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포경수술
유태인은 사내아기가 태어나면 8일 만에 고추를 싸고 있는 포피를
환상으로 잘라내는 의식을 베푸는데, 이를 서컴시전(Circumcision)이라
한다. 우리나라나 중국에는 이 같은 관습이 없어 나타내는 말이
없었는데 일본에서 이를 할례라 호칭하여 그렇게 통용되고 있다.
유태인들은 그것을 신으로부터 유태인으로 인증받는 도장찍는 일로
신성시한다. 그 기원에 대해, 첫 사내아이는 신에게 속하는 아이로,
신단에 희생 살아하던 관습이 할례로 완화됐다는 설이 있다.
「창세기」에서 아브라함이 아들을 신단에 바치려 했던 것을 신이
저지시킨 후부터 할례는 아브라함의 자손으로서의 계약이요, 할례를
치르지 않으면 신과의 계약을 파기하는 것으로 알았다. 하지만 이미
이집트의 신석기시대 출토물에서 할례를 추정할 수 있는 유물들이 나오고
있어 종교의식 이전부터 있어온 관행으로 보고 있다.
기원전 400년대에 살았던 헤로도토스의 「역사」에 보면 할례의 동기로서
청결과 위생적인 이유를 들었다. 근대의 해부학자 요셉 힐틀도 같은 설을
주장했다. 또 유태교에서는 자위행위를 죽음에 준하는 죄악으로 여긴
때문에 생긴 관습이라고도 한다. 할례를 하는 아프리카 종족은 예외없이
자위행위를 극악 범죄로 치고 있음이 이 설의 뒷받침이다. 의학자
라이엔슈타인은 노출 귀두의 감각 둔화로 성교시간을 길게 하려는 감각적
목적 때문이라고도 했으나 정설은 없다.
동기가 뭣이건 간에 현대판 할례랄 포경수술 비율이 일본은 겨우 5%인 데
비해 우리나라는 90%로 세계 최고라는 조사결과가 보도되어 놀라게 했다.
유태인 같은 종교적 의무가 아닌바에야 위생적이건 감각적이건
미국사람들이 수술한다 해서 뒤질세라 『나도』하고 이질 문화에
맹종하는 태도에 조명을 대고 싶은 것이다.
우리나라 초목 이름에 나도밤나무 나도박달 나도바람꽃 하는 식으로
주체를 망각하고 사대하는 마음이 투영된 이름이 허다하다. 한반도에
존재하는 모든 문화는 숱한 시행착오를 거쳐 그것이 존재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어 그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다. 한데 긴 역사 동안 중국사대에
찌들은 탓인지 선진성의 문화를 앞다투어 맹종함으로써 자신의 위상을
분식하러 드는 한국병이 중증이다. 그 하나가 나도포경수술로 드러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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