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라크 포로 학대
[이규태 코너] 이라크 포로 학대
십자군전쟁의 이슬람측 영웅 살라딘을 모르는 유럽사람은 없다. 패자인 기독교도에 대한 예상을 뒤엎는 인도적 대접 때문이다. 예루살렘의 함락 직전 농성 중이던 십자군측에서 밀사를 살라딘 휘하에 보내어 “무혈(無血)항복할 수 있게 하라. 그러지 않으면 이슬람 포로 5000명을 죽이고 일전을 불사하겠다”고 통고하자 살라딘은 전자를 선택하고 포로와 부녀자들에게 인도적 대우로 유럽사람들을 감동시켰다. 그는 포로가 된 기독교국 왕을 자기 곁에 앉혀 사막에서 황금만큼 귀한 얼음을 찬물에 타 권하기도 했다. 복수의 종교로 알아왔던 유럽사람들에게 인식의 변화를 가져다준 살라딘이었다. 한데 지금 이라크를 지배하고 있는 미·영국군은 이슬람교도인 이라크 포로들의 항문에 빗자루 손잡이를 집어넣는가 하면 포로에 두건을 씌워놓고 소변을 보고, 심심했던지 포로들을 벌거벗겨 인체 피라미드를 쌓게 하는 등 증오와 변태의 학대가 전 아랍권의 공감권에 분노의 불을 지르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세상에는 포로에게 가혹한 국민성과 관대한 국민성이 있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견문록’에 일본사람은 인질 값을 못 낸 포로는 인육으로 잡아먹는다 했으며, 임진왜란 때 포로들의 코와 귀를 잘라 전과보고를 하리만큼 잔인했다. 2차대전 전범재판은 포로학대 응징으로 집약됐다 할 만큼 학대가 가혹했다. 이에 비해 화랑도의 살생유택(殺生有擇) 정신이 살아서인지 한국의 국민성은 포로에게 인도적이다. 임진왜란 때 포로로 잡혀간 강항(姜沆)의 ‘간양록(看羊錄)’에 포로에 관한 이야기가 많은데 “우리나라는 항왜(降倭) 곧 왜군 포로의 대우를 극진히 하여 의복과 음식을 장관(將官)급과 같게 했으며 학덕이 있으면 3품 벼슬까지 내렸고, 먹고 살 땅을 내리고 사성(賜姓)까지 했기로 장병들이 감탄하여 귀순해왔다” 했다.
기독교 정신과 준법정신에 투철하여 포로학대에 남달리 민감한 미·영 군인들의 소행들이고 보면 이슬람에 대한 잠재된 증오의 돌출인지, 기독교정신과는 거리가 먼 게르만 민족의 본성이 돌출한 것인지 기존 인식에 진한 피가 흐르는 상처를 보는 것만 같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