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코너] 미키마우스 75세

bindol 2022. 10. 28. 08:45

[이규태코너] 미키마우스 75세

조선일보
입력 2003.11.18 17:04
 
 
 
 

60년대 초만 해도 홍콩 주룽(九龍)반도에서 중국땅을 바라보는것이 관광코스 가운데 하나였다.

기억에 남는 것은 중국측에서 세워놓은 반미(反美) 선전탑이다. 홍콩측에서 중국을 향해 세워놓은 '가구가락(可口可樂)'이라는 코카콜라의 선전탑에 ‘고가고래(苦加苦來)’로 대응하고 있었다.

흥미를 끄는 것은 그 선전탑 아래에 커다란 바구니 같은 것을 걸어놓았기에 뭣이냐고 물었더니 안내인은 쥐덫이라면서 그 안에 분명히 미키마우스를 가둬놓았을 것이라고 했다.

아메리카니즘의 세계화는 코카콜라의 상륙으로부터 시작하여 청바지가 따라오고 그 청바지 해진 바짓자락을 미키마우스가 물고 따라오면 미키마우스의 꼬리에 매어놓은 맥도날드 햄버거가 따라온다는 것이 상식이었다.

코카콜라에 이어 따라들어갈 미키마우스까지 덫으로 가둬놓았던 그 중국 도처에 ‘가구가락’의 네온사인과 미키마우스의 대형 캐릭터가 도시의 조명을 사로잡고 있고, 베이징에는 미키마우스의 영원한 안식처인 디즈니랜드마저 건설 중이다.

미국에서 나온 기록백과 ‘북 오브 리스트’에 동서고금에서 가장 많은 팬레터를 받은 배우가 사람이 아닌 미키마우스요, 동서고금 어디 가서도 10%의 로열티 없이 쓸 수 없는 캐릭터가 미키마우스다. 그 미키마우스가 어제로 75세를 맞아 이 쥐 한 마리가 상징하는 아메리카니즘의 발자취에 대한 이념적 학술작업들이 한창이라는 외신이다.

 

미키마우스가 뜬 것은 구시대의 종교적·도덕적·문화적 중압에서 자유로워지려는 미국사람들의 심금에 와닿았기 때문이다.

천방지축으로 말썽만 부리고 쓴맛만 보고도 활기를 잃지 않는 것에서 미국사람들은 구체제와 부딪치는 순박한 통과의례요, 실패와 친근한 마이너스 정신과 실패에서 지혜를 얻어 새로 도전하는 인생철학을 본 것이다.

어느 문화권에서건 미국사람이나 미국문화를 두고 천박하다는 느낌을 갖게 한 바로 그 원형질을 미키마우스가 대변했으며, 그것을 에너지로 승화시키고 만 미국이다. 어린이들을 웃기지만 어른들을 구태에서 해방시켰다고 ‘라이프’지는 미키마우스를 한마디로 평가했다. 50세를 넘기면서 미키마우스도 점잖아지더니 이제 백수에 다가가면서 대변할 아메리카니즘이 뭣인가 지켜봄직하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