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천구의 대학에서 304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34> 南橘北枳

- 남쪽 남(十-7)귤 귤(木-12)북쪽 북(匕-3)탱자나무 지(木-5) 왜 앞에서 장황하게 奇(기)에 대해 이야기했는가? 우리가 살면서 늘 겪는 괴로움이나 어려움은 대부분 이렇게 '기'를 써야 할 때 '기'를 쓰지 못하는 데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시험을 칠 때는 문제의 범위나 성격이 대체로 정해져 있지만, 살면서 겪는 문제는 범위가 한정되어 있지 않으며 어떤 문제일지도 거의 예측할 수 없다. 한마디로 우리 자신은 豫測不能(예측불능)이고, 문제는 豫測不可(예측불가)다. '說苑(설원)'의 '奉使(봉사)'에 다음 이야기가 나온다. 제나라의 晏子(안자) 곧 晏嬰(안영)이 초나라에 사신으로 가게 되었는데, 초나라 왕이 그 소식을 듣고는 좌우 신하들에게 말했다. "안자는 현자라고 하는데, 이제 이 나라에..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33> 時中

- 때 시(日-6)알맞을 중(丨-3) 한신이 背水陣(배수진)을 치자 의아했던 장수들은 "산과 언덕을 오른쪽으로 하여 등지고, 물과 못을 앞으로 하여 왼쪽에 두라"는 병법의 원칙을 단순히 외고 있었던 인물들이다. 그러했으므로 상황에 따른 變用(변용) 또는 活用(활용)을 할 수 없었다. 반면, 한신은 자유자재로 병법을 운용했다. 그가 언급한 "죽을 곳에 빠뜨린 뒤라야 비로소 살릴 수 있고, 망할 곳에 둔 뒤라야 비로소 망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은 '손자병법' '九地(구지)'편에 나온다. 한신도 병법을 익힌 셈이다. 다만 실제 운용에서 다른 장수들과 차이가 났으니, 正(정)만 고집하지 않고 奇(기)의 요체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 배수진은 병법을 좀 익혔다고 해서 내놓을 수 있는 전술이 결코 아니다. 수많은 ..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32> 背水陣

등 배(肉-5)물 수(水-0)진칠 진(阜-7) 韓信(한신)은 裨將(비장)들을 시켜 가벼운 식사를 全軍(전군)에 나누어주도록 하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오늘 조나라 군사를 무찌른 뒤에 모여서 실컷 먹자!" 장수들은 아무도 그 말을 믿지 않았으나 응하는 척하며 대답하였다. "예, 알겠습니다!" 한신은 군사 1만 명을 먼저 가도록 하고는 정형 어귀로 나가서 물을 등지고 진을 치게 하였다. 이른바 '背水陣(배수진)'을 친 것이다. 조나라 군대는 이를 보고서 병법을 모른다고 한껏 비웃었다. 날이 샐 무렵, 한신은 대장의 깃발을 세우고 진을 치면서 정형 어귀로 나아갔다. 조나라 군대가 성을 열고 나오자 한참을 싸웠다. 이윽고 한신은 거짓으로 북과 기를 버린 채 강을 등지고 친 진으로 달아났다. 이에 조나라 군대는 ..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31> 烏合之卒

까마귀 오(火-6)모일 합(口 -3)갈 지(丿-2)군사 졸(十-6) 병법서만 보고서 병법을 안다고 여긴 조괄이나 마속과 달리, 병법의 원칙을 자유자재로 운용하여 명성을 떨친 인물이 있다. 바로 劉邦(유방)을 도와 漢(한)나라를 세우는데 기여한 韓信(한신)이다. '史記(사기)' '淮陰侯列傳(회음후열전)'에 그 행적이 기록되어 있다.(회음후는 한신이 받은 작위다.) 한신이 趙(조)나라를 치려 했을 때다. 그가 거느린 병사는 수만 명이었으나, 정예병이 아니라 거의 烏合之卒(오합지졸)이었다. 게다가 수레 두 대가 나란히 갈 수 없는 매우 좁은 井陘(정형)을 거쳐서 가야만 했다. 조나라 왕과 成安君(성안군)은 이 소식을 듣고 정형 어귀에 병사를 모았는데, 무려 20만 명이었다. 이때 李左車(이좌거)가 성안군에게 ..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30> 紙上兵法

종이 지(糸 -4)위 상(一 -2)군사 병(八-5)법 법(水-5) 紙上兵法(지상병법) 수준임에도 스스로 병법의 고수라고 자처했다가 처참하게 패배를 겪은 대표적인 인물이 전국시대의 趙括(조괄)과 삼국시대의 馬謖(마속)이다. 기원전 260년, 秦(진)나라가 趙(조)나라를 공격하였다. 조나라는 廉頗(염파)를 보내 대적하게 했다. 두 나라 군사들은 長平(장평)에서 대치했다. 염파가 비록 명장이었으나, 조나라 군사는 진나라 군사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두어 차례 전투를 치른 뒤 염파는 가장 좋은 책략이 持久戰(지구전)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수비를 공고히 하여 적군의 군량이 떨어지고 사기가 저하될 때를 기다렸다가 기습할 작정이었다. 그러나 조나라 군주 孝成王(효성왕)은 염파의 책략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진나라도 ..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9> 正合奇勝

바를 정(止-1)싸울 합(口-3)기이할 기(大-5)이길 승(力-10) 흔히 兵法(병법)이라 하면, 전투나 전쟁에서 이기는 방법이나 원칙을 잘 정리한 책쯤으로 여긴다. 사실 그렇다. 그러나 그게 전부는 아니다. 그것을 병법의 전부로 안다면, 실제 상황에서 쓰디쓴 패배를 맛보기 십상이다. 수학을 公式(공식)이나 定理(정리)만 익힌다고 잘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凡戰者, 以正合, 以奇勝. 故善出奇者, 無窮如天地, 不竭如江河. 終而復始, 日月是也; 死而復生, 四時是也. 聲不過五, 五聲之變, 不可勝聽也; 色不過五, 五色之變, 不可勝觀也; 味不過五, 五味之變, 不可勝嘗也; 戰勢不過奇正, 奇正之變, 不可勝窮也. 奇正相生, 如環之無端, 孰能窮之"(범전자, 이정합, 이기승. 고선출기자, 무궁여천지, 불갈여강하. 종이..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8> 正道와 權道

바를 정(止-1)길 도(辵-9)저울추 권(木-18) '中庸(중용)'에 다음 구절이 나온다. "博學之, 審問之, 愼思之, 明辨之, 篤行之."(박학지, 심문지, 신사지, 명변지, 독행지) "널리 배우고 자세히 묻고 삼가 생각하고 환하게 가려내고 도탑게 행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나는 이를 이렇게 해석한 적이 있다. "널리 배우는 일에서 도탑게 행하는 일까지는 밖에서 안으로, 대상에서 내 몸으로 향하는 익힘의 과정을 말한 것이다. '널리 배우고 자세히 묻는 것'은 내 몸 밖에서 이루어지는 일이고, '삼가 생각하고 환하게 가려내는 것'은 내 안에서 이루어지는 일이다. 말하자면, 밖을 향해서 배우고 물은 뒤에 안으로 생각하고 가려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뒤에 그 모든 것을 몸에 갈무리해두어야 하는데, 그것은 도..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7> 志有定向

뜻 지(心-3), 있을 유(月-2), 정해질 정(宀-5), 향할 향(口-3) '大學集註(대학집주)'에서 주희는 앞서(〈26〉) 소개한 定(정), 靜(정), 安(안), 慮(려), 得(득)에 대해 이렇게 해석했다. "知之, 則志有定向. 靜, 謂心不妄動; 安, 謂所處而安; 慮, 謂處事精詳; 得, 謂得其所止."(지지, 즉지유정향. 정, 위심불망동; 안, 위소처이안; 려, 위처사정상; 득, 위득기소지. "이를 안다면 뜻에 정해진 방향이 있을 것이다. 정은 마음이 함부로 흔들리지 않는 것을 이르고, 안은 머문 곳에서 편안해 하는 것이며, 려는 일을 처리하는 것이 정밀하고 상세함을 이르고, 득은 머물 곳을 얻음을 이른다." "이를 안다"는 것은 '至善之所在(지선지소재)'를 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미 지극히 좋은 ..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6> 知止

- 알 지(矢-3)멈출 지(止-0) 앞서 '大學之道(대학지도)'의 요체인 '明明德(명명덕)'과 '親民(친민)' 그리고 '지어지선(止於至善)'을 살펴보았다. 이제부터는 구체적인 내용으로 들어가는데, 첫 번째 문장은 다음과 같다. "知止而后有定, 定而后能靜, 靜而后能安, 安而后能慮, 慮而后能得."(지지이후유정, 정이후능정, 정이후능안, 안이후능려, 려이후능득) "멈출 줄 안 뒤에야 차분해지고, 차분해진 뒤에야 고요할 수 있고, 고요해진 뒤에야 편안할 수 있고, 편안해진 뒤에야 제대로 생각하고, 제대로 생각한 뒤에야 깨달을 수 있다." 여기서 언급되는 글자들은 모두 깊고 넓은 뜻을 함축하는데, 일단 간단하게 글자 풀이를 하자면 이렇다. 后(후)는 後(후)와 같다. 定(정)은 정하다, 바로잡다, 머물다는 뜻으로..

정천구의 대학에서 정치를 배우다 <25> 至公無私

- 이를 지(至 - 0)공변될 공(八 - 2)없을 무(火 - 8)사사로이할 사(禾 - 2) 앞서 이미 善(선)의 어원에 대해 말한 바 있다.() 송사에서 신령한 짐승을 가운데 두고 원고와 피고가 각각 맹세하고 판결을 받는 형태의 글자라고 말이다. 이는 곧 神意(신의)를 따른다는 뜻인데, 다시 말하면 인간의 사사로움이 전혀 개입되지 않아서 公平無私(공평무사)하고 公明正大(공명정대)하다는 뜻이다. '尙書(상서)'의 '洪範(홍범)'에 나온다. "無偏無陂, 遵王之義; 無有作好, 遵王之道; 無有作惡, 遵王之路. 無偏無黨, 王道蕩蕩; 無黨無偏, 王道平平; 無反無側, 王道正直. 會其有極, 歸其有極."(무편무피, 준왕지의; 무유작호, 준왕지도; 무유작악, 준왕지로. 무편무당, 왕도탕탕; 무당무편, 왕도평평; 무반무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