 동아시아인들의 신념 체계에 자리 잡은 전통 속설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일본에서는 이러한 속설이 언어 습관으로 이어져서 마음 씀씀이나 행동거지가 저열한 사람을 벌레에 빗대어 표현하는 관용구가 많다. 이를테면 ‘虫がいい(무시가이이)’라는 말은 (직역하면) ‘벌레가 왕성하게 활동하는’이라는 뜻으로, 주변에 피해 끼치는 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거나 얌체 짓을 하는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다. 사람을 직접 비난하기보다는 몸속의 벌레를 원흉으로 지목하여 완곡하게 표현하는 어법이라고도 할 수 있다.
과학의 발달로 더 이상 삼시와 같은 속설을 진지하게 믿을 사람은 없겠지만, 대상을 사람이 아니라 사회로 확장하면 그 의미가 새롭게 다가온다. 사회 구석구석에 잠복해 있다가 무슨 일만 생기면 악의적 선동으로 사회의 건전한 양식(良識)을 좀먹는 벌레 같은 존재들이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비극을 자양분 삼아 사사로운 이익을 도모하거나 수백 명이 탄 비행기의 추락을 바라면서 공공선과 정의를 참칭하는 자들이 왕성하게 활동하는 사회의 생장과 건강이 온전히 유지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조금이라도 그 폐해를 줄이려면 구성원 각자가 맑은 정신으로 깨어 있으려 노력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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