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6635>미니 잠자리

서양사람들의 잠자리 이미지는 좋지 않다. 드래곤플라이, 곧 ‘용(龍)파리’ 또는 ‘악마의 바늘’이라는 호칭부터가 그렇다. 영국 학자요 문인인 베이컨은 잠자리를 부식성(腐食性)이요 주야로 붙어 사는 탐색성(貪色性)으로 얕보았지만, 명나라의 이시진(李時珍)은 주로 이슬만 먹고 살다가 모기나 해충을 잡아먹는 익충(益蟲)으로 보았다. 사람의 기미(機微)를 알고 행동하는 정신적 곤충이기도 했다. 한 어부가, 배 타고 바다에 나가면 잠자리떼가 따라와 종일 주변을 감돌며 놀아주어 심심치 않다는 말을 은거하고 있는 아버지에게 말했다. 이에 “몇 마리 잡아 날 갖다주면 심심하지 않겠다” 하기에 이를 잡아올 마음을 먹고 이튿날 바다에 나갔더니 한 마리 따라오는 잠자리가 없었다 한다(‘呂氏春秋’). 곧 사람의 기심(機心)을 미리 알아차리는 차원 높은 정신력을 부여했던 잠자리다.
당나라 천우(天祐) 연간에 메뚜기떼가 농작물을 해치는 황재(蝗災)가 잇따랐을 때 메뚜기가 우화(羽化)하는 때를 맞추어 황제가 들판에 나가 “짐에게 무슨 앙심이 있어 나라 안 싹을 모조리 갉아먹느뇨” 이르자 메뚜기들이 이에 감복, 잠자리가 되어 날아갔다고도 했다. 궁녀들 채를 들고 후원에 나가 잠자리 잡아 그 날개에다 금은 오색칠로 곱게 꾸며 날려보내면 반드시 궁 안에 돌아와 날게 마련이요, 내 잠자리 네 잠자리 확인하는 궁중 놀이가 있었고 임금의 채에 걸린 잠자리의 주인공이 수청들기도 했다. 잠자리 암수가 몸을 붙여 나는 비행은 공중 섹스를 위해서뿐 아니라 암놈의 산란(産卵)을 돕는 수놈의 보호비행인 경우가 많다 한다. 산란 때 외적의 침해가 심하며 이에 대항해 목이 잘려 나가면서까지도 암놈을 놓지 않는 부부애다. 아기 업은 메뚜기는 잡아도 잠자리는 잡아선 안 된다 했는데 목숨 바친 부부 사랑을 조상들이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중국 변(♥) 곧 하남성에 마대두(馬大頭)라 하여 말대가리만큼 큰 잠자리가 있었다(‘本草綱目’) 했고, 일본에 가로 세로 한 치 정도의 꼬마 잠자리가 있다(‘古事類苑’) 했는데 우리나라에서 백원짜리 주화 크기에 담기는 세계 최소의 미니 잠자리가 발견되었다 해서, 철이기도 하여 잠자리문화를 훑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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