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 장모의 力學
[이규태코너] 장모의 力學
미국에는 장모의 날이 있다. 어머니가 베푸는 은공을 보답받지 못할 때 어머니날이 생기고 어린이가 건전하게 대접받지 못할 때 어린이날이 생기듯, 미국에서는 장모와 사위 사이가 험하기 이를데 없어 그 관계 개선을 위해 장모의 날이 생겨났을 것이다.
영화 ‘에어포트 75’에 보면 자가용 제트기를 손수 모는 젊은 실업가 앤드루스는 비행기가 이륙할 때마다 ‘장모로부터 해방이다!’라고 뇌까리던 것이 생각난다. 이처럼 기혼 미국 남자들은 어느 정도는 장모 콤플렉스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마치 한국 며느리들이 시어머니 콤플렉스로부터 헤어나지 못한 것과 같은 현상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에서는 사위가 곰보라도 예쁘고 사위가 오면 반가워 신발을 거꾸로 신고 나간다.
가정에 있어 부권(父權), 곧 남편의 권한이 강할수록 시어머니가 군림 며느리의 영역을 침범하기에 며느리와의 사이가 나빠지고, 모권(母權) 곧 아내의 권한이 강한 사회일수록 장모가 사위의 권한을 시시콜콜 간섭하기에 사위와의 사이가 나빠질 수밖에 없다. 곧 모권의 강약이 사위를 밉고 예쁘게 하는 변수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부자 간이나 형제 간의 유대력이 강한 부권사회였지만 핵가족화의 진행으로 모권이 신장되어 왔는데 여성개발원이 조사한 가족관계 및 가치관 조사에서 장모를 위시한 처가 자매 간의 모계 유대력이 부계 유대력보다 강하게 드러나 가족 혁명의 진행이 급류를 타고 있음을 실감케 한다.
시부모보다 장인·장모로부터 경제적 도움을 더 받고 남편 형제 간의 유대감보다 아내 형제 간과의 유대감이 5배 이상이 강하다. 요즈음 텔레비전의 가족 출연을 보면 시부모나 시댁 형제와의 출연은 볼 수 없고 장인·장모나 처가 식구와의 출연 빈도가 한결 잦다. 처삼촌 묘 벌초하듯 하고 겉보리 서말만 있어도 처가살이 하지 않는다는 처가의 기세가 등등해진 작금이다.
워낙 억눌렸던 가정에서의 모권 부활이 바람직하지만 균형을 넘어서 지나치면 사위가 곰보처럼 보이고 겉보리 서 말 들고 처가살이 하러 들지 모를일이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