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신열전 161

[이한우의 간신열전] [21] '외국의 환심 사기'가 특기인 간신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중국 역대 역사서를 흔히 24사 혹은 25사(중국 역대 왕조들의 정사)라고 하는데 특이하게도 당나라 역사서만 '구당서'와 '신당서' 두 종류다. 당나라 역사는 이미 5대10국 시대인 945년에 편찬됐다. 그런데 송나라가 세워지고 나서 송나라 인종(仁宗)이 다시 고쳐 쓰게 해 1060년에 새로운 당나라 역사서가 나오는데 이를 '신당서'라고 한다. 흥미로운 것은 이때 구당서에는 없었던 '간신열전'이라는 항목이 생겨난 것이다. 구양수(歐陽脩) 등이 주도한 '신당서' 간신열전은 이렇게 포문을 열었다. "나무가 썩으려고 할 때에는 벌레가 반드시 생겨나고 나라가 망하려고 할 때에는 요망한 일이 반드시 일어난다." 조선 세종 때 편찬한 '고려사'에 간신열전 항목이 들어간 것도 이 같은 영향을 받..

간신열전 2020.07.31

[이한우의 간신열전] [20] 눈 밝고 귀 밝은 군주 되는 법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한 사람을 간신(奸臣)으로 단정하는 것은 어려운 일일 뿐만 아니라 조심해야 한다. 자칫 한 사람의 인격 전체를 말살할 수 있다. 그래서 공자도 간신이라는 말보다 소인(小人)이라는 말을 더 자주 썼던 것인지 모른다. 현대사회처럼 자기 이익 추구를 인정하는 환경에서는 충신과 간신 식별하기가 옛날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종류의 간신이 존재하는 것 또한 엄연한 사실이다. 한나라 말기 교언영색(巧言令色)으로 칼 한번 휘두르지 않고 제왕 자리를 찬탈한 대간(大奸)이 있는가 하면 진나라 때 조고(趙高)처럼 어리숙한 2세 황제를 겁박해 찬탈하려다 실패하고 비참한 종말을 맞은 흉간(凶奸)도 있다. 나라를 노리는 초대형 간신까지는 아니라도 자기 이득만을 채우려고 옳고 그..

간신열전 2020.07.31

[이한우의 간신열전] [19] 간신들의 충신 저지술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2년 전 중국 드라마로 유명해진 삼국시대 위인 '사마의(司馬懿)'의 손자 사마염(司馬炎·236~290년)은 오(吳)나라를 꺾고 전국을 통일한 진 무제(晉武帝)다. 집권 초기 율령 정비 등으로 '태강(太康)의 치(治)'를 이뤘다는 극찬을 받았지만 말년에 유희와 쾌락에 빠져 스스로 진나라 쇠퇴를 불러왔다는 혹평을 받았다. 진 무제 주변에서는 충신 장화(張華)와 간신 순욱(荀勖)·풍담(馮紞)이 임금을 둘러싸고 경쟁을 벌였다. 한 임금이 명군과 혼군의 모습을 동시에 보일 때 혼군의 길로 안내한 이는 다름 아닌 간신들이다. 무제가 뒷일을 부탁할 만한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을 때 장화는 황제의 친동생 사마유(司馬攸)를 천거했다. 자신과 태자 자리를 다퉜지만 그의 뛰어남에 대해서는 무제도 인정하고..

간신열전 2020.07.31

[이한우의 간신열전] [18] 출세에 눈먼 간신 '독사' 진복창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율곡 이이는 7세 때 '진복창전(陳復昌傳)'이라는 짧은 평전을 썼다. 어떤 인물이길래 일곱 살 소년이 전기까지 썼을까? 진복창은 조선 중종 30년(1535년) 문과에 장원급제했다. 이어 불과 4년 만에 정4품에 해당하는 사헌부 장령에 올랐다. 그러나 중종 말년까지 더 이상 진급은 하지 못한 채 한직이나 지방직을 떠돌았다. 실록은 그의 인품을 이렇게 평하고 있다. "사람됨이 경망스럽고 사독(邪毒)하다." 그가 죽었을 때 사관은 그를 '독사(毒蛇)'라고 적었다. 율곡이 전기를 쓴 것이 중종 37년이다. 그에 관한 평판을 듣고 그런 인간이 되지 않겠다는 어린 소년의 다짐이 그런 글을 쓰게 만들었을 것이다. 중종이 죽고 인종에 이어 아들 명종이 왕위에 오르자 외삼촌 윤원형이 권력을 휘둘렀다..

간신열전 2020.07.31

[이한우의 간신열전] [17] 제갈량의 간신 식별법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소설 '삼국지연의'가 아닌 정사(正史) '삼국지'를 편찬한 진수(陳壽·233~297년)는 유비의 아들 유선(劉禪)을 도와 촉한의 안정을 이룬 명재상 제갈량(諸葛亮·181~234년)을 이렇게 평했다. "말이 많고 교활한 자는 비록 경죄라도 반드시 벌한다. 선한 일을 하면 비록 작은 것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상을 준다. 악한 일을 하면 비록 작은 것이라 하더라도 반드시 그냥 넘어가지 않는다. 이리하여 백성들은 모두 그를 경외하고 사랑했다." '제갈량집'에는 사람의 밑바닥 본성을 꿰뚫어보는 '지인성(知人性)'이라는 짧은 글이 있는데 여기서 제갈량은 먼저 사람의 이중성을 이렇게 통찰했다. "사람 본성을 아는 것보다 더 살피기 어려운 것은 없다. 선과 악은 이미 구별되지만 감정과 외모는 반드시..

간신열전 2020.07.31

[이한우의 간신열전] [16] '증세(增稅) 간신' 채경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역사를 보면 나라가 일어나기도 어렵지만 망국(亡國) 또한 쉽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군주와 보필하는 신하가 모두 암군(暗君)과 간신일 때 민심이 떠나고, 외부의 침략이 겹치면 마침내 망한다. 임금이 명군(明君) 즉 일에 밝고 사람 보는 데 밝으면 문제가 없다. 또 설사 다소 암군일지라도 자기 욕심 없이 사람만 바로 써도 나라는 굴러간다. '논어' 헌문 편에 나오는 사례는 바로 이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공자가 위(衛)나라 영공의 무도함에 대해 비판하자 계강자가 말했다. "사정이 그러한데 어찌 그 지위를 잃지 않는가?" 공자는 말했다. "중숙어가 빈객을 다스리는 외교를 맡아 잘하고 있고 축타는 종묘를 맡아 잘하고 있고 왕손가는 군대를 맡아 잘 다스리고 있으니, 무릇 사정이 이러한데 ..

간신열전 2020.07.31

[이한우의 간신열전] [15] 衣冠之盜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얼마 전 현 정부의 비리를 수사하는 검찰을 무력화하는 법안을 통과시켜놓고 국회의사당에서 희희낙락 사진을 찍어대던 여당 의원들 모습에서 글을 시작한다. '시경(詩經)'에 '항백(巷伯)'이라는 시가 있는데 그중 한 대목이다. "교만한 자 즐겁고 즐거운데/수고한 자 근심 걱정에 시달리네/푸른 하늘이여 푸른 하늘이여 저 교만한 자 잘 감시하시고/이 수고한 사람 불쌍히 여기소서. 저 중상모략하는 자들이여/누구를 꺾으려고 누구랑 함께 하는가/저 중상모략하는 자를 잡아다가/승냥이 호랑이에게 던져주리라/승냥이 호랑이가 먹지 않거들랑/저 북쪽 황무지에 내던져버리리라/북쪽 황무지도 받아주지 않거들랑/저 하늘에 내던져버리리라." 이 시는 원래 주나라 유왕(幽王) 때 항백이라는 내시가 간신들에게 중상모략..

간신열전 2020.07.31

[이한우의 간신열전] [14] 강태공의 인재등용 노하우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강태공'으로 익숙한 태공망(太公望)은 문왕과 무왕을 도와 주나라를 건국한 1등 공신이다. 그가 문왕·무왕과 주고받은 문답집이 '육도(六韜)'다. 도(韜)란 칼을 감춰두는 주머니이니 비책을 말한다. 그중 하나가 문도(文韜)인데 곧 통치술이다. 문왕이 물었다. "군왕이 뛰어난 이를 쓰려고[擧賢] 힘쓰는데도 그 효과를 보지 못하고 세상의 혼란이 더욱 심해져서 마침내 멸망에 이르게 되는 것은 어째서인가?" 태공이 답했다. "뛰어난 이를 천거해도 쓰지 못한다면 이는 뛰어난 사람을 천거했다는 이름만 있을 뿐 실상은 없는 것입니다." "그 잘못의 원인은 어디에 있는가?" "군왕에게 있습니다. 세간에서 칭찬하는 자를 썼을 뿐 진정으로 뛰어난 이를 찾지 못한 데 있습니다." "무슨 말인가?" "군..

간신열전 2020.07.31

[이한우의 간신열전] [13] 광해군의 대간 이이첨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광해군처럼 중간은 넘는 자질로 나름대로 잘해보려 하면서도, 결국은 간신의 농간에 놀아나다가 권좌에서 굴러 떨어진 사례는 간신술(奸臣術)의 위험성을 단번에 보여준다. 간신들은 일반적으로 주군의 속뜻을 살피는 데 탁월하다. 그것을 미지(微旨)라고도 하고 의중(意中)이라고도 하고 은미(隱微)라고도 한다. 임금과 간신의 만남은 바로 이 지점이기 때문에 임금이 강명(剛明)하여 뜻을 굳게 하고 눈 밝게 사람을 알아볼 경우 간신은 애당초 생겨날 수가 없다. 광해군과 간신 이이첨(李爾瞻)의 만남이 전형적이다. 이이첨은 선조가 말년에 영창대군에게 왕위를 전하려 하자 정인홍과 함께 목숨을 걸고 광해군이 뒤를 이어야 한다고 했다가 먼 곳으로 유배를 가게 됐는데, 그 직후 선조가 세상을 떠나고 광해군이 ..

간신열전 2020.07.31

[이한우의 간신열전] [12] 진중권의 간신론

이한우 논어등반학교장 "돈이 없지 가오가 없는가"라며 동양대 교수직을 내던진 진중권씨가 친문(親文) 핵심들을 향해 연일 비판의 날을 세우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정통 좌파 지식인'을 자임해온 그의 입에서 '충신·간신의 구별' 문제가 나왔다는 점이다. 전통적으로 공익과 청렴을 우선시하면 충신, 사익과 탐욕을 우선시하면 간신으로 본다. 당나라 대종(代宗) 때 재상까지 지낸 원재(元載)는 대종의 뜻을 받들어 원래 자신을 대종에게 천거했던 또 다른 간신 이보국(李輔國)을 제거하는 데 앞장섰다. 또 환관 어조은(魚朝恩)을 죽이는 데도 결정적 역할을 했다. 뇌물로 대종의 주변 사람들을 구워삶고 사치를 일삼다가 대종의 경고를 받았지만 조금도 개의치 않다가 결국 대종으로부터 자진(自盡)하라는 명을 받고 삶을 마감해야..

간신열전 2020.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