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황금오줌 누는 돼지
[이규태 코너] 황금오줌 누는 돼지
중국 역사상 제일 부자로 진(晋)나라의 석숭(石崇)과 왕개(王愷)를 친다. 이 두 부호가 사치를 겨루는데, 석숭이 비단옷 입혀 금싸라기와 제호탕만을 먹여 기른 통닭구이를 즐긴다니까, 왕개는 첫 아기를 낳은 미모의 여인들 젖만을 먹여 기른 돼지고기 구이를 즐긴다고 응수했다. 동물학자 슈테그만은 독일 북부지방에서 어머니들은 불어난 젖을 돼지에게 먹여 기르고, 이렇게 기른 돼지는 중세 봉건주에게 바쳐진다고 했다.
우리나라에도 상전이나 원님에게 바친 화전(火田)돼지라는 게 있었다. 화전 농가들에서는 불을 질러 나무를 태운 자리에 주둥이가 길죽한 특종돼지를 놓아 먹이게 마련인데, 나무뿌리만을 캐어 먹고 자란다. 이 화전돼지 고기는 폭비(暴肥)라 하여 살이 많이 찌는 것을 막아주고 중풍을 예방한다는 귀한 약재로 선호됐다. 아마도 나무뿌리의 특수성분이 돼지 체내에서 순환기 질환에 대응하게끔 바이오화한 것일 게다. 다이어트 약으로 이 화전돼지를 양산하면 한 밑천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10여년 전 특수하게 조제된 사료만을 먹여 기른 돼지의 육질로 심장병 요인인 콜레스테롤을 격감시키는 데 성공하여 식품화한 적이 있다. 이처럼 돼지는 심장계통 질환에 잘 듣는 바이오 자질을 지녔음이 화전돼지 이래 속속 드러나고 있다. 이번에는 돼지의 육질이 아니라 돼지의 수정란에 특수 유전자를 주입해 기른 돼지 오줌에서 뇌졸중 곧 중풍을 치료하는 값비싼 약을 추출하는 데 성공했다. 1g당 5300만원이라니 황금 계란을 낳는 닭에 못지않는 황금 오줌을 누는 돼지가 탄생한 셈이다.
서양에서의 돼지는 성서시대 이래 부정·탐욕·간음 등 악의 상징이지만, 한국에서는 업돼지라 하여 재물의 상징이었다. 지금도 돼지꿈꾸면 80%가 복권을 산다는 보도도 있었다.돼지를 팔아 대사를 치러온 데서 재와 결부됐다고 하기도 하고, 한 배에 많은 새끼를 낳는다 해서, 또는 돼지 돈(豚)이 우리나라 돈과 같다 하여 결부됐다고도 한다. 아무튼 황금 오줌을 누는 바이오 돼지의 탄생이고 보니 우리 조상들 미래를 보는 눈이 새삼스러워진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