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예전 한 원님이 늘 술에 절어 지냈다. 감사가 인사고과에 이렇게 썼다. '술 깬 날도 취해 있다(醒日亦醉).' 해마다 6월과 12월에 팔도 감사가 산하 고을 원의 성적을 글로 지어 보고하는데, 술로 인한 실정이 유독 많았다. "세금 징수는 공평한데, 술 마시는 것은 경계해야 마땅하다(斛濫雖平, 觴政宜戒)." "잘 다스리길 원하지 않는 것은 아니나, 이 술버릇을 어이하리(非不願治, 奈此引滿)." 정약용이 '다산필담(茶山筆談)'에서 한 말이다. '상산록(象山錄)'에서는 또 이렇게 썼다. '술을 즐기는 것은 모두 객기다. 세상 사람들이 잘못 알아 맑은 운치로 여긴다. 이것이 다시 객기를 낳고, 오래 버릇을 들이다 보면 술 미치광이가 되고 만다. 끊으려 해도 끊을 수가 없으니 진실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