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명나라 도륭(屠隆)의 '명료자유(冥寥子游)'는 관리로 있으면서 세상살이 눈치 보기에 지친 명료자가 상상 속 유람을 떠나는 이야기다. 그는 익정지담(匿情之談)과 부전지례(不典之禮)의 허울뿐인 인간에 대한 환멸과 혐오를 토로하며 글을 시작한다. 익정지담은 정을 숨긴, 즉 속내를 감추고 겉꾸며 하는 대화다. 그 설명은 이렇다. "주인과 손님이 큰절로 인사하고 날씨와 안부를 묻는 외에는 한마디도 더하지 않는다. 이제껏 잠깐의 인연이 없던 사람과도 한번 보고는 악수하고 걸핏하면 진심을 일컫다가 손을 흔들고 헤어지자 원수처럼 흘겨본다. 면전에서 성대한 덕을 칭송할 때는 백이(伯夷)가 따로 없더니 발꿈치를 돌리기도 전에 등지는 말을 하자 흉악한 도적인 도척(盜蹠)과 한가지다." 부전지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