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유엽갑(柳葉甲)은 버들잎 모양의 쇠미늘을 잘게 꿰어 만든다. 한 곳이 망가지면 쉬 흐트러져 쓰기가 어려웠다. 인조 때 대신들이 청나라의 제도에 따라 갑옷을 고쳐 만들 것을 건의했다. 임금은 새 갑옷이 예전 것보다 갑절이나 낫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굳이 있는 것을 훼손해가며 개조할 필요가 있느냐고 되물었다. 국고의 낭비를 염려해서다. 방물로 납입되는 갑옷이 도무지 쓸모가 없으니 이 문제의 해결이 먼저라며 이렇게 말했다. "속담에 '관가 돼지가 배 앓는다(官猪腹痛)'고 했다. 누가 자주 기름을 칠하고 잘 보관해서 오래 사용하려 하겠는가?" 그러자 이시백이 자신도 이 갑옷을 하사받았는데 너무 무거워 입을 수가 없었다며 수긍했다. 예전 갑옷은 가볍고 보관이 용이해 가끔 기름칠만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