漢字 이야기 1625

[한자 뿌리읽기]<149>주(점 주)

[동아일보] 주는 ‘설문해자’의 말처럼 ‘등잔 속의 불꽃 심지’를 그대로 그렸다. 하지만 이후 의미를 명확히 하고자 아랫부분에다 등잔대와 등잔받침을 그려 넣었는데, 그것이 지금의 主(주인 주)이다. 등잔은 어둠을 밝히기 위한 존재이며 어둠을 밝히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이 불빛을 내는 심지이다. 그래서 主에는 주위를 밝히는 중심이라는 뜻이, 다시 중심 되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主人(주인)의 의미가 생겼다.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높은 신분에 따른 도덕적 의무)’라는 말처럼 主人에는 모름지기 자신을 태워 주위를 밝히는 불꽃 심지처럼 언제나 주위를 위해 봉사하고 희생하는 정신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뜻이 담겨 있다. 主가 主人이라는 일반적인 의미로 더 자주 쓰이자 원래의 심지라는 뜻은 火(불..

漢字 이야기 2021.09.16

[한자 뿌리읽기]<148>一(한 일)

[동아일보] 一은 갑골문에서부터 가로획을 하나 그려 ‘하나’의 개념을 나타냈다. 一이 둘 모이면 二(두 이)요, 셋 모이면 三(석 삼)이 된다. 一은 숫자의 시작이다. 하지만 한자에서의 一은 영어에서의 ‘원(one)’과는 달리 단순한 숫자의 개념을 넘어선 오묘한 철학적 개념을 가진다. 예컨대 기원 100년에 완성된 최초의 자원 사전인 ‘說文解字(설문해자)’에서는 ‘태초에 태극이 있었으니 道(도)는 하나(一)에서 세워져 하늘과 땅으로 나누어졌고 다시 만물로 변했다’고 하여 一을 만물 생성의 근원이라고 했으며, 그 책에서 설정한 540부수의 첫째 부수로, 그 책에서 해설한 9353자의 첫 째 글자로 배치했다. 하나를 나타내는 숫자 一이 숫자의 개념을 넘어서 만물을 잉태하는 시작이자 道로 인식된 것은 老子(노..

漢字 이야기 2021.09.16

[한자 뿌리읽기]<147>차이(差異)와 差別(차별)

[동아일보] 差는 금문(왼쪽 그림)에서 左와 나머지 부분으로 구성되었는데 左는 왼손을, 나머지 부분은 짚을 그렸다. 그래서 差는 왼손으로 새끼를 꼬는 모습을 형상화하였다. 왼손으로 꼬는 새끼는 오른손으로 하는 것에 비해 정확하지도 못하고 굵기가 가지런하지 못하기 마련이다. 이로부터 差에는 參差(참치·들쑥날쑥하여 가지런하지 못한 모양)에서와 같이 ‘들쑥날쑥하다’나 差異에서처럼 ‘모자라다’는 뜻이 생겼다. 이것은 아마도 오른손이 긍정적 의미로 작용했던 것에 비해 고대 사회에서의 왼손에 대한 부정적 의식이 반영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자 원래의 ‘꼬다’는 뜻은 手를 더하여 』(비빌 차)로 분화했다. 異는 갑골문(오른쪽 그림)에서 가면을 쓴 얼굴을 한 사람의 정면 모습에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키고 있는 형상..

漢字 이야기 2021.09.16

[한자 뿌리읽기]<146>애도(哀悼)

[동아일보] 哀는 금문(왼쪽 그림)에서 口(입 구)와 衣로 구성되었다. 口는 입을 그렸고, 衣는 목과 옷섶이 함께 그려진 상형자이다. 그래서 口는 슬퍼 우는 哭(곡)을 상징하고, 衣는 초상 때 입는 상복을 뜻한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보다 더 슬픈 것이 있을까? 그래서 ‘슬픔’의 의미를 곡소리(口)와 그때 입는 옷(衣)을 합쳐 만들었다. 悼는 의미부인 心(마음 심)과 소리부인 卓으로 구성되어, 슬퍼하는 마음(心)의 의미를 그려 냈다. 卓은 금문(오른쪽 그림)에서 서 있는 사람(人·인)과 早(새벽 조)로 이루어졌는데, 일찍(早) 서는 아이(人)를 말했다. 금문의 다른 자형에서는 早가 子(아이 자)로 바뀌어 이러한 의미를 더욱 강조하기도 했다. 直立(직립)은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중요한 특징의 하나다..

漢字 이야기 2021.09.16

[한자 뿌리읽기]<145>야소(耶蘇)

[동아일보] 예수의 탄생을 기리는 聖誕節(성탄절), 대만이나 홍콩에서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聖誕節’이라고 하지만 중국에서는 ‘예수가 탄생한 날’이라는 뜻의 ‘예단제(耶誕節)’라 부른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이고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종교를 부정하므로 예수를 성인으로 부르기가 껄끄러워 그냥 이름을 직접 부르게 된 것으로 생각된다. 하지만 ‘지저스(Jesus)’를 번역한 한자어인 ‘예수(耶蘇)’에는 단순히 그 독음만 반영된 것이 아니며 그 속에는 예수가 갖는 특성이 충분히 들어 있다. 耶는 소전체(왼쪽 그림)에서 의미부인 邑(고을 읍)과 소리부인 耳(귀 이)로 이루어져, 원래는 산둥성에 있는 郎耶(낭야)라는 땅을 지칭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이후 耶는 말의 어감을 나타내는 어기사로 쓰이기도 했고, ‘아버지’의 ..

漢字 이야기 2021.09.16

[한자 뿌리읽기]<144>대화(對話)

[동아일보] 對는 갑골문(왼쪽 그림)에서 왼편은 악기를 내걸기 위한 나무 걸이 대(業의 아랫부분 木이 생략된 형태로 叢(모일 총)·鑿(뚫을 착)에도 들어 있다)를, 오른편은 손을 그렸다. 그래서 對는 손(寸·촌)으로 악기의 걸이 대를 내달고 있는 모습이다. 이로부터 ‘올리다’, ‘받들다’는 뜻이 생겼고, 이후 소전체에 들면서 왼편의 아랫부분에 口(입 구)가 더해졌으며, 해서체에서는 口가 士(선비 사)로 변해 지금의 자형이 되었다. 話는 言(말씀 언)과 舌로 구성되었는데, 言과 舌은 비슷한 구조에서 출발한 글자들이다. 舌은 갑골문(오른쪽 그림)에서 아랫부분은 입(口)을, 윗부분은 어떤 것이 길게 뻗어 두 갈래로 갈라진 모습이다. 일반적으로 사람의 혀를 그렸다고 하나, 혀라면 둘로 갈라진 것이 차라리 뱀의 ..

漢字 이야기 2021.09.16

[한자 뿌리읽기]<143>정숙(靜肅)

[동아일보] 靜은 소전체(왼쪽 그림)에서 靑과 爭으로 이뤄졌는데, ‘설문해자’에서는 爭이 소리부라고 했다. 爭은 갑골문에서 두 손(又·수) 사이에 어떤 물건을 놓고 서로 가지려 ‘다투는’ 모습을 그렸다. 靑은 갑골문에서 초목이 자라나는 모습인 生(날 생)과 염료로 쓸 광물을 캐는 鑛井(광정)을 그린 丹(붉을 단)으로 이뤄져, 광물(丹)로 만들어 낸(生) ‘푸른 색’의 의미를 그려낸 글자다. 靑은 음양오행에서 보통 東方(동방)의 색으로 여겨지며, 동방은 초목이 생장하기 시작하는 때를 상징하므로, 靑은 바닷물처럼 파란색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초목이 막 자라날 때 띠는 푸른색을 말한다. 사실 靜은 원래 화장의 농염을 말할 때 쓰던 것으로, 자연색에 가까운 화장 색을 말했다. 고대 중국인들은 자연색에 가까운 화..

漢字 이야기 2021.09.16

[한자 뿌리읽기]<142>잡종(雜種)

[동아일보] 雜은 소전체(왼쪽 그림)에서 衣와 集으로 구성되어, 원래는 u으로 썼는데 지금의 구조로 변했다. 衣는 목둘레와 옷섶을 그렸고, 集은 새(추·추)가 나무(木·목) 위에 모여 앉은 모습으로부터 ‘모이다’는 뜻을 그려냈다. 集은 원래 새(추)가 여럿 모여 앉은 모습(d·잡)이었는데 생략되어 지금처럼 되었다. 그래서 雜은 원래 ‘설문해자’의 해석처럼 색깔이 여럿 모인 것을 말했다. 고대 사회에서 가장 화려한 색상과 다양한 색깔을 지닌 것이 옷감이었기에 衣와 集의 결합으로 ‘뒤섞임’을 나타냈다. 種은 소전체(오른쪽 그림)에서 禾와 重으로 구성되었는데, 重은 소리부도 겸한다. 禾는 조나 벼의 이삭이 익어 고개를 숙인 모습으로, ‘벼’의 의미를 그렸고, 벼가 곡물의 대표로 자리 잡자 모든 곡물을 총칭하게..

漢字 이야기 2021.09.16

[한자 뿌리읽기]<141>갈등(葛藤)

[동아일보] 葛은 艸(풀 초)와 曷로 이루어졌다. 曷은 소전체(왼쪽 그림)에서 曰(가로 왈)과 (갈,개)(빌 개)로 구성되었는데, 曰은 입(口·구)에 가로획(一)이 더해져 입에서 나오는 말을 형상화 했고, (갈,개)는 갑골문에서 이미 바라다나 祈求(기구)의 뜻으로 쓰였다. 이처럼 曷은 입을 크게 벌린 모습(曰)에 바라다((갈,개))는 뜻이 더해져, 목소리를 높여 어떤 것을 요구함을 말한다. 그러나 曷이 ‘어찌’라는 의문사로 가차되자 원래 의미는 다시 口를 더한 喝로 표현했다. 따라서 喝은 喝采(갈채)에서와 같이 입을 벌려 목소리를 높이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曷로 구성된 합성자는 대부분 입을 크게 벌리고 어떤 것을 요구하다는 뜻을 가진다. 예컨대 渴은 목이 말라 입을 크게 벌리고(曷) 물(水·수)을 애타..

漢字 이야기 2021.09.16

[한자 뿌리읽기]<140>겸손(謙遜)

[동아일보] 謙은 言(말씀 언)과 兼으로 이루어졌다. 言은 말을 뜻하고, 소리부도 겸하는 兼은 갑골문에서 손(又·우)으로 볏단(禾·화) 둘을 잡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 손(又)으로 볏단(禾)을 하나 잡은 모습을 그린 것이 秉임을 고려하면, 兼은 두 가지 이상의 사물이나 행위를 동시에 잡거나 하는 것을 말한다. 이로부터 兼에는 겸하다는 뜻이, 다시 어떤 것을 ‘하나로 묶다’는 의미가 생겼다. 그래서 謙은 말(言)을 묶어 둔다(兼)는 의미로 풀이된다. 그것은 말을 많이 하는 것보다 말을 적게 하는 것, 즉 침묵이 미덕으로 간주되고 그 무엇보다 중요한 행동규범으로 기능해온 전통을 형상적으로 그려낸 글자이다. 동양 사회에서는 전통적으로 모든 불행은 입, 즉 말(言)로부터 나오기에 말을 삼가는 것이 최고의 덕목으..

漢字 이야기 2021.0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