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 엉덩이 뉴패션
[이규태코너] 엉덩이 뉴패션
스위스에서 한 여자가 이웃과 말싸움 중에 갑자기 엉덩이를 노출시켰다 해서 외설죄로 일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일이 있었다. 최고재판소에서 기각되고 말았는데 엉덩이를 내보이는 것은 유럽에서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모욕행동으로 외설죄를 적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부시 대통령의 아버지가 부통령이었을 때 부통령 후보인 페로라와의 텔레비전 토론을 마치고 “페로라의 작은 엉덩이를 차주었다”는 발언이 말썽이 되기도 했다. 엉덩이를 찬다는 것은 한 대 먹여주었다는 승리감을 나타내는 속된 말이지만 상대방이 여자라서 부도덕적인 발언으로 문제가 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엉덩이에 부정적 이미지가 따르는 데는 연유가 있다. 유럽의 악마들은 엉덩이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이 약점을 이용, 재앙을 가져다주는 악마에게 엉덩이를 내보이거나 차면 자신의 결함을 지적받았다는 생각으로 악마가 도망치는 것으로 알았다 한다. 성직자들이 악마의 환상에 시달릴 때 이 엉덩이 노출을 곧잘 했으며 독일에서는 폭풍우가 심하면 남녀가 현관에서 엉덩이를 내밀어 악마의 접근을 막았다 한다.
엉덩이는 섹스 이미지가 가장 진한 부위이기도 하다. 사랑의 여신인 아프로디테는 아름답고 큰 엉덩이의 소유자란 뜻이요, 마릴린 먼로의 엉덩이 걸음을 섹시하고 매력적으로 여긴 것도 그 때문이다.
우리말에 여자가 바람을 피운다 할 때 ‘꼬리 친다’고 하는 것도 엉덩이를 흔든다는 뜻의 완곡한 표현이다. 옛 부녀자들이 어른 앞에서 뒷걸음질하여 엉덩이를 보이지 않는 것이 부도(婦道)의 첫걸음이었던 것도 그것이요, 나들이할 때 치맛깃 휘둘러 조여 입었는데 그 조임의 강도로 육선(肉線) 드러나는 정도를 보고 술집 여자인지 무당인지 화냥기가 있는지 여부를 가늠했던 것이다.
엉덩이 패션도 다양하게 변해왔는데 올겨울 미국에서는 엉덩이의 좌우 갈림새를 어슴푸레 드러내는 패션이 유행하고 있다 하니 마지막으로 아껴온 성의 영역마저 드러내 매력을 증발시키고 있는 셈이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