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874

[분수대] 장티푸스 메리[출처: 중앙일보]

하현옥 복지행정팀장 1906년 8월27일 상류층의 여름 별장 마을인 미국 롱아일랜드 오이스터 베이. 이곳에서 여름을 지내던 뉴욕 은행가 찰스 워런의 집안 식구 절반이 장티푸스에 걸린다. 원인을 찾아 나선 위생 기사 조지 소퍼는 장티푸스 발생 3주 전 새로운 요리사가 일을 시작했고, 가족들이 병에 걸리자 갑작스레 일을 그만둔 데 주목했다. 하지만 요리사의 소재는 찾을 수 없었다. 퍼즐이 맞춰진 건 6개월 뒤다. 뉴욕 파크 애버뉴의 한 상류층 가정에서 장티푸스 환자가 발생했다. 공통분모는 요리사 메리 말론이었다. 더 충격적인 사실은 메리가 10년간 일했던 모든 집에서 장티푸스가 발생했다는 사실이었다. 검사 결과 메리는 이른바 ‘건강한 보균자’였다. 장티푸스를 앓은 뒤 회복됐지만 몸에는 장티푸스균이 활동하며 ..

분수대 2021.01.30

[분수대] 이태원[출처: 중앙일보]

##_Image|kage@dbHLO3/btqVhudLkVP/FBuKCkZpdwtCqKxptxHKKk/img.jpg|alignCenter|data-origin-width="0" data-origin-height="0" data-type="article" data-src="https://pds.joins.com/news/component/htmlphoto_mmdata/202005/15/2b8e367a-096c-4781-ac6d-ef7f29d88c3d.jpg" data-ke-mobilestyle="widthContent"|||_##] 장혜수 스포츠팀장 공무 목적으로 여행하는 관리 등에게 마필과 숙식을 제공하기 위해, 조선 시대 주요 길목에 설치했던 시설이 역원(驛院)이다. 마필을 공급하는 곳이 역, 숙식이 원..

분수대 2021.01.30

[분수대] 나바호[출처: 중앙일보]

박진석 사회에디터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동쪽으로 한참을 달려가다 보면 광활한 홍토지(紅土地)가 모습을 드러낸다. 지평선을 꿰뚫을 듯이 날카롭게 솟아있는 초대형 비석 모양의 붉은 사암 기둥들은 보는 이의 시선을 압도한다. ‘역마차’(1939) ‘수색자’(1956) ‘옛날 옛적 서부에서’(1968) 등 서부 영화의 단골 배경으로 익숙한 모뉴먼트 밸리(Monument Valley)다. 미국인의 ‘마음의 고향’인 이곳은 역설적이게도 존 웨인과 같은 백인의 총에 무수히 쓰러졌던 북미 원주민, 그중에서도 나바호족(族)의 터전이다. 7만1000㎢에 이르는 미국 최대 원주민 보호구역 ‘나바호 자치국’(Navajo Nation)이 이 신령스러운 공간을 품고 있다. 나바호족 인구는 자료에 따라 9만~20만명까지 들쭉날쭉하..

분수대 2021.01.30

[분수대] 밈(meme)[출처: 중앙일보]

장혜수 스포츠팀장 티끌 모아 태산이라 했던가. 하루 한 번씩 2년 넘게 모은 ‘깡’이 ‘1천만 깡’이 됐다. 요즘 화제인 ‘1일 1깡’ 얘기다. ‘깡’은 2017년 12월, 가수로 컴백하던 비(정지훈)가 내놓은 미니앨범 ‘마이 라이프애’(MY LIFE愛)의 타이틀곡이다. ‘1일 1깡’은 유튜브에서 하루 한 번씩 이 노래 뮤직비디오를 본다는 뜻이다. 조회 수가 23일 1천만 회를 돌파했다. 사실 발표 직후 이 곡에는 혹평이 쏟아졌다. 음원 사이트 순위에서도 고전했다. 곧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졌다. 유튜브에서 작은 움직임이 생겼다. 배경은 댓글이었다. 시작은 조롱이었다. 그런데 대중이 그 조롱 댓글을 즐겼다. 심지어 인터넷 게시판 등으로 댓글을 퍼 나르고 공유했다. 뮤직비디오 조회 수가 점차 증가했다. 언제..

분수대 2021.01.30

[분수대] NGO[출처: 중앙일보] [분수대] NGO

박진석 사회에디터 전설이 된 퀀텀펀드의 공동 설립자 짐 로저스는 여러모로 독특한 인물이다. 오토바이와 자동차로 두 차례나 세계를 누볐다는 점도 차별화 요소다. 그 행로를 정리한 두 권의 여행기(『월가의 전설 세계를 가다』 『어드벤처 캐피털리스트』) 역시 별스럽다. 방문지의 경제 효율성 저해 요인을 지적한 여행기는 흔히 볼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그 저해 요인에 선진국과 비정부기구(NGO)가 포함됐다는 점도 눈길을 끌었다. 이들의 ‘영혼 없는 원조’가 아프리카의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켜 경제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원조 물품의 상당량이 빼돌려져 독재자와 중간 상인의 배만 불리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곁들였다. 특히 NGO에 대한 비판은 신랄하다. “이들은 에어컨이 나오는 사륜구동 자동..

분수대 2021.01.30

[분수대] 이항대립의 정치[출처: 중앙일보]

강기헌 산업1팀 기자선(善)과 악(惡). 좌와 우. 언어학자 페르디낭 드 소쉬르는 언어는 대립하는 의미구조란 이항대립을 통해 형성된다고 봤다. 선을 정의하기 위해선 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선과 악은 대립할수록 각자의 의미가 뚜렷해진다. 그런 점에서 이분법과는 차이가 있다. 언어학에서 시작된 이항대립은 문화인류학으로 건너갔다.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인간의 문화 구조 바탕에 이항대립이 깔렸다고 주장했다. 신호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의미는 대비에 의존한다. 신호등의 빨간불과 초록불은 각각 정지와 직진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빨간불만으론 신호체계를 만들 수 없다는 뜻이다. 그의 지적처럼 이항대립의 뿌리는 깊다. 단군신화 등 신화 곳곳에 포진해 있다. 사람이 되기를 포기한 호랑이가 있었기에 웅녀(熊女..

분수대 2021.01.30

[분수대] 회고록[출처: 중앙일보]

장혜수 스포츠팀장 조선 22대 임금 정조는 즉위 직후인 1776년 외종조부(작은 외할아버지) 홍인한을 여산(전북 익산)에 유배했다. 이어 고금도에 위리안치했다가 사사(賜死)했다. 아버지 사도세자 죽음이 자신의 외가인 풍산 홍씨 가문, 특히 홍인한 때문이라고 여겼다. 정조 재임기 풍산 홍씨는 서서히 몰락했다. 정조의 어머니 혜경궁 홍씨는 1795년(정조 19년) 자신과 친정 얘기로 회고록을 쓰기 시작했다. 『한중록』(閑中錄 또는 恨中錄)이다. 친정의 억울함을 풀려는 목적에서 썼다. 목적 없이, 그냥 회고만 하려고 쓰는 회고록은 세상에 없다. 회고록은 문학작품이 된다. 성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장 자크 루소의 『참회록』, 레프 톨스토이의 『나의 참회』 등이 대표적이다. 윈스턴 처칠은 제2차 세계대전 ..

분수대 2021.01.30

[분수대] 의문사[출처: 중앙일보]

박진석 사회에디터 2000년 10월의 마지막 날 서울의 한 여관방에서 중년 사내가 사체로 발견됐다. ‘정현준 게이트’에 연루돼 수배 중이던 금융감독원 국장이었다. 그는 옷걸이에 묶은 나일론 줄을 이용해 세상을 등졌다. 난리가 났다. 그는 로비스트들과 정·관계 ‘윗선’ 간의 핵심 연결고리로 지목된 인물이었다. 줄을 매달았던 옷걸이 높이가 키 높이 정도에 불과했다는 점이나 유서를 통한 비리 혐의 부인(否認)과 실제 행동 사이의 괴리감 등은 의혹을 눈덩이처럼 키웠다. 자살을 가장한 타살 아니냐는 시선이 감지됐지만 거기까지였다. 그가 사라지면서 수사는 흐지부지됐다. 이 사건은 20세기까지만 해도 민주 투사들에게나 사용됐던 ‘의문사’라는 단어의 세속 하방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정의기억연대 마포 쉼터 손모 소장의 ..

분수대 2021.01.30

[분수대] 커런트 워[출처: 중앙일보]

이동현 산업1팀 차장영화 ‘커런트 워(The Current War·2017)’는 현대 전기 기술의 선구자인 토머스 에디슨(1847~1931)과 니콜라 테슬라(1856~1943)의 전기 전송 방식을 둘러싼 경쟁을 그린 작품이다. 직류 방식을 신봉했던 에디슨과 교류 방식의 효율성을 주장했던 테슬라는 불꽃 튀는 경쟁을 벌였는데 교류 방식을 채택한 웨스팅하우스가 1893년 시카고 만국박람회 전기사업권을 따내면서 테슬라의 승리로 끝났다. 1895년 나이아가라 폭포 수력발전소의 전송 역시 교류 방식이 선정됐다. 하지만 ‘타고난 사업가’였던 에디슨은 수백 개의 특허를 보유하면서 백만장자로 여생을 마친 반면, ‘괴짜 과학자’로 여겨진 테슬라는 불행한 말년을 보냈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 같은 명언을 남긴 에디슨은 ..

분수대 2021.01.30

[분수대] 보이콧[출처: 중앙일보]

장혜수 스포츠팀장 찰스 C. 보이콧(Charles C. Boycott, 1832~97)은 아일랜드 주둔 영국군 대위였다. 제대 후 복무지 아일랜드에서 영국인 대지주의 재산관리인으로 일하게 됐다. 19세기 아일랜드 농민의 삶은 피폐했다. 1840년대 감자 역병에 따른 대기근으로 굶어 죽는 이가 속출했다. 그 와중에도 대지주의 농지 임차료는 비쌌다. 보이콧도 횡포를 심하게 부렸다. 1880년 아일랜드토지연맹은 임차인 권리 운동을 벌였다. 공정한 임차료(Fair rent), 임차권 보장(Fixity of tenure), 농작물 자유 거래(Free sale) 등을 주장했다. 보이콧은 소작인 중 운동에 동참한 이들을 쫓아냈다. 일은 예상치 못한 쪽으로 전개됐다. 지역 주민이 일제히 보이콧에 등을 돌렸다. 농민은 ..

분수대 2021.0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