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코너][6675]라운드 보이
bindol
2022. 10. 3. 05:46
[이규태코너][6675]라운드 보이 발행일 : 2005.11.16 / 여론/독자 A30 면

고려 때부터 즐겼던 격구(擊毬)는 말을 타고 공을 몰아 구문(毬門)에 넣는 한국화한 폴로 경기로 격렬하기 이를 데 없었다. 이 격구가 아름다운 미녀의 시구로 시작되었었다. ‘태조실록’에 적힌 바로, 두 편으로 갈라진 그 사이로 기생 하나가 공을 쳐들고 노래부르며 다가가 ‘뜰에 가득한 풍악과 깃발 숲 위로 공이 나는데…’로 시작되는 포구락(抛毬樂)을 읊는다. 그리고서 공을 던지면 양편 선수들이 이 공을 쫓아 경기가 시작되었다. 사라졌던 격구의 부활을 운운했던 태종 때 부대언(副代言) 벼슬의 김자(金?)가 전대(고려)에 격구를 던지는 미녀와 음풍(淫風)이 혹심했음을 들어 반대하자 태종은 ‘지금 세상에 격구가 없어 음풍이 없다더냐’고 반문한 것으로 미루어 이 라운드 걸과의 염문이 잦았던 것 같다. 이 한국판 라운드 걸이 시구 때 연주하고 불렀던 가무는 포구락이라 하여 독립된 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 라운드 걸 대신 일전 서울에서 있었던 세계 여자선수권대회 복싱에서 더벅머리에 찢어진 청바지를 입은 라운드 보이가 등장, 눈길을 끌었다. 여자 복싱이기에 논리적으로는 맞지만 경기무드를 완화시키는 효과로서는 아직은 미흡한 라운드 보이다.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