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코너] 女風 政局

bindol 2022. 10. 23. 06:40

[이규태코너] 女風 政局

조선일보
입력 2004.03.30 17:15
 
 
 
 

열이 심한 감기가 들면 미국에서는 차가운 콜라나 주스를 먹이고 냉탕에 목욕시키는 이냉치열(以冷治熱)을 한다. 한방에서 열에 냉을 대결시켜 다스린다 하여 이를 대치(對治)라 한다. 반대로 우리나라에서 감기가 들면 불 지핀 아랫목에 이불을 씌워 땀을 흘리게 하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을 한다. 열을 열로 다스린다 하여 동치(同治)라 한다.

이 세상의 많은 대립 개념인 선악, 적과 나, 신과 악마, 여야, 네편과 내편 등을 해소시키는 수단으로 서양사람은 대치를 선호하고 한국사람은 동치를 선호한다. 또한 대치에 실패하면 동치를 택하는 끝바꿈도 역사의 관행이다. 부시 정권의 이라크 전쟁은 대치 전쟁이었고 부시에 도전한 켈리가 동치를 부르짖고 나선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하듯이 총선을 눈앞에 둔 우리나라도 대치정국에서 동치정국으로 전환하는 기색이 보이고 있다. 헌정사에 기억될 만한 여야의 대결양상을 국민은 일거수일투족 보아온데 대한 식상이 정치 현안과는 전혀 다르게 물꼬를 터 놓았다. 곧 대치 정국에 대한 실망이 동치 정국에 고개를 돌리게 한 것이다.

 

적과는 맞싸워 물리쳐야 한다는 대치는 남성원리(男性原理)요, 적을 감싸 갈등을 해소하려는 동치는 여성원리(女性原理)다. 국민 여론은 여야나 정책과는 거리를 두고 강성(强性)에서 연성(軟性)으로, 하드에서 소프트로 전환해가고 있으며 이 무드를 선거판에 끌어들이고자 여풍(女風)을 크게 작풍하기에 이른 것일 게다.

제1야당 당수와 제2야당의 선거책으로 여성이 뽑히더니 비례대표 제1위가 양당 모두 여성이요 남녀동수로 여성우대하는 당도 있으며, 이미 그 이전에 3당의 입들인 대변인으로 여성을 영입, 여풍정국에 풍속을 가속시키고 있다.

과반을 넘은 유권자의 표를 노린다고도 볼 수 있으나 정치 현안이 군사·남북문제·안보 등 남성원리 분야에서 민생·취직·물가·육아·주택·환경·삶의 질 등 여성원리 분야로 관심이 이동하고 있음도 여풍에 바람을 보태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여풍이 원하는대로 불어줄 지는 물론 미지수고ㅡ.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