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코너]<6638>불혹(不惑)세대

bindol 2022. 10. 5. 08:38
[이규태코너]<6638>불혹(不惑)세대 발행일 : 2005.08.19 / 여론/독자 A34 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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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아기들은 기지 않고 서거나 기어다니는 기간이 대폭 짧아졌다는 것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 현상이다. 그 이유는 시청각을 자극하는 텔레비전에 유인되어 붙들고 일어서게 한 때문이다. 작은 일 같지만 그로써 사고방식의 기초 구조가 다져지고 조석으로 텔레비전만 보고 자라다가 텔레비전의 연장인 컴퓨터로 모든 정보 지식 메시지를 수렴하는 신종인간이 된다. 활자(活字)로 수렴해온 기성세대와 영상(影像)으로 수렴해온 신생세대 사이에 단절이 진행되어 왔으며 이는 어느 시대에나 있었던 신구세대의 단절이 아니라 활자를 발견한 ‘직지심경(直指心經)’ 이래 600년 만의 대단절이다. 미국에서 이 영상세대가 40세로 접어들어 미국 각계 각층에 거대한 변화의 물살을 예고하는 보도도 있었다. ‘논어’에 인생 40이면 많은 세상일에 흔들리지 않게 된다 하여 불혹세대라 했고 이는 백안시돼왔던 신세대의 사고나 행동이 기득권을 얻는 것이 된다.

이 대단절은 한국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기업의 사무실들에서 기안 결재 회람 보고 등을 해오던 종이문서를 컴퓨터가 대행, 급속도로 증발하고 있음도 영상 불혹세대의 좌표를 말해주는 것이 된다. 활자인간은 일을 주로 하고 놀려 하는데 영상세대는 놀기 위해 일한다. 영상인간은 활자인간만큼 일관성이나 논리를 중요시하지 않으며 해프닝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미국과 북한 간에 전쟁이 일어나면 북한 편을 들겠다는 신세대 비율이 과반수인데 북한에 가 살고 싶은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것도 그 표출이다. 연극도 비극보다 희극을, 긴 것보다 짧은 것, 사고를 요구하는 줄거리보다 단순한 것을 좋아한다는 조사결과도 바로 그 표출이다. 활자인간은 매사에 맺고 끊는 매듭이 있는데 영상세대는 그것이 없다. 공연 중 국부를 노출하는 행위도 매듭 부재의 소행이다. 낳기 위해 섹스를 하는 활자인간에 비해 영상인간은 즐기기 위해 섹스를 한다. 초등학생들 간에 인터넷 연애소설 쓰기가 번지고 있다는 것도 그것이다. 컴퓨터만 접하고 살고 있기에 가족친지와의 사이가 등한해지며 그 사이 증발이 시어머니 뺨을 치게 하는 발상에까지 이르렀다. 날로 심화돼나갈 이 단절과 틈을 현명하게 살아내게 할 지도이념의 출현을 대망할 뿐이다. kyoutaelee3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