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別曲 223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43] 중국에 날아오는 화살들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43] 중국에 날아오는 화살들 유광종 소장 검색 - 조선일보 www.chosun.com 일러스트=백형선 활쏘기는 엄연한 고대 예법(禮法)의 하나였다. 이른바 사례(射禮)다. 유서가 오랜 만큼 관련 글자와 어휘가 풍부하다. 제후(諸侯)라는 단어의 후(侯) 역시 ‘헝겊으로 만든 과녁’이 본뜻이다. ‘과녁’이라는 말도 화살을 날려 가죽을 뚫는다는 관혁(貫革)이 본딧말이다. 그런 과녁의 가운데를 일컫는 한자가 적(的)이나 곡(鵠)이다. 앞 글자는 목적(目的), 표적(標的) 등의 단어로 친숙하다. 뒤의 ‘곡’은 사물이나 현상의 핵심을 찌른다는 맥락에서 사용하는 정곡(正鵠)이라는 단어를 낳았다. ‘목적’이라는 단어에는 흥미로운 스토리가 따른다. 당(唐)을 세운 고조(高祖) 이연(李淵) ..

차이나別曲 2021.06.11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42] ‘지배와 복종’의 광장 문화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42] ‘지배와 복종’의 광장 문화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관광객들이 자주 찾는 베이징(北京)의 천안문(天安門) 광장에는 독특한 율조(律調)가 흐른다. 견고한 통치(統治), 숨죽인 듯한 복종(服從)의 선율이다. 옛 황제(皇帝)의 터전이었던 궁성(宮城) 때문만은 아니다. /일러스트=박상훈 우선 천안문 누각 정면에 건국의 주역인 마오쩌둥(毛澤東)의 거대 초상화가 남쪽을 내려다보고 있다. 이어 국기 게양대, 건국 과정에서 희생한 사람들을 기리는 인민영웅기념탑, 마오쩌둥 시신을 전시한 광장 남단의 기념관이 다 한 줄에 들어서 있다. 이는 다시 옛 황제가 머물고 거닐었던 북쪽의 황도(皇道)와 일렬로 맞물린다. 왕조시대의 엄격한 통치 축선과 현대 중국의 ‘정치적 광장’이 어김없이 이..

차이나別曲 2021.06.04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41] 휩쓸리기 쉬운 중국인 심성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41] 휩쓸리기 쉬운 중국인 심성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중국을 여행하는 사람들이 한 번쯤 보는 무대 예술이 있다. 이른바 국극(國劇)이라고 불리는 중국의 전통 오페라다. 베이징(北京) 일대를 중심으로 유행했던 까닭에 보통 경극(京劇), 경희(京戲)라고도 한다. 요란한 기악(器樂)과 함께 독특한 동작이 곁들여진다. 의상은 물론이고 배우들의 화장 또한 아주 화려하다. 그 분장은 현란하다 싶을 정도로 색조가 다양하다. 그렇지만 다양함 속에 뚜렷한 흐름도 있다. 주조(主調)는 홍(紅), 흑(黑), 백(白), 황(黃)이다. 붉은색은 뜨거운 피를 지닌 사람이다. 덕목으로 말하면 충의(忠義)다. ‘삼국연의(三國演義)’에서 충성과 의리로 유명한 관우(關羽)가 대표적인 얼굴이다. 까만 ..

차이나別曲 2021.05.28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40] 中共과 越共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40] 中共과 越共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공산주의(共産主義)로 체제를 끌어가는 나라는 이제 몇 안 남았다. 그러나 세계 최대 인구 14억 명을 이끄는 중국 공산당의 힘은 여전히 대단하다. 그 중국 공산당을 한자로 줄여서 적으면 중공(中共)이다. 중국의 이웃으로 함께 공산주의 체제를 구성한 나라 중 하나는 베트남이다. 한자로는 월남(越南)으로 적는다. 얼마 전까지 우리도 흔히 사용했던 나라 이름이다. 그 베트남의 공산당을 한자로 약칭하면 월공(越共)이다. 이 ‘월공’은 사실 두 대상을 가리켰다. ‘베트남 공산당’ 외에 남북 분단 시절 북베트남의 지원을 받아 게릴라전을 벌였던 ‘베트콩’도 같은 한자로 적는다. ‘베트남 민족주의 해방 전선(NLF)’ 소속 ‘베트남 공산주의자’..

차이나別曲 2021.05.21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39] 서글픈 중국 지식인의 초상

유광종 소장 검색 - 조선일보 www.chosun.com 서글픈 중국 지식인의 초상 / 일러스트=김하경 차가운 날이 오면 소리를 줄이는 동물이 있다. 한자 세계에서는 쓰르라미가 우선 등장한다. 몸집이 여느 매미보다 조금 작은 쓰르라미는 보통 한선(寒蟬)으로 적는다. 이 단어는 결국 ‘가을 매미’의 뜻도 얻었다. 날씨 탓에 매미가 소리 멈추는 현상을 성어로는 금약한선(噤若寒蟬)이라고 표현한다. 날개로 소리 내는 매미가 입을 닫아[噤] 울음 끊는다는 설정은 사리에 어긋나지만, 소리 자체가 아예 뚝 끊겨 없어지는 현상을 그렇게 적었다. 아주 시끄럽게 우는 새는 까마귀나 까치다. 자신에게 위협적인 존재나 상황이 닥칠 때 이들도 소리를 문득 멈춘다. 매우 시끄러운 새들이라 울음이 한꺼번에 없어지면 퍽 인상적이다...

차이나別曲 2021.05.14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38] 중국에만 있는 애인 호칭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38] 중국에만 있는 애인 호칭 유광종 소장 검색 - 조선일보 www.chosun.com /일러스트=양진경 작은 양배추, 아기 코끼리, 오이, 막대 사탕, 여린 호박…. 이 모두는 세계 여러 나라 남성이 아내나 애인을 호칭할 때 등장하는 단어들이다. 사랑하는 사람 사이의 정서를 작고 귀여우며, 어린 동식물이나 먹을 것에 견줘 부른 단어들이다. 옛 중국에서 자신의 아내를 부르는 호칭은 비교적 소박하고 엄숙했던 모양이다. 비싼 가래나무에 비유해 재동(梓童)이라고 불렀던 기록이 있다. 보통은 제왕(帝王)이 자신의 아내를 일컬을 때 썼다고 한다. 졸형(拙荊)이라는 단어도 있다. 남에게 자신의 여인을 낮춰 부르는 일종의 겸칭(謙稱)이었다는 설명이다. 가난한 여성이 비녀로 사용했던 가시..

차이나別曲 2021.05.07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37] 민간기업의 ‘거세’ 공포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37] 민간기업의 ‘거세’ 공포 유광종 소장 검색 - 조선일보 www.chosun.com 입력 2021.04.30 03:00 | 수정 2021.04.30 03:00 남성의 생식기를 없애는 거세(去勢)의 역사와 전통으로 따질 때 중국은 단연 세계 으뜸이다. 환관(宦官)이나 내시(內侍)로 불린 숱한 사내들 때문이다. 이들은 군주(君主)의 사생활을 바로 옆에서 보필했던 사람들이다. 중국에서는 태감(太監)이라는 직함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환관’이 더 일찍 등장한 명칭이다. 임금의 곁에 머무는 일반 남성의 관직이었으나 청(淸)대에 와서 ‘태감’과 뜻이 같아졌다고 한다. 우리는 보통 ‘내시’를 더 많이 쓴다. 일러스트=백형선 궁궐 내부의 작은 길[巷]을 관리하는 사람이라고 해서 항백(..

차이나別曲 2021.04.30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36] 곧 닥칠 風雲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36] 곧 닥칠 風雲 유광종 소장 검색 - 조선일보 www.chosun.com 입력 2021.04.23 03:00 | 수정 2021.04.23 03:00 일러스트=김성규 굳이 우리말로 옮기자면 ‘큰 바람의 노래’다. 원제는 ‘대풍가(大風歌)’. 작자는 한(漢)나라를 창업한 고조(高祖) 유방(劉邦)이다. 왕조를 창업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제가 태어난 고향을 방문했을 때 술에 취해 기분 좋게 불렀다는 노래의 가사가 전해진다. 첫 구절이 이렇다. “큰 바람 불어오는구나, 구름이 날아오른다(大風起兮雲飛揚).” 천하대란(天下大亂)이 벌어진 뒤 그를 평정한 자부심을 슬쩍 암시한 단락이다. 세상이 온통 혼란으로 얼룩진 상황을 여기서는 바람과 구름, ‘풍운(風雲)’으로 묘사했다. 이 맥락..

차이나別曲 2021.04.23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35] 당나라 벤치마킹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35] 당나라 벤치마킹 유광종 소장 검색 - 조선일보 www.chosun.com 입력 2021.04.16 03:00 | 수정 2021.04.16 03:00 방위를 가리키는 동서남북(東西南北)에는 문화적 함의가 제법 크게 담긴다. 중국의 전통적 예법(禮法) 문맥으로는 특히 그렇다. 우선 ‘남북’은 종적(縱的) 질서를 지칭할 때 자주 등장한다. 제왕이 북쪽에서 남쪽을 향해 앉는 좌북면남(坐北面南) 설정이다. 북쪽에서 남쪽을 향하는 이는 높은 사람, 그 반대는 신분이 낮은 존재라는 그림이다. 지위(地位)의 높고 낮음을 가르는 존비(尊卑) 개념이 뚜렷하다. 그에 비해 횡적(橫的) 배열의 동서(東西)는 ‘주인과 손님’ 구도다. 손님을 맞이하는 주인이 집채의 동쪽에 서도록 규정한 이전 ..

차이나別曲 2021.04.16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34] 좁고 어두운 전쟁 세계관

[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134] 좁고 어두운 전쟁 세계관 유광종 중국인문경영연구소장 입력 2021.04.09 03:00 | 수정 2021.04.09 03:00 중국에서 사람을 가리킬 때 곧잘 쓰는 말 하나가 인마(人馬)다. 본래는 ‘사람과 말’이라는 뜻으로서 전쟁을 수행하는 ‘병력(兵力)’의 지칭이다. 따라서 인물을 대상으로 이 말을 쓸 경우에는 “어느 편이냐?”를 묻는 뜻이 담긴다. 그악한 다툼, 더 나아가 죽느냐 사느냐를 가르는 전쟁에서 적과 나[敵我], 저쪽과 이쪽[彼我]의 구분은 피할 수 없다. 중국어 ‘인마’에는 그런 전쟁 의식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병법(兵法)의 대가인 손자(孫子)도 일찌감치 그 점을 다뤘다. 상대와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기에 들지 않는다는 지피지기(知彼知己)의 논리..

차이나別曲 2021.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