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139

다꾸족

다꾸족 중앙일보 서정민 스타일팀장 지난 7일부터 22일까지 서울 홍대 인근에서 재밌는 전시가 열렸다. 제목은 ‘아임 디깅(I’m digging)’. 마케터, 음악가, 일러스트레이터, 목수, 디자이너 등 여러 분야에서 일하는 17명이 100일 동안 자신의 관심사를 기록한 노트를 전시하는 자리였다. 대기업 마케터는 자신의 일을, 브랜드 디자이너는 평소 들었던 음악을, 등산 마니아는 그동안 정복한 산에 관한 정보를 빼곡하게 정리한 모습이 보기 좋았다. ‘디깅’은 땅을 깊게 파 내려간다는 뜻. 전시를 기획한 ‘소소문구’ 유지현 대표는 “노트 한 권에 100일간 자신의 관심사를 기록하다 보면 누구나 나만의 금광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문구 브랜드 소소문구가 기획한 ‘아임 디깅’ 전시 노트 중 하나. 마..

힙지로

힙지로 중앙일보 서정민 스타일팀장 을지로 3가역을 중심으로 한 일대를 밀레니얼 세대는 ‘힙지로’라고 부른다. 개성 있고 최신 유행에도 밝다는 뜻의 ‘힙(hip)’과 을지로의 ‘지로’가 합쳐진 신조어다. 노가리골목, 골뱅이골목, 인쇄소골목 등으로 이어진 힙지로에서 핫 플레이스를 찾으려면 “길 찾기 어렵네” “찾고 보니 반전가게” “역시 찾아올 만했네” 세 가지 탄성이 절로 나온다. 비슷비슷한 골목들은 다시 찾아올 수 없을 만큼 꼬불꼬불 얽혀 있다. 지도 앱을 좌우로 뒤집어가며 겨우 찾은 후에는 ‘여기 맞아?’ 어리둥절. 낡고 허름한 빌딩들은 좁고 어둑어둑한 층계를 올라가 직접 문을 열기 전까지는 안에 무엇을 숨겼는지 쉽게 알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일단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전혀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일명 ..

5R

5R 중앙일보 서정민 스타일팀장 개념 있는 젊은 층에서 최근 인기 있는 핫 플레이스는 카페도 식당도 아닌 ‘리필 스테이션’(사진)이다. 샴푸·린스·바디워시·보습제 등의 화장품, 세탁·주방 세제 등의 생활용품을 대용량 통으로 들여놓고 고객이 집에 있는 플라스틱 통을 가져오면 다시 채워서 판매하는 곳이다. 지난 6월 문을 연 마포구 망원동의 ‘알맹상점(껍데기 없이 알맹이만 판다는 의미)’, 9월에 문을 연 이마트 ‘에코 리필 스테이션’, 10월에 판매를 시작한 아모레퍼시픽 ‘리필 스테이션’이 대표적이다.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위치한 알맹상점. 장진영 기자 리필 스테이션의 컨셉트는 쓰레기 없는 세상을 만들자는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다. 버려진 쓰레기들로 인해 매립지에서 ..

얼죽아·얼죽코

얼죽아·얼죽코 중앙일보 서정민 스타일팀장 아침 기온이 영하 11도까지 내려가도 두터운 패딩 점퍼 대신 얇은 코트만 입기를 고집하는 사람들이 있다. 일명 ‘얼죽코’, 얼어 죽어도 코트 입기를 포기 못 한다는 사람들이다. 이유는 ‘핏(fit)’이 안 살기 때문이다. 두툼한 패딩 점퍼는 이불을 두른 듯 온몸을 따뜻하게 감싸주지만, 옷 입은 태는 뚱뚱한 항아리 같다. 안에 슈트까지 갖춰 입는다면 캐주얼한 나일론 패딩 점퍼보다는 클래식한 캐시미어·울 코트를 입었을 때가 훨씬 세련돼 보인다. 아이스 아메리카노. [중앙포토] 얼죽코는 ‘얼죽아’에서 파생된 신조어다. 얼어 죽어도 아이스커피(사진)를 포기할 수 없다는 사람들. 그냥 있어도 입술이 덜덜 떨리는 날씨지만 아이스커피를 마시면서 얼음까지 오독오독 씹어 먹어야 ..

할메니얼

할메니얼 중앙일보 서정민 스타일팀장 ‘할메니얼’은 올해 식품 업계에서 유행한 용어로 할매 입맛과 밀레니얼 세대를 합친 신조어다. 소시지·햄·떡볶이 등 자극적인 단짠을 즐기는 경향이 ‘초딩 입맛’, 국밥·해장국 등 시원하고 얼큰한 맛을 좋아하는 취향이 ‘아재 입맛’이라면 할매 입맛은 심심하지만 건강한 맛이 특징이다. 흑임자·쑥·단호박·순두부 등 부드러운 질감, 자극적이지 않은 맛, 몸에 좋다고 알려진 할머니의 ‘최애’ 식재료들을 활용한 제품들이 밀레니얼 세대의 입맛을 사로잡으면서 유행하고 있다. 성수동의 쌀 디저트 카페 ‘소소하게’에서 만든 할메니얼 메뉴. [사진 인스타그램] 빙그레의 ‘비비빅 더 프라임 쑥’ ‘흑임자 투게더’, 해태제과의 ‘쌍쌍바 미숫가루’, CU와 롯데제과가 함께 내놓은 ‘쑥떡쑥떡바’ ..

랜선 송년회

랜선 송년회 중앙일보 서정민 기자 코로나19로 지난 23일부터 수도권에서 5인 이상 모임이 모두 금지됐다. 기업 회식은 물론, 미리 잡아놓았던 사적 약속들이 줄줄이 취소되는 상황. ‘혼송(혼자 보내는 송년회)’이라는 표현이 나올 법도 한데 젊은 세대는 ‘혼자 또 따로 같이’ 송년 모임을 가질 방법을 찾아낸 듯하다. 바로 ‘랜선 송년회’다. 집에서 각자 술과 음식을 준비하고 컴퓨터나 휴대폰 앞에서 지인들과 함께 화상모임을 갖는 방법이다. SNS 상에는 랜선술자리, 온라인술자리, 온라인음주회, 랜선회식 등의 해시태그(#)를 단 인증샷이 줄줄이 올라오고 있다. 이 중에는 흥미로운 랜선 송년회를 보낼 수 있도록 꿀팁을 알려주는 경우도 있다.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방법 하나를 예로 들면 이렇다. 1 노트북·휴대폰 ..

오하운

오하운 중앙일보 서정민 중앙컬처앤라이프스타일랩 차장 오하운은 ‘오늘하루운동’의 줄임말이다.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가 책 『트렌드 코리아 2021』을 통해 제시한 올해의 트렌드 키워드 10개 중 하나로, 운동의 일상화를 의미한다. 실제로 지난해 각종 파생어를 낳았던 유행어 ‘○린이’들은 대부분 몸을 움직이는 운동 분야에서 집중적으로 사용됐다. ‘린이’는 ‘어린이’에서 따온 말로 해당 분야의 초보를 뜻한다. 중앙선데이가 지난해 11월 17일 기준으로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를 검색한 결과 헬린이(헬스 하는 린이·134만), 자린이(자전거·5만2000), 등린이(등산·4만5000), 산린이(산 오르기·2만1000·사진), 수린이(수영·2만5000), 필린이(필라테스·2만2000), 폴린이(폴댄스·2만100..

서브병

서브병 중앙일보 서정민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차장 ‘서브병’은 드라마·영화 등에서 주연보다 조연에게 더 호감을 느끼는 현상을 일컫는 신조어다. 특히 남자배우들을 향한 여성 시청자의 팬심이 강하다. 멜로드라마의 법칙대로라면 남자 조연은 남자주인공(남주)의 친구 또는 라이벌로 등장해 극적 긴장감과 웃음을 선사하는 역할이다. 하지만 서브병 유발자들은 남주에게 쏟아져야 할 스포트라이트를 빼앗아 간다. 인기 드라마 속 계보를 떠올리면 ‘가을동화’의 한태석(원빈), ‘상속자들’의 최영도(김우빈), ‘미스터 션샤인’의 구동매(유연석), ‘스타트업’의 한지평(김선호 분) 등이 대표적이다. 일본 아사히TV가 1976년 제작한 애니메이션 ‘들장미 소녀 캔디’의 등장인물 중 한 명인 '스테아'는 장난기 많고 속 깊은 캐릭..

일코

일코 중앙일보 서정민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차장 지난 1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알페스’ 이슈로 아이돌 팬 문화에 대한 논란이 커졌다. 알페스는 ‘리어 퍼슨 슬래시(Real Person Slash)’의 약자인 RPS를 우리말 발음으로 읽은 것으로 10~20대 아이돌 멤버들을 성적 대상으로 삼은 이야기 또는 그림을 말한다. 스타를 주인공으로 쓰는 ‘팬픽션’이 도를 넘어선 알페스 이슈는 강력한 법적 제재 방법과 함께 건강한 팬 문화를 고민케 한다. ‘일반인 코스프레’의 줄임말인 ‘일코’는 인기 아이돌의 팬이지만 전혀 관심 없는 일반인처럼 지내는 성인들의 태도를 일컫는다. 좋아하는 아이돌 이야기가 나와도 모르는 척, 휴대폰과 SNS에는 얼굴 사진 대신 꽃·동물·장소 등 ‘찐팬’끼리만 아는 상징..

스니커테크

스니커테크 중앙일보 서정민 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차장 최근 트위터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식 때의 영상 하나가 화제가 됐다. 에이미 클로버샤 민주당 상원의원의 연설장면이었는데, 정작 시선을 주목시킨 건 클로버샤가 아니라 그녀 뒤로 계단을 내려오는 누군가의 운동화였다. 나이키 에어 조던1 하이 OG 디올(사진). 나이키와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이 지난해 에어 조던 운동화 출시 35주년과 미국에서의 첫 번째 디올 남성 컬렉션 론칭을 기념하기 위해 협업한 제품이다. 출시 정가는 2000~2200달러(221만~243만원)였지만, 전 세계적으로 4700족만 한정 판매됐기 때문에 국내외 리세일(resale·재판매) 시장 거래가는 1700만원까지 치솟았다. 2020년 나이키와 프랑스 명품 브랜드 디올이 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