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위당 정인보 선생 일가의 한글 편지를 모아 펴낸 '한글로 쓴 사랑, 정인보와 어머니'를 읽었다. 그 모친의 편지 한 대목. "어느 누가 아들이 없으랴만 남다른 자식을 이 겨울철에 내어놓고 잠자고 밥 먹고 똑같이 지내니, 사람의 욕심이 흉하지 아니하냐. 밤낮 안타까운 마음뿐이다." "지금 들으니 네가 그저 방 속에 누워 있더라고 하니, 앓는 것을 속이는 것인지 간장이 녹을 지경이다. 빨리빨리 바른대로 편지 부쳐 쾌차한 것을 알게 하여라." 사연도 사연이려니와 그 낡은 종이쪽을 오롯이 간직한 그 정성이 놀랍다. 책 앞쪽에 40수의 '자모사' 시조 연작이 실렸다. 고교 시절 배운 글이라 왈칵 반갑다. 그중 제5수. "반갑던 님의 글월 설음될 줄 알았으리. /줄줄이 흐르는 정 상기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