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만년의 추사가 말똥말똥 뜬눈으로 밤을 새우다 닭 울음소리를 들었다. "젊어서는 닭 울어야 잠자리에 들었더니, 늙어지자 베개 위서 닭 울기만 기다리네. 잠깐 사이 지나간 서른 몇 해 일 가운데, 스러졌다 말 못 할 건 꼬끼오 저 소리뿐(年少鷄鳴方就枕, 老年枕上待鷄鳴. 轉頭三十餘年事, 不道消磨只數聲)." 제목이 '청계(聽鷄)'다. 1, 2구의 엇갈림 속에 청춘이 다 녹았다. 소중한 사람은 내 곁을 떠나고 없고, 닭 울음소리만 변함없이 내 곁을 지킨다. 젊은 시절엔 책 읽고 공부하느라 밤을 새우고 새벽닭 소리를 신호 삼아 잠자리에 들곤 했다. 이제 늙고 보니 초저녁 일찍 든 잠이 한밤중에 한번 깨면 좀체 다시 잠을 이루지 못한다. 먼동이 어서 트기만을 기다리지만 밤은 어찌 이리도 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