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304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54> 晉獻公

진나라 진(日-6) 바칠 헌(犬-16) 제후 공(八-2) 춘추시대에 주 왕실이 유명무실해지자 제후들은 서로 覇權(패권)을 차지하여 천하를 호령하려 했다. 그러나 패권을 차지한 제후는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했다. '순자'에 따르면, 제나라 환공, 晉(진)나라 文公(문공), 楚(초)나라 莊王(장왕), 吳(오)나라 闔閭(합려), 越(월)나라 구천(句踐) 등이 고작이다. 패권을 차지하여 패자가 되는 일이 실로 어려웠음을 뜻한다. 설령 패자가 되었더라도 당사자들이 죽은 뒤에는 패권을 잃었고, 심지어는 나라가 혼란에 휩싸이거나 쇠망의 길로 접어들기도 했다. 平天下(평천하)는 제쳐두고라도 治國(치국)조차 쉽지 않았던 것이다. 그 까닭은 평천하나 치국에만 마음을 두고, 평천하나 치국에 앞서 해야 할 일을 몰랐거나 간과..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53> 八條目

여덟 팔(八-0) 가지 조(木-7) 눈 목(目-0) 2-1을 이렇게 나타낼 수 있다. "평천하(平天下)←치국(治國)←제가(齊家)←수신(修身)←정심(正心)←성의(誠意)←치지(致知)←격물(格物)." 이를 흔히 '대학의 八條目(팔조목)'이라 한다. 그런데 반드시 이 순서대로 마음공부나 몸가짐, 행위 따위가 이루어진다고 여겨서는 곤란하다. 순서를 말한 것은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한 것일 뿐, 이 순서가 절대적은 아니다. 만약 순서대로 해야 한다면, 왕실에서 태어나 어려서 태자로 책봉되더라도 수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왕위를 물려받을 수 없다는 뜻이 된다. 이래서는 왕위를 이을 자가 거의 없을 것이다. 군주가 아니더라도 선비가 되어 학문을 해서 세상에 뜻을 펴려는 사람도 이 순서를 지켜야 한다면, 아마 대부분..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52> 平天下

고루 다스릴 평(干-2)하늘 천(大-1)아래 하(一-2) 1-1에서 1-3까지는 '大學之道(대학지도)'에서 시작하여 '近道(근도)'에서 끝맺었다. "밝은 덕을 밝히는 일"에서 시작하여 "앞서 할 것과 뒤에 할 것을 잘 아는 일"까지 정치의 큰 얼개를 제시한 셈이다. 2-1부터는 '대학지도'를 비교적 자세하게 풀어간다. 2-1을 제시하면 다음과 같다. "古之欲明明德於天下者, 先治其國; 欲治其國者, 先齊其家; 欲齊其家者, 先修其身; 欲修其身者, 先正其心; 欲正其心者, 先誠其意; 欲誠其意者, 先致其知, 致知在格物."(고지욕명명덕어천하자, 선치기국; 욕치기국자, 선제기가; 욕제기가자, 선수기신; 욕수기신자, 선정기심; 욕정기심자, 선성기의; 욕성기의자, 선치기지, 치지재격물.) "옛날에 밝은 덕을 천하에 밝히려..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51> 治辨之極

다스릴 치(水-5)밝힐 변(辛-9)갈 지(丿-3) 용마루 극(木-9) '관자'의 '칠법'에 나온다. "백성들을 다스리지 못하면서 그 군대가 강해질 수 있었던 적은 아직 없었다. 백성들을 다스릴 수 있어도 군대를 쓰는 책략에 밝지 못하면 아직 안 된다. 군대를 강하게 하지 못하면서 반드시 적국을 이길 수 있었던 적은 아직 없었다. 군대를 강하게 할 수 있어도 적국을 이기는 방책에 밝지 못하면 아직 이기지 못한다. 군대가 적국을 이기지 못하는데도 천하를 바로잡을 수 있었던 적은 아직 없었다. 군대가 적국을 반드시 이길 수 있다고 해도 천하를 바로잡을 명분이 분명하지 않으면 아직 안 된다." 상앙은 먼저 법령을 세웠다. 당연하다. 그는 法治(법치)를 내세운 법가사상가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가에서는 무엇을 ..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50> 南門徙木

- 남쪽 남(十 - 7)문 문(門 - 0)옮길 사(彳- 8)나무 목(木 - 0) 효공은 중원으로 진출하기를 바랐고, 그러기 위해서는 부강해져야 했다. 공손앙이 변법이라는 강력한 정책을 실행하게 된 까닭이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 변법은 기득권 세력인 귀족들의 권력을 제한하거나 축소하여 군주의 권력을 막강하게 하는 것이고, 또 전혀 새로운 법령을 시행하는 것이어서 귀족뿐만 아니라 백성도 거세게 반발할 수 있었다. 이를 예상한 공손앙은 변법을 실행하기 전에 새로운 법령을 백성들이 믿도록 하는 것이 우선임을 알았다. 그리하여 그는 먼저 다음의 일을 하였다. 공손앙은 세 길이나 되는 나무를 도성의 남문에 세우고 이렇게 포고했다. "이 나무를 북문으로 옮기는 자에게는 황금 10금을 주겠다!" 그러나 백성들은 이상..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49> 公孫鞅과 變法

- 제후 공(八 - 2)자손 손(子 - 7)가슴걸이 앙(革- 5)바꿀 변(言 - 16)법 법(水 - 5) 효공으로부터 실망의 꾸지람을 들은 경감이 돌아와서 공손앙에게 왜 헛된 말을 했느냐고 물으니, 공손앙은 이렇게 대답했다. "내가 군주에게 帝道(제도)에 대해 말했는데, 그 뜻을 이해하지 못한 것입니다." 제도란 堯(요)나 舜(순)과 같은 전설상의 聖君(성군)이 나라를 다스린 방도를 이른다. 흔히 道家(도가)에서 말하는 治道(치도)라고 하는데, 이는 태평한 시절에 알맞은 '無爲之治(무위지치)'를 가리킨다. 이런 방도는 난세에는 적합하지 않을 뿐 아니라 얼른 부국강병을 이루려 한 효공에게는 부질없는 논의로 들렸을 게 뻔하다. 닷새가 지난 뒤 효공은 다시 공손앙을 불렀고, 공손앙은 王道(왕도)를 이야기했다...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48> 秦孝公의 求賢令

- 나라이름 진(禾 - 5)효도 효(子 - 4)제후 공(八 - 2) - 구할 구(水 - 2)똑똑할 현(貝 - 8)명령 령(人 - 3) 위혜왕이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자 공손앙은 위나라를 떠나 서쪽으로 秦(진)나라에 갔다. 당시 진나라는 효공이 천하에 求賢令(구현령)을 내려 널리 인재를 구하고 있었다. 겨우 21세에 즉위한 효공은 진나라가 서쪽에 치우쳐서 중원의 제후국들로부터 오랑캐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을 원통하게 여기고 있었다. 즉위하자마자 고아와 과부를 구제하는 등 널리 은혜를 베풀었고, 또 戰士(전사)를 모집하고 論功行賞(논공행상)을 분명하게 하였다. 그러나 이것으로는 부족함을 느껴 구현령을 내린 것이다. "옛날 穆公(목공)께서는 덕을 닦고 무력을 길러 동쪽으로는 晉(진)의 내란을 평정하여 황하를 경..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47> 水魚之交

- 물 수(水 - 0)물고기 어(魚 - 0)갈 지(丿 - 3)사귈 교(亠 - 4) '삼국지' '諸葛亮傳(제갈량전)'을 보면, 유비는 제갈량을 세 번이나 찾아가서야 비로소 만나는데, 만난 뒤에는 제갈량과 나날이 정이 깊어졌다. 관우와 장비는 이를 마뜩잖게 여겼다. 그러자 유비는 이렇게 해명했다. "孤之有孔明, 猶魚之有水也. 願諸君勿復言!"(고지유공명, 유어지유수야. 원제군물부언!) "내가 공명을 만난 것은 물고기가 물을 만난 것과 같네. 그대들은 이에 대해 다시는 말하지 말게나!" 여기서 나온 고사성어가 바로 '水魚之交(수어지교)'다. 군주와 신하 사이가 마치 물고기와 물처럼 각별하고 친밀하다는 뜻이다. 전국시대에도 그런 만남이 있었으니, 바로 秦(진)나라 孝公(효공, 기원전 361∼338 재위)과 公孫鞅..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46> 知所先後

- 알 지(矢-3)바 소(戶-4)먼저 선(儿-4)뒤 후(彳-6) 온갖 것에는 뿌리와 우듬지가 있고 온갖 일에는 마침과 처음이 있다는 것은 무엇을 앞세우고 무엇을 뒤로 돌리며 또 무엇을 먼저 하고 무엇을 나중에 할 것인지를 알아야 한다는 뜻이다. 단순한 일이라면 모르겠으나, 만약 크고 중요하면서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일이라면, 마구잡이로 처리할 수 없다. 자칫했다가는 하지 않느니만 못하게 되는 수가 종종 있고, 자칫 심각한 지경에 이를 수도 있다. 그래서 "앞서 할 것과 뒤에 할 것을 잘 알면 길에 가까워진다"는 뜻의 '知所先後則近道矣(지소선후즉근도의)'를 말한 것이다. '문자'의 '上德(상덕)'에 나온다. "弓先調而後求勁, 馬先順而後求良, 人先信而後求能."(궁선조이후구경, 마선순이후구량, 인선신이후구..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45> 始則終이요 終則始라

처음 시(女-5)곧 즉(刀-7)마칠 종(糹-5) 환공이 우여곡절 끝에 보위에 올라 관중을 기용함으로써 생각지도 못한 패왕의 위치에 오르게 된 것 자체에 이미 언젠가 패왕의 자리에서 내려와야만 한다는 이치도 담겨 있었다고 보아야 한다. 돌고 도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듯이 인간사 또한 그 법칙에서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이다. 有終有始(유종유시) 곧 마침이 있으면 당연히 처음이 있고, 有始有終(유시유종) 곧 처음이 있으면 마침이 있는 법! 순자가 처음처럼 삼가야 한다고 말한 것도 언젠가는 마칠 때, 끝날 때가 오기 마련이니, 삼가고 삼가라는 뜻이다. 사람의 욕심으로야 언제나 상승하고 호황을 누리며 번성하기를 바라지만, 그런 욕심이 도리어 초심을 잊게 만들고 삼가는 마음을 가려버려서 탐욕에 빠지게 한다. 탐욕은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