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 떡과 한국인
[이규태코너] 떡과 한국인
법도 있는 집에 시집가려면 음식 백팔십 수를 익혀야 했다. 장 36가지, 김치 36가지, 젓갈 36가지, 죽 36가지, 그리고 떡 36가지, 도합 180가지를 만들 줄 알아야 한다 해서 백팔십 수다. 그래선지 계집아이는 어릴적부터 그 음식가지 이름을 타령조로 외우면서부터 철이 든다. 떡타령을 들어보자.‘왔더니 가래떡/울려 놓고 웃기떡/정들라 두텁떡/수절과부 정절떡/색시 속살 백설기/오이 서리 기자떡/주눅 드나 오그랑떡/초생달이 달떡이지’하는 식이다. 떡문화가 발달한 증거로 1년 열두달 명절마다 떡을 달리 빚어먹었다. ‘정월 보름 달떡이요/2월 한식에는 송편이며/삼월삼짇 쑥떡이로다/사월 팔일 느티떡/오월 단오에는 수리치떡/유월 유두 밀정병이라/칠월칠석 수단이요/팔월가위 오려송편/구월구일 국화떡이라/시월상달 무시로떡/동짓달 동지에 새알시미/섣달 그믐에 골무떡이로다.’
연변에 가면 손님 밥상 복판에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떡 한무럭이 올려 있게 마련이다. 주인과 손이 이 흰떡 한쪽을 끌어 떼어 먹는 것으로 식사가 시작되는데 이것이 떡 발생의 원초적 형태로 보는 학자도 있다. 흰떡을 끌어서 자른다 하여 인절미(引切米)라 일컬은 것도 이에서 비롯된 것이다. 떡에는 서로를 붙게하는 찰기가 있고 이를 더불어 먹음으로써 일심동체를 주술적으로 다졌다. 제사 때 반드시 떡이 오르게 된 것도 헤어져있던 조령(祖靈)과의 접착제 구실을 하기 때문이요, 그 떡을 고루 돌려먹었으니 떡은 정신음식인 것이다. 과거 치르러 가는 서생이 찰떡을 먹는 것이며 그 찰떡을 당산목에 붙이고 떠나는 것이며 그것이 지금 대학입시 교문에 나붙는 찰떡으로 명맥을 잇고 있다. 첫 친정나들이에서 시집으로 돌아올 때 ‘입마개떡’이라 하여 인절미 한 석작 들려보내는 관행도 그 떡으로 시집 식구 며느리 욕하는 입을 봉하라는 것이 아니라 시집 식구와 며느리 사이를 접착하려는 염원에서다.
어제 그제 우리나라 전통 떡 만들기와 떡 장인(匠人) 뽑기, 떡에 얽힌 민속 재연 등 떡문화를 재연하는 떡 축제가 열렸기로 그 위상을 살펴보았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