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6661]怪力 삼손의 저주
bindol
2022. 10. 3. 06:09
[이규태 코너][6661]怪力 삼손의 저주 발행일 : 2005.10.14 / 여론/독자 A30 면

영국시인 밀턴의 서사시에 삼손을 주제로 한 시가 있는데 전쟁의 맷돌이 끊임없이 돌고 있는 가자 지구는 전화(戰禍)의 저주를 벗어나지 못한다고 예언했고 각막염을 앓아 거의 맹인에 가까운 영국 작가 헉슬리는 자신을 삼손과 동일화하여 성과 없는 맷돌을 돌리며 괴력을 대망하고 있는 스스로를 저주했다.
1차 대전 후 세계에서 가장 오랫동안 전쟁의 폭음이 끊이지 않는 분쟁지역이 삼손의 저주를 받은 가자 지구다. 1차 대전 후 영국군이 점령했고 2차 대전에는 연합군의 기지였으며 1967년 전쟁에서 이스라엘에 점령당하자 21개 정착촌이 들어서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이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자신들을 펠리시테인으로 자처, 영국·연합·이스라엘군을 자신들을 괴롭히는 삼손으로 비유해왔다. 한데 샤론 이스라엘 총리가 중동평화에 대한 결단을 내려 정착촌 철거에 착수함으로써 중동에 오랜만에 온 평화무드에 온 세계가 미소를 띠며 바라보고 있던 작금에 다시 삼손의 저주가 작동했다.
정착촌 철거가 진행되고 있는데 팔레스타인 무장 하마스가 이스라엘에 인내의 한계를 느끼게 한 무차별 공격을 가함으로써 가자 지구는 다시 삼손의 저주가 작용하고 있다. 삼손이 이스라엘편이 아니라, 팔레스타인편으로 바뀌어 버린 저주인 것이 다를 뿐이다. 옥중에서 맷돌을 돌리며 머리카락이 자라길 대망하는― 그래서 중동의 평화는 저주를 못 벗어나는 허구의 끝 바꿈인가.
(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