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 149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33>위정유목(爲政猶沐)

爲: 할 위 政: 정사 정 猶: 같을 유 沐: 머리 감을 목 “정치를 하는 것은 머리를 감는 것과 같아서 머리카락을 버리게 되더라도 반드시 머리를 감아야 한다(爲政猶沐也, 雖有棄髮, 必爲之).” 작은 손실에 연연하다가 큰 이익을 허물게 된다는 의미다. 한비자 ‘육반(六反)’ 편에 나온다. ‘육반’이란 여섯 가지 상반되는 일이라는 뜻인데, 사람들은 자기의 이익에 따라 상반되는 입장에 서게 된다는 것이다. 육반 편에서 한비는 말한다. “죽음을 두려워하며 곤란을 피하는 자는 적에게 항복하거나 도망가는 백성인데도, 세상 사람들은 이들을 생명을 아끼는 인물이라 하고, 옛 성현의 도를 배워서 자기의 주의를 확립한 자는 법령을 무시하는 인물인데도, 세상 사람들은 학문이 있는 인물이라고 한다. (중략) 도둑의 목숨을 ..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34>곡고화과(曲高和寡)

曲: 곡조 곡 高: 높을 고 和: 화답할 화 寡: 적을 과 곡조의 수준이 너무 높으면 이해하는 사람이 적다는 의미로, 문장의 품격이 너무 높으면 읽는 사람이 적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말한 것이다. 중국 양(梁)나라 소통(蕭統)이 130권으로 엮은 문장선집인 ‘문선(文選)’의 ‘송옥대초왕문(宋玉對楚王問)’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전국시대 말엽 굴원(屈原)의 제자로서 대표적인 남방 시인으로 손꼽히던 송옥(宋玉)의 문장은 꽤 유명했다. 그러나 문장이 어려워 제대로 이해하기 힘들었다. 글을 읽는 사람도 드물 수밖에 없었다. 초나라 왕이 송옥에게 그런 사실을 비꼬듯 물어보았다. “대체 무엇 때문에 경의 문장을 읽는 사람이 드문 것이오?” 송옥은 비유를 들어 말했다. “어떤 가수가 있었습니다. 어느 날 길에서 노래를..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35>거불피수, 거불피자(擧不避수, 擧不避子)

擧: 천거할 거 不: 아니 불 避: 피할 피 수: 원수 수 子: 아들 자 공과 사를 철저히 구분해 인재를 추천하라는 뜻으로 한비자 ‘외저설좌하’편에 나오는 말이다. 한비는 이런 예를 들었다. 중모(中牟)라는 현에 현령이 없었다. 진나라 평공(平公)이 집정대부(執政大夫) 조무(趙武)라는 이에게 물었다. “중모는 우리나라의 중심지이며 한단(邯鄲)으로 가는 관문이오. 과인은 그곳에 훌륭한 현령을 두고 싶소. 누구를 시키면 좋겠소?” 조무가 말했다. “형백(邢伯)의 아들이 좋겠습니다.” 평공이 말했다. “그대의 원수가 아니오?” 조무가 말했다. “사사로운 감정을 공무에 들이지 않습니다.” 그러자 평공이 다시 물었다. “군주가 보물을 보관하는 곳인 중부(中府)의 현령으로는 누구를 시키는 것이 좋겠소?” 그러자 조..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36>격물치지(格物致知)

格: 바로잡을 격 物: 만물 물 致: 이를 치 知: 알 지 사물의 참된 모습을 밝혀야 명확한 지식이 얻어진다는 뜻으로, 격치(格致)라고도 한다. 예기의 한 편명이었다가 사서로 꼽히게 된 대학(大學)에는 삼강령(三綱領)과 팔조목(八條目)이 있다. 삼강령은 ‘대학의 길(大學之道)’로서 밝은 덕을 밝히고(明明德), 백성을 새롭게 하며(親民), 지극한 선에 이르게 하는(止於至善) 세 갈래의 길이고, 이 삼강령을 실현하기 위한 팔조목이 격물(格物), 치지(致知), 성의(誠意), 정심(正心), 수신(修身), 제가(齊家),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다. ‘대학’의 원문은 이렇다. “지식에 이르는 것은 사물을 궁구하는 데 있다. 사물의 이치가 이루어진 이후에야 지식이 이르게 되고, 지식에 이르게 된 뒤에야 마음이 ..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37>왕좌지재(王佐之才)

王: 임금 왕 佐: 도울 좌 之: 어조사 지 才: 재주 재 뛰어난 재능을 지녀 제왕을 보좌할 만한 큰 그릇이라는 의미로, 정사 삼국지 순욱전(荀彧傳)에 나온다. 명문가의 자손으로 태어난 순욱은 나이 50에 세상을 떠나기까지 조조의 창업을 도운 핵심 참모다. 그는 북방의 장수 원소(袁紹)에 의해 상빈(上賓)의 예우를 받았다. 동생 순심(荀諶)도 원소의 수하에 들어갔으나 순욱은 원소를 “결국 큰일을 이루지 못할(終不能成大事)”(순욱전) 사람으로 단정하고는 나이 스물아홉에 과감히 그를 버리고 조조에게로 와 ‘나의 장자방(吾之子房·한나라 고조 유방의 공신)’이라는 극찬을 들었다. 동탁이 천하를 풍미할 때 그는 동탁의 포학성과 무능함을 예견하고 조조를 따라 창업에 헌신해 천하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내면서 조조의 도..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38>이죄수주 인불원상(以罪受誅, 人不怨上)

以: 써 이 罪: 허물 죄 受: 받을 수 誅: 벨 주 人: 사람 인 不: 아니 불 怨: 원망할 원 上: 위 상 ‘사람은 잘못을 저지를 경우엔 어떤 벌을 받더라도 벌 준 사람을 탓하지 않는다’는 말로 한비자 ‘외저설좌하’ 편에 나온다. 공자가 위(衛)나라의 재(宰·지방 장관)로 있었을 때, 제자인 자고(子(고,호))가 옥리로 있었다. 어떤 죄인을 발목 자르는 형에 처했다. 발목을 잘린 죄인은 문지기가 되었다. 이 무렵 공자를 군주에게 모함하는 자가 있어 군주는 공자를 체포하려 했다. 공자와 제자들은 도망을 쳤다. 자고도 뒤늦게 문을 나가려고 했지만 포졸이 쫓아오는 상황이었다. 이때 발목을 잘린 문지기가 나타나서 자고를 지하실에 숨겨 주었다. 포졸은 자고를 발견하지 못하고 돌아갔다. 밤중에 자고가 그 문지기..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39>명세지재(命世之才)

命: 목숨 명 世: 인간 세 之: 어조사 지 才: 재주 재 ‘명세재(命世才)’라며 위나라를 창업한 난세의 영웅 조조를 품평한 교현(橋玄)의 말이다. “천하는 장차 혼란에 빠질 것인데 세상을 구할 만한 재목이 아니면 이를 구제할 수 없을 것이오. 그리고 천하를 안정시키는 일은 아마도 그대에게 달려 있을 것인저(天下將亂,非命世之才不能濟也,能安之者,其在君乎)(‘무제기(武帝紀)’편).” 교현은 조정에서 삼공(三公)을 지낸 관료였는데, 그가 무명(無名)인 조조에게 이런 평가를 내린 것은 조조의 앞날에 큰 보탬이 되었다. 어린 시절 끝도 없이 놀면서 숙부를 거짓말쟁이로 놀려주기도 한 조조. 그는 누구인가? 조조는 성(姓)은 조(曹)이고 휘(諱:고인이 된 제왕의 이름을 직접 부르지 않고 앞에 붙여 존경의 뜻을 표시하..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40>남귤북지(南橘北枳)

南: 남녘 남 橘: 귤 귤 北: 북녘 북 枳: 탱자 지 수질과 풍토에 따라 과실 맛이 달라진다는 말로 인간 역시 주위 환경에 따라 변한다는 뜻이다. ‘귤화위지(橘化爲枳)’라는 말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춘추시대 제나라의 명재상 안영(晏영)이 초나라에 사신으로 가게 되었다. 초나라 영왕이 이 소식을 듣고 곁에 있는 자들에게 “안영은 제나라의 뛰어난 인재인데, 지금 그가 오고 있소. 내가 그를 모욕하려고 하는데 어떤 방법이 좋겠소?”라고 물었다. 곁에 있던 이가 제나라 죄인 한 명을 데려와 제나라 사람인 안영에게 보여줌으로써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면 어떻겠냐고 했다. 얼마 뒤 안영이 왔다. 영왕은 안영에게 주연을 베풀어 주었다. 주연이 무르익었을 때, 관리 두 명이 한 사람을 포박해 왕 앞으로 끌고 왔다. 영..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41>교결호협(交結豪俠)

交: 사귈 교 結: 맺을 결 豪: 호걸 호 俠: 호협할 협 활달한 성품을 비유하는 말이다. 유비를 평한 말로 정사 삼국지 촉서 ‘선주전(先主傳)’에 나온다. 유비는 성이 유(劉)이고 휘(諱·이름에 대한 존칭)는 비(備)이며 자는 현덕(玄德)이다. 탁군(탁郡) 탁현(탁縣) 사람으로, 한(漢)나라 경제(景帝)의 아들 중산정왕(中山靖王) 유승(劉勝)의 후예라고 되어 있다. 그는 몰락한 왕족의 후예로 어려서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와 함께 짚신과 자리를 엮어 생계를 꾸렸다. 그의 집 동남쪽 울타리 옆에는 뽕나무가 있었는데, 무성한 나뭇가지가 작은 수레 덮개와 같아 오가는 사람들이 이 나무를 기이하게 여겼다. 유비는 나뭇가지 모양을 보면서 “나는 반드시 (이런 나뭇가지 모양 같은) 깃털로 장식한 천자(天子·최고 통..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142>세이(洗耳)

洗: 씻을 세 耳: 귀 이 세속에 물들지 않고 고결한 삶을 살아가려는 의지를 비유하는 말로 기산세이(箕山洗耳), 영수세이(潁水洗耳)라고도 한다. 진대(晉代)에 황보밀(黃甫謐)이 지은 ‘고사전(高士傳)’이라는 책의 ‘허유(許由)’ 편에 나오는 말이다. ‘고사전’은 청고한 선비들의 언행과 일화를 엮은 것이다. 허유의 자는 무중(武仲)으로 양성(陽城) 괴리(槐里) 사람이었다. 그는 사리가 분명해 한 치도 흐트러짐을 보이지 않는 선비였다. 허유의 성품을 높이 평가한 요 임금은 자신의 자리를 그에게 물려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요 임금은 사신을 보내 허유가 은거하고 있는 기산(箕山)에 찾아가게 했다. 그런데 허유는 제위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더욱이 임금이 그를 구주(九州)의 수장으로 삼으려 한다는 사자의 말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