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1억엔 매국설
[이규태 코너]1억엔 매국설
한국인 가운데 최초로 창씨개명한 것은 송병준(宋秉畯)으로 일본 이름은 노다 헤이지로(野田平次郞)다. 이름만 바꾼 것이 아니다. 일본 전통 옷인 하부타에 하오리에 센다이 하라만 입고 다녔다. 왜 조선사람이 일본옷만 입고 다니냐고 물으면 한국 풍속이나 습관은 비위나 체질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술을 마셔도 꼭 일본 정종만 찾아 마셨고 술집에서 단골로 불렀던 노래도 '도도이쓰'라는 일본 노래였다.
그 송병준이가 당시 일본 가쓰라 다로(桂太郞) 총리를 찾아가 조선을 1억5000만엔에 일본에 팔겠다고 한 말이 당시 일본 관계자들의 비록(?錄) 공개로 드러나 민족감정에 두드러기를 일으켰다. 1억 또는 1억5000만엔에 나라를 팔아버리면 수월하지 않으냐는 송병준의 치기 어린 발언은 이 비록이 처음이 아니다.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는 조선 병탄을 내각차원과 민간차원 양 갈래로 음모해왔다. 흑룡회(黑龍會)라는 일본 우익단체의 공작으로 이용구(李容九)와 송병준을 앞세워 만든 일진회(一進會)가 그 민간차원의 유령단체다. 한데 이토는 송의 야성적인 돌출행위를 불신했고 실각한 송은 일본을 유랑, 조야의 정객을 만나 자신의 위상회복을 노리고 다녔다. 이때 만난 가쓰라 총리가 그에게 한국을 병합한다고 하면 돈이 얼마쯤이나 들까 하고 물었다.
이에 송은 1억엔이면 된다 하고 그 돈을 자기에게 준다면 무난히 해내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이에 가쓰라가 "1억엔이면 너무 비싸다"고 하자 송은 1만4000리 사방의 국토와 그에 따른 자원과 2000만 인구가 딸렸는데 1억엔이면 싼값이라고, 마치 장바닥에서 밴댕이 흥정하듯 했다 한다. 전기 흑룡회 회장인 우치다(內田良平)가 송에게 그 말을 종용했다는 설도 있다.
이상의 내용은 당시 일본측 음모에 깊이 관여했던 일본 신문기자 세키오(釋尾春芿)의 비록에 적힌 것이다. 함경도 장진 관비(官婢)의 사생아로 기생집에서 심부름하며 자라다가 친일파에 입문한 송의, 신분의 열등감에 대한 보상심리와 기득권층에 대한 반항이 치기 어린 친일행위로 돌출한 것으로 풀이되기도 한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