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139

손민수

손민수 중앙일보 서정민 스타일팀장 “아이유 이번 머리 너무 예뻐서 ( )하고 싶었는데 염색은 자신 없어서 포기함. 대신 곱창밴드 한 거 예쁘길래 ( )템으로 하나 지름.” 이 문장에서 괄호 안에 들어갈 정답은? 1번 손민수 2번 와드 3번 보구밍 4번 좋반. MZ세대 마케팅 인사이트를 제공하는 전문가 그룹 ‘캐릿’이 만들어 화제가 됐던 ‘2020 트렌드 능력고사’의 16개 질문 중 하나다. 정답은 바로 ‘손민수’. 웹툰 '치즈 인 더 트랩'에서 여주인공 홍설의 패션을 그대로 따라하는 캐릭터 '손민수'. 손민수(그림)는 2016년 tvN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던 웹툰 ‘치즈인더트랩’ 속 인물이다. 여주인공 ‘홍설’의 대학 동기로 홍설을 질투하며 그의 말투부터 패션까지 모두 따라 하는 얄미운 캐릭터다. 드라마 ..

띵언

띵언 중앙일보 서정민 스타일팀장 “이거 띵언이네요.” 지인의 SNS에서 발견한 문장이다. 앞뒤로 이어진 그들의 대화를 읽지 않은 상황이라 도무지 해석이 불가능했다. 줄임말을 잘 쓰는 밀레니얼 세대의 신조어 특성에 맞춰 의미를 짐작해봤다. ‘띵’의 국어사전 풀이는 ‘울리듯 아프고 정신이 흐릿한 느낌’이다. 그렇다면 띵언은 머리가 아프고 정신을 흐릿하게 만드는 ‘헛소리’가 아닐까. 상대가 한 말이 대꾸할 가치도 없이 들릴 때 ‘이거 띵언이네’라고 한다면 제격일 것 같다. 밀리네얼 세대가 요즘 많이 쓰는 신조어는 '띵언'이다. 자음과 모음의 조합이 '명언'과 비슷해서 같은 의미로 쓰인다. 그런데 정반대다. 띵언은 ‘명언’이라는 의미의 인터넷 신조어다. 컴퓨터 모니터에서 한글 서체를 키울수록 잘 이해되는 부분인..

슬리포노믹스

슬리포노믹스 중앙일보 서정민 스타일팀장 ‘슬리포노믹스’란 수면(sleep)과 경제학(economics)을 합친 신조어다. 각종 스트레스와 우울증으로 수면 부족을 겪고 있는 현대인이 숙면을 취하기 위해 관련 상품에 많은 돈을 지불하고 있는 소비현상을 가리킨다. 한국수면산업협회에 따르면 ‘수면의 질’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면서 국내 수면 시장 규모는 2015년 2조원에서 지난해 3조원을 넘어섰다. 흥미로운 건 침대·베개·이불·매트리스 같은 기본 침구 외에도 침실의 온도·공기·조명 등 수면 환경을 개선해주는 상품에도 관심이 점차 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 제품의 효율성을 높인 기술 개발, 아이디어 상품들도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은은한 조명으로 숙면을 유도하는 '룸앤홈'의 LED 히든 조명. 온라인 쇼핑..

흘깃족

흘깃족 중앙일보 서정민 스타일팀장 누군가 당신의 휴대폰을 훔쳐보고 있다? 영화 포스터 같은 이 문구는 실제로 우리 주변에서 매일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빗댄 표현이다. 사람들로 꽉 찬 출퇴근길, 버스·지하철 같은 대중교통 안에서 누군가의 시선이 내 휴대폰으로 향하고 있다 느꼈다면, 옆에 서 있는 그가 바로 ‘흘깃족’(그림)이다. 흘깃족의 출현은 최근 일이 아니다. 10년 전만 해도 출퇴근길 대중교통 안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종이신문을 봤고, 때문에 종종 신경전이 벌어졌다. ‘내돈내산(내 돈 주고 내가 산)’ 신문을 누군가 공짜로 힐끔거릴 때 느껴지는 불쾌감, 신문 펼친다고 양팔 쫙 벌린 사람에게 공간을 뺏긴 불편함이 이유였다. 참고로 중앙일보가 2009년 도입한 베를리너 판형(32.3×47㎝)은 대판과 타..

시밀러 룩

시밀러 룩 중앙일보 서정민 스타일팀장 신혼여행이 한창인 요즘, 유명 관광지마다 옷을 맞춰 입은 커플룩 차림의 신혼부부를 쉽게 만날 수 있다. 과거 커플룩의 공식이 동일한 브랜드, 동일한 디자인의 옷을 남녀만 구분해 입는 것이었다면 밀레니얼 세대는 쿨하고 세련된 느낌의 ‘시밀러 룩’을 더 선호한다. 영어단어 시밀러(similar)의 뜻은 비슷한, 유사한, 닮은, 같은 종류의… 등이다. 즉, 시밀러 룩이란 연인끼리 또는 부부끼리 옷을 맞춰 입을 때 오차 없이 똑같은 것을 선택하는 대신, 색감이나 무늬 또는 소재를 비슷하게 맞춰서 통일된 느낌을 살리는 스타일이다(사진). 남자친구가 스트라이프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었다면, 여자친구는 스트라이프 원피스를 입는 식이다. 요즘 유행하는 ‘청청 패션(청바지에 청재킷을 ..

꾸꾸꾸

꾸꾸꾸 중앙일보 서정민 스타일팀장 올해의 패션 키워드를 하나만 꼽으라면 단연 ‘꾸안꾸’다. ‘꾸민 듯 안 꾸민 듯’의 줄임말로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원마일 웨어’라는 유행어까지 파생시켰다. 원마일 웨어란 집에서 입던 차림 그대로 1마일(1.6㎞) 반경의 미팅·산책·운동을 나갈 때 입기 좋은 옷차림을 말한다. 화려하게 꾸미거나 격식을 갖출 필요가 없어 컬러와 디자인은 심플하고, 편안함과 활동성은 강조한 옷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요즘 길거리에서 많이 볼 수 있는 트레이닝복, 스웨트셔츠, 레깅스가 대표적이다. 가수 나훈아의 2020년 추석공연 무대의상. 사진 인터넷 캡처 그렇다면 비둘기 울음소리를 닮은 ‘꾸꾸꾸’는 뭘까. 꾸안꾸와는 대척점에 있는 말로 ‘꾸며도 꾸질꾸질’의 줄임말이다. ..

무물

무물 중앙일보 서정민 스타일팀장 ‘무물(또는 무물보)’은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의 줄임말이다. 중년 이상이라면 1983년 시작한 동명의 최장수 생활정보 TV프로그램이 먼저 떠오르겠지만, MZ세대에게 ‘무물’은 이미지 기반의 SNS인 인스타그램에서 해시태그(#) 검색 시 자주 쓰는 용어로 더 익숙하다. 정확히는 Q&A 기능의 이름이다. 계정 주인이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 코너에 ‘무엇이든 물어보라’고 게시물을 올리면, 팔로어들은 평소 그에게 궁금했던 질문을 하고, 계정 주인은 각각의 질문에 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다양한 사진들을 통해 라이프 스타일 ‘취향 공동체’가 된 팔로어와 계정 주인이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는 어색함과 불편함은 피하고, 적당히 거리를 두면서도 조금 더 밀접한 관계는 유지할 수 있..

불멍·소리멍

불멍·소리멍 중앙일보 서정민 스타일팀장 캠핑장 모닥불 앞에서 따뜻하게 ‘불멍’, 거실 어항 옆에서 아늑하게 ‘물멍’, 산에 올라서 시원하게 ‘산멍’. 코로나19가 몰고 온 새로운 힐링 트렌드다. 한마디로 마냥 ‘멍 때리면서’ 스트레스는 날리고 ‘마음챙김’은 하자는 얘기다. 뭔가를 보며 하는 시각적 멍 때리기만 있는 건 아니다. 최근 ‘나혼자 산다’ ‘여름방학’ 등 TV 예능 프로그램에 등장해(사진) 인기 상승 중인 ‘소리멍’도 있다. 노래하는 그릇 ‘싱잉볼’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청동 또는 크리스털 소재의 싱잉볼을 나무 막대기로 치면 ‘웅~’ 하는 잔음이 30~40초 길게 이어진다. 이때 눈을 감고 소리가 인도하는 대로 머릿속을 걷다 보면 어느새 몸도 호흡도 편안하게 이완된다고 한다. MBC 예능 프로그..

뼈 때린다

뼈 때린다 중앙일보 입력 2020.11.12 00:09 지면보기지면 정보 서정민 기자중앙일보 부데스크 서정민 스타일팀장 어이없고 터무니없는 일을 당했을 때 흔히 ‘골 때린다’는 표현을 쓴다. 황당하다는 말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신조어 중 어감이 비슷한 ‘뼈 때린다’가 있다. ‘뼈’의 한자어는 ‘골(骨·뼈 골)’. 그렇다면 ‘골 때린다’와 ‘뼈 때린다’는 같은 뜻일까. 표준국어사전에 따르면 ‘골’에는 수십 가지 다른 의미가 있다. 그중 6번째 의미가 ‘중추 신경 계통 가운데 머리뼈 안에 있는 부분. 대뇌·사이뇌·소뇌·중간뇌·숨뇌로 나뉜다’이다. 즉, 이때의 골은 뇌를 가리킨다. 골이 아프다, 골을 싸매고 앓고 있다 등의 표현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롯데푸드'의 마늘퐁닭 순살치킨. 반면 ‘뼈 때린다’는 ..

책임 다운 기준

책임 다운 기준 중앙일보 서정민 스타일팀장 한겨울 방한용품으로 인기 있는 패딩 점퍼를 ‘다운 재킷(Down Jacket)’이라고도 부른다. 이때 ‘다운’은 오리·거위 등 조류의 가슴 솜털 또는 깃털 밑에 난 잔털을 말한다. 그런데 이 다운 채취 방법이 참 잔인하다. 살아 있는 오리나 거위의 털을 뽑기 때문이다. 동물 학대를 반대하는 윤리적 소비자가 늘면서 올겨울엔 ‘RDS(Responsible Down Standard·책임 다운 기준)’ 인증 제품들이 대거 선보였다. 살아 있는 동물의 털 채취, 강제 급식 등 동물 학대 관련 행위 없이 윤리적 방법으로 생산된 다운 제품에만 발행되는 인증마크다. 이 경우 많은 브랜드가 식품용으로 사육·도축되는 오리·거위의 부산물(털)을 모아 충전재로 사용한다. 2014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