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열전 161

[이한우의 간신열전] [31] 종기의 고름을 빨고 치질을 핥다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예상했던 일이다. 여당이 총선에서 대승을 거두자 정부 여당의 지도자들은 경쟁적으로 대통령 '찬미가'를 불러대고 있다. 이광재 당선자는 문재인 대통령을 조선의 태종에 비견했다. 누가 뭐래도 현대사에서 태종과 비슷한 정치 행적을 보인 인물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다. 지난 8일 법정에 재판을 받으러 출석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차를 지지자라는 사람들이 물티슈로 닦아주는 동영상이 소셜미디어에 공개돼 큰 충격을 줬다. 아무리 재판 중이라지만 조 전 장관은 가족 비리와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 사건으로 검찰에 기소된 인물이다. 하나는 우리의 입시 제도 근간을 뒤흔든 부패고 하나는 자기편을 감싸다 들통난 권력형 비리다. 지지자라는 사람들은 "조 장관 마음에 먼지가 쌓인 게 아니라 검찰이 먼지를 씌..

간신열전 2020.07.31

[이한우의 간신열전] [30] 법을 앞세운 권력의 앞잡이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법비(法匪)란 법을 앞세워 권력의 앞잡이 노릇을 하거나 사리사욕을 취하는 자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중국사에서 이런 법비를 상징하는 인물이 한나라 무제 때의 장탕(張湯)이다. 사마천은 '사기 열전'에서 이렇게 평하고 있다. "장탕은 사람됨이 속임수를 많이 쓰고 잔꾀를 부려서 남들을 잘 제어했다. 낮은 관리일 때 직권을 남용하여 상인들과 결탁해 이익을 취했다. 장안의 갑부 상인 무리와 몰래 불법 거래를 했다." 그는 이른바 혹리(酷吏)의 원조 격이다. 지금은 그저 인색하다는 정도의 의미로 쓰는 각박(刻薄)이란 말이 원래는 이런 혹리들이 법조문을 사안에 따라 이리저리 최대한 얇게 쪼개 혹은 윗사람 뜻에 맞추고 혹은 자기 사리사욕을 채우느라 써먹은 데서 나온 것이다. 이미 법의 공정성은 안..

간신열전 2020.07.31

[이한우의 간신열전] [29] 석회 가루 뒤집어쓴 돼지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후한(後漢)의 은둔 학자 왕부(王符)가 지은 '잠부론(潛夫論)' 현난(賢難·뛰어난 이는 어려움을 겪는다)편에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한 사냥꾼이 사슴 사냥을 하고 있었고 인근에서는 돼지를 몰던 무리가 있었다. 사냥꾼은 사슴을 쫓느라 마구 소리를 질렀다. 그런데 돼지를 몰던 무리는 사냥꾼의 소리를 듣고서 자신들도 크게 화답하며 소리쳤다. 그러자 이번에는 사냥꾼이 저쪽 무리에 사람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진귀한 사냥감을 쫓는 것이라 여겨 사슴 사냥을 중단하고 사람들이 많은 쪽으로 가서 매복했다. 잠시 후에 석회 가루를 뒤집어쓴 돼지가 자기 앞에 달려오자 진귀한 동물이라 여기고 이를 잡아다가 집에서 지극 정성을 다해 길렀다. 얼마 후 비가 내려 석회 가루가 씻겨나가자 일반 돼지와 다를 바가..

간신열전 2020.07.31

[이한우의 간신열전] [28] 중상모략의 뿌리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시경(詩經)'에는 간사한 자들이 음으로 양으로 결탁해 선량한 신하를 해치는 모해(謀害)를 탄식하는 시가 많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공도(公道)를 내팽개치고 사익(私益)을 위해 권력을 악용하는 자가 끊이질 않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요즘 여권인 더불어시민당의 우희종 공동대표나 열린민주당의 최강욱·황희석 등 몇몇 인사의 '윤석열 때리기'를 보고 있노라면 그 시 중에서도 특히 '교언(巧言)'이라는 제목의 시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먼저 2장이다. "난(亂)이 처음 생겨나는 까닭은/ 불신의 실마리를 받아주기 때문이라네. 난이 거듭해서 생겨나는 까닭은/ 군자가 중상모략을 믿어주기 때문이라네. 군자가 만일 중상모략을 듣고서 화를 낸다면/ 난이 혹시라도 빨리 그칠 것이고, 군자가 만일 바른말을..

간신열전 2020.07.31

[이한우의 간신열전] [27] 투합구용 (偸合苟容)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구용(苟容)은 구차스럽게 인정받으려 한다는 뜻이다. 도리를 어겨 가며 오로지 윗사람의 뜻에만 영합하려는 것은 투합(偸合)이라 한다. 투합구용하면서 녹봉이나 챙기고 교제 범위를 넓히는 데만 온 힘을 쏟는 사람을 순자는 나라를 해치는 자, 즉 국적(國賊)이라고 했다. 순자는 임금의 명령을 대하는 태도를 갖고 신하를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눴다. 첫째 명령을 따르면서 임금을 이롭게 하는 신하를 순종하는 신하[順·순]라고 했고, 둘째 명령을 따르면서 임금을 불리하게 하는 신하를 아첨하는 신하[諂·첨]라고 했다. 셋째 명령을 어기면서 임금을 불리하게 하는 신하를 찬탈하는 신하[簒·찬]라고 했고, 넷째 임금의 영예나 욕됨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나라가 잘되고 못되는 것도 거들떠보지 않으며 투합구용하는..

간신열전 2020.07.31

[이한우의 간신열전] [26] 간신의 특기, 참소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참소(讒訴)란 말은 요즘은 잘 안 쓰지만 옛날에는 간신들의 행태를 가리킬 때 흔히 썼다. 오늘날 용어로 치자면 음해(陰害)나 중상모략에 가깝다. 역사 속 간신들이 양신(良臣)을 참소할 때는 전형적 단계가 있다. 가장 먼저 임금의 뜻을 알아내는 것이다. 사(伺), 첨(覘), 규(窺) 등은 모두 부정적 의미에서 윗사람의 뜻을 살핀다는 말이다. 그만큼 간신들은 어떻게든 주군의 속내를 알아내려고 백방으로 노력하다 보니 '살핀다'는 뜻의 단어 또한 많아졌다. 그런데 주군이 본인 뜻을 노골적으로 밝히면 간신들은 훨씬 쉽게 행동 방향을 정한다. 얼마 전 대통령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해 크게 마음의 빚을 졌다"고 공개적으로 말한 것이 거기에 해당한다. 간신 짓을 도모하는 자들에게는 선물이나..

간신열전 2020.07.31

[이한우의 간신열전] [25] 웃음 속에 칼을 숨긴 '인간 고양이'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당나라 역사는 태종(太宗)이 최전성기로 끌어올리자마자 바로 다음 임금 고종(高宗)에서 급락하고 결국 그의 황후, 즉 측천무후 시대로 이어진다. 그 흥망의 갈림길에 이의부(李義府)라는 탐욕형 간신이 있다. 그는 고종이 태자일 때 태자 사인(舍人), 일종의 심부름 담당이었다. '신당서(新唐書)' 간신열전은 이의부란 인물에 대해 "태자에게 아첨으로 섬기면서도 겉으로는 강직한 사람처럼 꾸몄다"고 평했다. 태종의 신임을 받았던 명신 장손무기(長孫無忌)는 고종이 즉위한 뒤 이의부의 심사를 꿰뚫어보고 그를 고종에게서 떼어놓기 위해 지방 한직으로 내쫓으려 했다. 위기에 내몰린 이의부는 승부수를 던졌다. 당시 무소의(武昭儀·훗날의 측천)가 한창 고종의 총애를 받고 있을 때였다. 고종은 그를 새 황후..

간신열전 2020.07.31

[이한우의 간신열전] [24] 군주를 시동(尸童) 취급한 양국충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공자는 제왕이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으로 계신공구(戒愼恐懼)를 강조했다. 경계하고 매사 조심하는 마음으로 국사에 임할 때라야 백성들의 고통을 제대로 풀어줄 수 있고 백성들의 기쁨을 함께 누릴 수 있다는 뜻이다. 송나라 유학자 진덕수는 이 문제를 대하는 점에서 충신과 간신은 갈린다고 했다. 즉 충신은 임금이 재이(災異)나 재앙을 두려워하지 않을까를 염려하는 반면 간신은 임금이 재난이나 재해가 두렵다는 것을 알게 될까를 염려한다는 것이다. 당나라 현종 때 양귀비가 총애를 받자 이번에는 이임보의 뒤를 이어 양국충이란 자가 양귀비의 친척 오빠임을 내세워 재상에 올라 국정을 농단했다. 한번은 현종이 장맛비로 농사를 망칠 것을 걱정하자 양국충은 잘 익은 곡식을 골라 현종에게 바치면서 ..

간신열전 2020.07.31

[이한우의 간신열전] [23] 구밀복검(口蜜腹劍)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간신들도 특기가 있다. 한나라 원제 때 석현(石顯)은 군주의 속마음을 읽어내는 데 일인자였고 군주의 사사로운 욕심을 미리 파악해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조종하는 면에서는 진나라 2세 황제를 가지고 놀았던 조고(趙高)를 따를 자가 없다. 황후나 태후의 주변 사람들에게 뇌물 공세를 퍼부어 제위 찬탈에 성공한 왕망(王莽)도 자기만의 간신술을 가졌다고 할 것이다. 그런데 당나라 현종 때의 대간(大奸) 이임보(李林甫)는 이 세 가지 기술은 물론이고 자신을 위협할 만한 동료 선비들을 제거하는 데도 무서운 재간을 발휘했다. 이미 현종의 세 황자를 죽이는 데 성공한 이임보에게 새로운 걸림돌이 생겼다. 자기가 밀었던 수왕(壽王)이 아니라 충왕(忠王)이 새로운 태자가 된 것이다. 모반 사건이 여러 건..

간신열전 2020.07.31

[이한우의 간신열전] [22] 무혜비와 이임보의 결탁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당나라 현종(玄宗)은 특이한 임금이다. 혼란기를 극복한 강명(剛明)한 군주의 모습과 주색에 빠져 나라를 산산조각낸 혼암(昏暗)한 군주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었다. 우리가 흔히 아는 양귀비와의 사랑이 보여주듯 현종은 먼저 여자에 빠지고 이어 조정 인사 중 자기 뜻만 따르는 아첨꾼을 중용하는 패턴을 보이며 자기가 쌓아올린 업적과 명성을 잠식(蠶食)해 갔다. 현종의 타락은 무혜비(武惠妃)와의 사랑과 사별에서 비롯됐다. 현종의 절대 총애를 받던 무혜비는 아들 수왕(壽王) 이모(李瑁)를 후계자로 삼고자 황태자 이영(李瑛)을 비롯한 3명의 황자를 모함했다. 이들이 자기와 수왕을 죽이려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명재상 장구령(張九齡)이 반대해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 상황을 파고든 인물이 바로 ..

간신열전 2020.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