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코너][6657]魂나무
bindol
2022. 10. 3. 06:15
[이규태코너][6657]魂나무 발행일 : 2005.10.05 / 여론/독자 A30 면

수목에 영혼이 곁들여 있다는 생각은 바로 한국인의 자연관이다. 그 수령(樹靈)의 진혼(鎭魂) 없이 고목을 베면 동티가 난다는 것은 상식이다. 화목(花木)도 예외는 아니다. 한양 인왕산 아래 사는 김공이 뜰에 핀 노란 장미에 취해 졸고 있는데 노란 장삼의 장부가 나타나 “주인의 아들놈이 더러운 물로 나를 더럽혀 보복하려 해도 주인양반의 덕이 너무 커 망설이고 있나이다” 하고 사라지는 것이었다. 별난 꿈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첩 자식놈이 나타나 노란 장미에 오줌을 싸고 사라진 것을 보고 장미의 수령(樹靈)이 현몽했음을 알았다는 이야기가 이덕형(李德泂)의 ‘죽창한화’에 나온다. 이처럼 나무에 영혼을 살리는 문화를 지닌 한국인으로서 죽어서 영생하는 집으로 삼는 수목장(樹木葬)은 역사나 문화나 의식구조상 배리감이 들어갈 틈새가 없다. 유회(遺灰)를 내 나무 아래 뿌려 가지와 잎에 자양으로 돌려 혼(魂)나무로의 자연회귀를 기대하는 사후문화가 아닐 수 없어 그 문명의 좌표를 잡아보았다.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