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 벌레먹는 교장선생

bindol 2022. 10. 14. 08:19

[이규태 코너] 벌레먹는 교장선생

조선일보
입력 2004.06.17 17:40
 
 
 
 

비극의 왕자 사도세자는 어릴적 아이들과 칼싸움 놀이로 지냈으며, 세자가 휘두른 칼에 피를 보고는 좋아하곤 했다 한다. 또 어릴적 세자를 시중했던 한 상궁은 결벽증이 심해 옷을 두세 번 갈아입히는 등 옷을 두고 까다롭게 굴었다 한다. 세자가 장성해서 주변 사람들은 물론 후궁까지 무고하게 살상하여 아바마마의 눈밖에 났으며, 옷 한 번 입는 데 스무 번을 갈아입고도 성이 차질 않아 스무 번이나 불에 쬐어 입는 등 변태를 유발한 요인이 되고 있다. 140억개나 되는 인간의 뇌세포는 각각 40~100여개의 돌기를 뻗쳐 서로 간에 복잡한 맥락으로 그 사람의 지성 감성 성격을 형성시킨다. 이 맥락 과정에 있는 어린이들의 감각을 통한 인지는 뇌세포에 프린트되어 평생 영향을 끼치는 이유가 이에 있다.

공자의 10대 제자 가운데 한 분인 증자(曾子)는 학행뿐 아니라, 이 같은 자식 교육에 확고한 철학을 지녔던 분이다. 언젠가 그의 아내가 장 보러 가는데 어린 아들놈이 보채며 따라가겠다 칭얼거리자 집에 있으면 돌아와 돼지고기 먹여준다면서 달랬다. 그 아내가 장에서 돌아오니 증자가 집의 돼지를 잡고 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옛 중국에서도 돼지는 재산 제1호로 아껴두는 재물이다. 이렇다 할 생업도 없이 글만 읽는 증자임에랴. “앞서 아들놈에게 돼지고기 먹여준다고 약속하지 않았느냐” 하자 아내는 “달래려고 한 말인데 바보스럽게…” 하자 “부모가 거짓말 하는 것은 거짓말 하라고 가르치는 것이며, 앞으로 부모가 하는 말을 믿지 않게 된다. 약속은 자식을 키우는 데 황당하더라도 지켜야 한다” 했다.

미국 텍사스의 한 초등학교 교장이 학생들 앞에서 두 마리의 벌레를 먹어 보이는 해프닝이 보도되었다. 학기 초에 시험성적이 일정수준에 오르면 여러분 앞에서 벌레를 먹어 보이겠다고 한 약속을 지킨 것이다. 성적을 올리고자 선생님들의 별의별 괴상한 약속 해프닝이 성행하고 있다던데 증자의 교육논리로는 합당한 해프닝인데도 미국 교육계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일고 있다 하니 동서 문화충돌인가 아이들 머리가 약아진 탓일까.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