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 드림 내각
[이규태코너] 드림 내각
지금 사이버 공간에서는 역사상 괄목할 만한 업적을 남긴 장관들로 시공을 초월한 내각을 조각하는 드림 내각이 뜨고 있다. 김선일씨의 충격적인 죽음을 둔 정부의 무능력에 대한 반동이요, 권력 나눠먹기로 장관을 임명하는 관행에 대한 민심을 반영하는 드림내각이다. 그 많은 드림마다 빠짐없이 끼이는 분으로 왜란 중 크고 작은 36개 전투를 승리로 이끈 이순신(李舜臣) 국방장관, 신라시대 동북아시아 해상을 관장했던 장보고(張保皐) 해양수산장관, 분단을 막고자 남북을 내왕한 김구(金九) 통일장관, 남침한 거란의 적진에 들어가 담판으로 서북지방을 우리땅으로 만든 고려초의 서희(徐熙) 외교장관이 그분들이다.
옛 선비들 사랑에 모여 ‘만고도목(萬古都目)’이라는 드림내각을 조각하는 지식유희(知識遊?)가 있었는데, 그 사랑에 모이는 인맥의 사상 표출로 활용되기도 했다. 1918년 최남선의 만고도목을 보면 국무총리에 고구려 고국천왕 때 백성이 천거한 인물로 농부로부터 국상까지 오른 을파소(乙巴素)를, 외무장관에 서희를 등용시키고 있다. 외무부의 교섭국장에 최명길(崔鳴吉)을 발탁했는데 남한산성에서 척화파가 항복문서를 찢자 이를 주워모으면서 “나라에는 이를 찢는 사람도 있어야 하고 찢은 것을 주워모으는 사람도 있어야 한다”며 주워모았던 뼈대 있는 외교의 명수다. 울릉도를 침해한 일본인을 내쫓고, 어선을 뒤쫓아 일본까지 들어가 울릉도는 우리 영토임에 동의하는 문서를 받아들고 오다 순난당한 민간 외교영웅 안용복(安龍福)을 총영사로, 전권공사에는 신라의 충신 박제상(朴堤上)을 등용했다. 인질로 잡혀가 있는 왕자를 구하고자 단신 일본에 뛰어들어 갖은 위난 끝에 귀국시키고 자신은 잡힌 몸이 되어 분형(焚刑)을 당한 살신 외교관이다. 지금 외교부에 안용복이나 박제상 같은 외교관이 있었던들 이라크로 날아가 그토록 죽고 싶지 않다고 절규하는 김선일씨를 어떤 방식으로든 구출, 한국에 돌려보내고 자신이 피랍된 몸이 됐을 것이다. 드림내각은 지식유희가 아니라 옛일을 빙자한 정치 지탄이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