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눈어림 날씨예보
[이규태코너]눈어림 날씨예보
정시의 산책으로 유명한 철학자 칸트는 햇볕이 쨍쨍한데도 우산을 들고 나가고 비가 쏟아질 것 같은데도 우산을 들지 않고 나가곤 했다. 그는 새벽종 저녁종 소리를 듣고 당일 날씨를 가늠하는데, 빗나간 일이 없었다 한다.‘아베마리아’로 알려진 작곡가 구노는 하프시코드 연주가이기도 했다. 그 하프의 G선을 퉁겨 보고 닥칠 날씨를 가늠하는데 열 번에 여덟 번 맞히는 높은 확률이었다 한다. 파주 화석정에서 보름날에 시회(詩會)를 갖기로 한 정약용(丁若鏞)이 파주에 사는 한 친지에게 당일 날씨를 알려달라고 편지를 띄웠던 것 같다.‘보름날 전야의 오동잎이 서풍에 등을 보이니/ 달은 못 보겠지만 가랑비 나리는 밤의 달인들 달이 아니랴’하는 낭만적 예보전갈을 받고 있다. 동서할 것 없이 꽤나 발달해있었던 눈어림 예보다.
돛배로 물화를 날랐던 마포 송파 등 한강나루들에는 바람비 객주(客主)라 하여 날씨 정보를 파는 상업예보 업자가 있었다. 조상 대대로 계승하는 업종이기에 그 비방을 숨겼으며 불어오는 바람 냄새, 강물 위로 뛰는 고기와 그 높이, 우는 새나 벌레소리 등으로 수백년 시행착오 끝에 터득한 지혜로 날씨 정보를 팔았다. 날씨에 민감하다는 오소리를 길러 그 털빛깔, 울음소리, 동작의 변화로 날씨를 가늠해 정보를 팔았던 오소리 객주도 있었다.
아무리 기상과학이 발달했다 해도 날씨ㅡ하면 표변의 상징이 돼있듯이 너무 짧은 시간에 너무 빠른 변덕을 거듭하기에 이 어림의 체험방에 신뢰가 쌓이는 데 변함이 없다. 특히 날씨에 민감한 제과업계와 건설업계 등 160개 업체들에서 이 과학예보에 체험방을 절충시켜 출고시기, 출고량, 출고지방 그리고 작업일정, 작업순위, 인력수급 등을 조절, 적지 않은 낭비를 줄이고 있다. 외국에서도 지구 상공을 거미줄처럼 날고 있는 항공기들과 계약, 눈어림 기상정보를 수집, 정확도를 높이고 있기도 하다. 기상관측 담당자들이 3시간마다 하늘을 바라보고 눈어림 예보를 한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첨단과학시대에 무슨 이런 짓을” 할지 모르나 변덕스러운 날씨를 과학이 아직 극복 못 하고 있는 판국인지라 이를 즈음해서 전통 예보문화를 뒤돌아보았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