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김굉필(金宏弼·1454~1504)의 초립(草笠)은 연실(蓮實)로 갓끈의 영자(纓子)를 달았다. 조용한 방에 들어앉아 깊은 밤에도 책을 읽었다. 사방은 적막한데 이따금 연실이 서안(書案)에 닿으면서 가볍게 울리는 소리가 밤새 들렸다(輕輕有聲). 스승 김종직(金宗直)이 산림의 중망(重望)을 안고 이조참판에 올랐지만, 막상 아무 하는 일이 없었다. 김굉필이 시 한 수를 지어 올렸다. "도란 겨울에 갖옷 입고 여름에 얼음 마심이니, 개면 가고 비 오면 멈춤을 어이 능력 있다 하리. 난초 만약 세속을 따르면 종당엔 변하리니, 소는 밭 갈고 말은 탄단 말 그 누가 믿으리오道在冬裘夏飮氷, 霽行潦止豈全能. 蘭如從俗終當變, 誰信牛耕馬可乘)." 시의 뜻은 이렇다. "선생님! 대체 이게 뭡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