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 氣와 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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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은 과학과 주술(呪術)이 지배하는 이원구조로 돼 있는데 주술이 지배하는 세상을 학술적으로 집대성한 것이 프레이저의 「황금 가지」다.
거기에 한국의 역사에 있었던 주술사례 몇 가지가 인용돼 있다. 철종대왕이 돌아가실 때 등창으로 고통받았지만 신성한 임금님의 몸에 철물을 대는 것은 금기(禁忌)였기에 침을 놓으면 살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쇠는 임금의 초월적인 기(氣)를 죽이는 물건이라 몸에 대는 것은 대역(大逆)에 해당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후손도 못 보고 승하했다. 또 헌종(憲宗)은 입술에 종기가 났는데 칼로 종기를 째면 나았을 것을 철물 금기로 대지 못하고, 시의(侍醫)가 광대를 불러 임금으로 하여금 파안대소케 하여 종기를 터뜨렸다고 했다. 쇠가 주술세계와 이어주는 기를 자른다는 인식은 한국에서뿐만은 아니다.
유대인은 신전을 지을 때 쇠로 된 재료나 연장은 일절 쓰지 않으며, 로마에서도 신이 건너온다는 나무다리를 만들거나 수선할 때 철재나 쇠연장을 쓰지 않은 것으로 미루어 주술의 동맹인 기를 끊는 단기(斷氣)물로 쇠를 터부시한 데 동서가 다르지 않다.
다만 한국 사례가 많이 인용된 것은 이 단기문화가 별나게 발달했음을 미루어 알 수 있게 한다.
한국에서 발달한 풍수도 바로 산천을 통해 흐르는 기가 가운과 후손의 성쇠를 좌우하는 것으로 알기 때문인데, 명사나 자손이 잘되는 무덤에 쇠칼이나 쇠몽둥이를 꽂아 그 기운을 단절할 수도 또 가로챌 수도 있다고 보아 명인의 무덤들에 쇠칼이 대량으로 발견되는 단기소동이 일기까지 했었다.
일제가 경복궁에 맥을 잇는 민족정기를 끊고자 총독부를 그 자리에 세울 때 총독부 옥상을 일본의 일(日)자형으로 빔을 박고, 총독부 전면에 세운 경성부청(府廳), 즉 서울 시청의 옥상을 일본의 본(本)자형으로 틀을 잡았다는 설도 있었다.
그러니 민족정기의 결집체인 백두산을 놓아둘 리 없으며 그 백두산 정기를 단절하는 무당굿 현장 사진이 공개되더니 그 기를 끊는 현장에 참여했던 생존자가 보도되기까지 했다. 주술을 써서까지 나라를 망치려 들었던 그 광(狂)의 맥이 불특정 다수를 살해하여 국가 권력을 타도하는 옴진리교로 분출, 드디어 그 원흉의 사형판결을 보기에 이른 것이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