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코너][6657]魂나무

bindol 2022. 10. 3. 06:15
[이규태코너][6657]魂나무 발행일 : 2005.10.05 / 여론/독자 A30 면
▲ 종이신문보기대서양의 외딴 섬 세인트 헬레나에는 나폴레옹의 혼(魂)나무가 있다. 작은 개울가의 버드나무 고목인데 이 섬에서 6년간 유배살이를 했던 나폴레옹이 바로 저 나무 아래 묻히고 싶다고 말했고 이 섬에서 죽어 운구돼 나갈 때 이 버드나무 아래 잠시 안치됐었다 한다. 몸은 파리에 묻혔지만 혼만은 한 그루 나무로 세인트 헬레나에서 푸르다. 미국 대통령 제퍼슨은 소년 적에 다브니 카와 고향 언덕에서 놀며 죽어서 이 언덕 오크나무 밑에 묻히기로 약속했다. 제퍼슨이 유럽 외교관 시절에 다브니 카가 죽었고 고국에 돌아오자 제퍼슨은 약속대로 이 나무 밑으로 이장했으며 자신도 나라가 주는 묘지를 마다하고 이 오크나무 밑에 묻혔다. 그리스 신화에 제우스신이 인간세계를 살피고자 지상을 암행했을 때 오로지 두 사람만이 친절을 베풀었기에 이들의 소원을 물어 그의 신전 앞에 두 그루 혼나무로 영생케 했다. 이 같은 전통 때문인지 영국과 독일에는 화목(花木) 아래 유회(遺灰)를 뿌리는 수목장(樹木葬)이 급격하게 번져나가고 있다. 보도된 바로 스웨덴에서는 화장 대신 냉동으로 유골을 가루내어 뿌리고 나무를 심는 친환경적인 혼나무가 번지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수목에 영혼이 곁들여 있다는 생각은 바로 한국인의 자연관이다. 그 수령(樹靈)의 진혼(鎭魂) 없이 고목을 베면 동티가 난다는 것은 상식이다. 화목(花木)도 예외는 아니다. 한양 인왕산 아래 사는 김공이 뜰에 핀 노란 장미에 취해 졸고 있는데 노란 장삼의 장부가 나타나 “주인의 아들놈이 더러운 물로 나를 더럽혀 보복하려 해도 주인양반의 덕이 너무 커 망설이고 있나이다” 하고 사라지는 것이었다. 별난 꿈이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첩 자식놈이 나타나 노란 장미에 오줌을 싸고 사라진 것을 보고 장미의 수령(樹靈)이 현몽했음을 알았다는 이야기가 이덕형(李德泂)의 ‘죽창한화’에 나온다. 이처럼 나무에 영혼을 살리는 문화를 지닌 한국인으로서 죽어서 영생하는 집으로 삼는 수목장(樹木葬)은 역사나 문화나 의식구조상 배리감이 들어갈 틈새가 없다. 유회(遺灰)를 내 나무 아래 뿌려 가지와 잎에 자양으로 돌려 혼(魂)나무로의 자연회귀를 기대하는 사후문화가 아닐 수 없어 그 문명의 좌표를 잡아보았다.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