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옛 전시도록을 뒤적이는데, 추사의 대련 글씨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옆에 쓴 글씨의 사연이 재미있다. "유산(酉山) 대형이 시에 너무 빠진지라, 이것으로 경계한다(酉山大兄淫於詩, 以此箴之)." 유산은 다산의 맏아들 정학연(丁學淵)이다. 아버지가 강진으로 유배간 뒤, 그는 벼슬의 희망을 꺾었다. 다산은 폐족(廢族)이 된 것에 절망하는 아들에게 학문에 더욱 힘쓸 것을 주문했지만, 그는 학문보다 시문에 더 마음을 쏟았다. 추사는 그와 막역한 벗이었다. 추사가 정학연에게 써준 시구는 이렇다. "구절을 얻더라도 내뱉지 말고, 시 지어도 함부로 전하지 말게(得句忍不吐, 將詩莫浪傳)." 마음에 꼭 맞는 득의의 구절을 얻었더라도, 꾹 참고 배 속에만 간직하고, 흡족한 시를 지었다 해도 세상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