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 149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52>난군인승(亂軍引勝)

亂: 어지러울 난 軍: 군사 군 引: 끌 인 勝: 이길 승 적군이 아군의 군대를 어지럽게 하여 승리를 거머쥔다는 말로 손자병법 ‘모공(謀攻)’ 편에 나오는데 특히 장수와 군주 사이의 역할 분담에 실패하게 될 때 이런 상황이 초래된다고 했다. 손자에 의하면 군주가 장수의 일에 관여해서는 안 될 세 가지가 있으니 첫째, “군대가 진격할 수 없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진군하라는 명을 내리거나 군대가 물러나서는 안 되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물러나라는 명을 내리는 경우다(不知軍之不可以進而謂之進, 不知軍之不可以退而謂之退). 둘째, “삼군(三軍·모든 군대를 의미)의 사정을 알지 못하면서 삼군의 군정에 참여하면 군사들은 미혹되게 된다(不知三軍之事, 而同三軍之政者, 則軍士惑矣). 셋째, “삼군의 권한을 알지 못하면서 삼군..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53>애신태친 필위기신(愛臣太親, 必危其身)

愛: 사랑할 애 臣: 신하 신 太: 클 태 親: 친할 친 必: 반드시 필 危: 위태로울 위 其: 그 기 身: 몸 신 믿는 사람을 더욱 경계하라는 말로 군주의 총애를 받는 신하의 권세나 지위가 높아지면 힘의 향방이 군주에게서 신하에게로 옮아가 군주의 신변마저 위태롭게 한다는 말이다. 한비자 ‘애신(愛臣)’ 편에 나오는 말이고 보충하면 이렇다. “대신을 너무 귀하게 대우하면 반드시 군주의 자리를 바꾸려 할 것이고, 왕비와 후궁을 차등 두지 않으면 반드시 적자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며, 왕실의 형제들을 복종시키지 못하면 반드시 사직을 위태롭게 할 것이다(人臣太貴, 必易主位; 主妾無等, 必危嫡子; 兄弟不服, 必危社稷).” 한비가 예로 든 신하와 왕비와 후궁 그리고 군주의 형제들은 모두 군주의 최측근에 있는 사람들..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54>광자동주, 축자동주(狂者東走, 逐者東走)

狂: 미칠 광 者: 놈 자 東: 동녘 동 走: 달릴 주 逐: 쫓을 축 者: 놈 자 東: 동녘 동 走: 달릴 주 부화뇌동(附和雷同)이란 말과 같은 개념으로 한비자 ‘설림상(說林上)’ 편에 나온다. 한비는 이런 비유를 들었다. 노단(魯丹)이란 자가 중산(中山)의 왕에게 세 차례나 유세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금 오십 근을 풀어 왕의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 주었다. 얼마 뒤에 노단이 다시 왕을 만났을 때 미처 한마디도 하지 않았으나 왕은 이미 주위의 말을 들었던 터라 그의 유세를 들어주었다. 노단은 궁궐을 나와 숙소로 돌아가지 않고 그대로 중산을 떠나려 했다. 누군가가 이렇게 말했다. “다시 알현했을 때 당신을 잘 대해주었는데 무슨 까닭으로 떠나십니까?” 노단의 말은 이러했다. “다른 사람의 말..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55>팔간(八姦)

八: 여덟 팔 姦: 간사할 간 나쁜 신하가 군주에게 저지르는 여덟 가지 간사한 행동으로 동상(同床) 재방(在旁) 부형(父兄) 양앙(養殃) 민맹(民萌) 유행(流行) 위강(威强) 사방(四方) 등을 뜻한다. 한비자 ‘팔간(八姦)’ 편에 나온다. ‘동상’이란 잠자리를 같이하는 정실부인과 총애 받는 후궁들이 군주를 현혹시키고, 군주가 편안히 쉬려고 할 때나 만취했을 때를 틈타 원하고자 하는 일을 얻어내려는 것이다. ‘재방’은 군주의 측근들로 배우, 난쟁이, 심부름꾼 등 군주를 가까이 모시는 자들이 입에 발린 소리로 군주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을 말한다. 이들은 군주가 명령을 내리기도 전에 군주의 뜻에 영합하고 군주의 낯빛을 살펴 비위를 맞추면서 자신들의 이익을 꾀하는 자다. ‘부형’이란 친인척들로서 군주의 적자와 ..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56>향음무개빈모쇠(鄕音無改빈毛衰)

鄕: 고을 향 音: 소리 음 無: 없을 무 改: 고칠 개 빈: 귀밑머리 빈 毛: 털 모 衰: 쇠할 쇠 세월의 무상함을 뜻하는 말로 당대의 시인 하지장(賀知章)의 작품 ‘고향에 돌아온 심정을 적다(回鄕偶書)’에 나온다. 하지장은 자가 계진(季眞)이며 스스로 사명광객(四明狂客)이라 불렀으며 당 현종 때 예부시랑(禮部侍郞)이 되기도 하였으나, 만년에는 벼슬을 내던지고 고향으로 돌아가 도사(道士)가 되었다는 인물이다. 시선(詩仙) 이백(李白)을 하늘에서 적선인(謫仙人)이라고 불렀고, 현종에게 추천하기도 했으며 글씨에도 능수능란했는데, 특히 초서와 예서에 능했다. “젊어서 고향 떠나 늙어서야 돌아오니/ 시골 사투리는 변함없으되 머리털만 희었구나/ 아이들은 서로 바라보나 알아보지 못하고/ 웃으면서 어디서 온 나그네..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57>백발삼천장(白髮三千丈)

白: 흰 백 髮: 터럭 발 三: 석 삼 千: 일천 천 丈: 길 장 노인의 머리카락이 많이 자랐음을 과장되게 표현한 것으로 굴원(屈原) 이후 가장 위대한 시인으로 평가받는 시선(詩仙) 이백의 시구에 나온다. 이백은 시성 두보와 더불어 중국의 양대 산맥을 이루는 천재 시인으로, 스스로 취선옹(醉仙翁)이라고 했다. 그도 자인하듯 미치광이요, 사귄 친구만 해도 400명을 헤아린다니 호방한 성격에서 우러나온 낭만주의적 시풍이 주요한 특색이다. 하지만 서정적인 필치로 섬세한 내면을 오언절구로 남긴 사례도 적지 않다. ‘추포가(秋浦歌)’가 그러하다. 추포가는 본래 15수의 연작시다. 만년(쉰다섯 살)에 영왕(永王) 이린(李璘)의 거병에 가담한 죄로 유배됐다가 다시 사면돼 동쪽으로 와서 지었다. 모든 시행이 애수에 젖..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58>반문농부(班門弄斧)

班: 나눌 반 門: 문 문 弄: 희롱할 농 斧: 도끼 부 자신보다 실력이 현저히 앞선 대가(大家) 앞에서 분수도 모르고 잘난 체를 한다는 뜻이다. 옛날 노반(魯班)이라는 사람은 도끼를 다루는 데 뛰어난 재주가 있었다. 그러니까 노반의 집 대문 앞에서 도끼를 가지고 장난치는 일은 우습고 한심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당나라 시인 유종원(柳宗元)은 ‘왕씨백중창화시서(王氏伯仲唱和詩序)’라는 글에서 이 말을 인용했다. “반 씨와 초 씨의 문에서 도끼를 다루니, 이는 두꺼운 얼굴일 뿐이다(操斧於班楚之門, 斯强顔而).” 이 구절보다 분명한 근거는 명나라 시인 매지환(梅之渙)에 의한 것이다. 매지환이 당나라 시인 이백이 만년에 유람하던 채석강(采石江)에 갔는데, 물 속에 있는 맑고 고운 달을 보고 뛰어들었다는 이..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59>물환성이(物換星移)

物: 만물 물 換: 바뀔 환 星: 별 성 移: 옮길 이 만물은 바뀌고 세월은 흐르며, 시대와 세태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초당(初唐)시인 왕발(王勃)의 ‘등왕각(騰王閣)’에 나오는 말이다. 왕발은 초당사걸(初唐四傑)로 불리며, 왕통(王通)의 손자다. 용문(龍門) 사람으로 약관의 나이에 과거에 급제해 괵주참군(괵州參軍)을 지냈으나, 두 차례나 면직당하는 우환을 겪기도 했다. 그는 교지령(交趾令)으로 좌천된 부친을 찾아가다 27세라는 젊은 나이에 물에 빠져 죽었다. 그의 대표작 ‘등왕각’을 한번 음미해 보자. “등왕이 세운 높은 누각 장강 기슭에 서 있으되/패옥 소리와 말방울 소리에 가무는 사라졌도다/아침에는 채색된 기둥에 남포의 구름이 날고/저녁에는 구슬로 만든 발을 걷고 서산의 비를 바라본다..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60>주위상계(走爲上計)

走: 달아날 주 爲: 할 위 上: 위 상 計: 꾀 계 강적을 만나거나 곤경에 처했을 때는 맞대응하기보다 회피하거나 떠나버리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제서(齊書) 왕경칙전(王敬則傳)에 나오는 말로 주위상책(走爲上策)이라고도 한다. 남북조시대 제나라의 5대 황제인 명제(明帝)는 고제(高帝) 소도성(蕭道成)의 종질(從姪·사촌 형제의 아들)이다. 그는 천명에 따라 황제 자리에 오른 게 아니라 고제의 증손자인 3, 4대 황제를 시해하고 찬탈했다. 즉위 뒤에도 고제의 직계 혈통을 살해하는가 하면 자기 생각을 거스르는 자는 모두 사형시켰다. 명제의 포학한 행위가 계속되자 고제 이래의 옛 신하 중 불안에 떨지 않는 이가 없었다. 특히 제나라의 개국공신으로서 대사마(大司馬)요 회계태수(會稽太守)로 있던 왕경칙(王敬則)의 ..

[김원중의 한자로 읽는 고전]<60>주위상계(走爲上計)

走: 달아날 주 爲: 할 위 上: 위 상 計: 꾀 계 강적을 만나거나 곤경에 처했을 때는 맞대응하기보다 회피하거나 떠나버리는 것이 좋다는 뜻이다. 제서(齊書) 왕경칙전(王敬則傳)에 나오는 말로 주위상책(走爲上策)이라고도 한다. 남북조시대 제나라의 5대 황제인 명제(明帝)는 고제(高帝) 소도성(蕭道成)의 종질(從姪·사촌 형제의 아들)이다. 그는 천명에 따라 황제 자리에 오른 게 아니라 고제의 증손자인 3, 4대 황제를 시해하고 찬탈했다. 즉위 뒤에도 고제의 직계 혈통을 살해하는가 하면 자기 생각을 거스르는 자는 모두 사형시켰다. 명제의 포학한 행위가 계속되자 고제 이래의 옛 신하 중 불안에 떨지 않는 이가 없었다. 특히 제나라의 개국공신으로서 대사마(大司馬)요 회계태수(會稽太守)로 있던 왕경칙(王敬則)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