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 이팝나무
[이규태코너] 이팝나무
며칠을 굶고 누워 있던 흥부가 박속으로라도 허기를 채우고자 박을 타는데 쌀이 쏟아져나온다. 나오는 족족 밥을 지어 남산만하게 밥산을 만들어놓고 아들들을 불러댄다.
스물일곱 아들놈들이 달려와 밥산에 철환(鐵丸)처럼 틀어박혀 밥을 먹어대는데 형태는 보이지 않고 바람에 날리는 이팝나무처럼 밥산이 요동칠 따름이었다. 흔치 않은 나무인지라 바람에 요동치는 이팝나무가 감이 잡히지 않을 것이다.
오뉴월이 되면 이팝나무에는 하얀 꽃이 만발, 마치 밥을 지어 들판에 쌓아놓은 형상이다. 밥으로 만든 산을 이팝나무에 비유한 데는 그 꽃이 쌀밥처럼 희다 해서뿐 아니다. 이팝나무라는 이름이 바로 이 쌀밥을 둔 한국인의 비원(悲願)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 비원의 이팝나무를 복원되는 청계천 양 언덕의 가로수로 1500그루 심기로 했다 한다. 이팝나무의 어원에 대해 세 가지 설이 있다. 이 나무에 하얀 꽃이 피기 시작하는 것은 입하(立夏)철이다. 입하철에 꽃이 핀다 하여 입하나무가 이팝나무가 됐다는 설이 그 하나다.
지금도 전라남도에서는 입하나무라 부르는 지방이 있다. 둘째 이팝나무에 꽃이 만발하면 쌀밥 지어 쌓아놓은 것만 같다. 북한의 김일성 주석이 내건 북한주민의 생활지표가 ‘이팝에 쇠괴기국’이었듯이 쌀밥을 이밥 이팝이라 했음으로 미루어 이팝나무는 쌀밥나무란 뜻이라는 설이다.
셋째로 이 이팝나무 꽃이 만발, 별나게 희면 그 해 벼농사에 풍년이 드는 조짐으로 알았고 그로써 흰쌀밥 곧 이팝을 먹게 됐다 하여 이팝나무라 불렸다는 설이 그것이다. 남도에서 풍년나무로 불리운 것도 바로 흡사하게 생긴 것들끼리는 서로 상감(相感) 상통(相通)한다는 원시적 사고가 그 같은 이름을 있게 한 것일게다.
중국이나 일본에서는 이팝나무가 육도목(六道木)으로 불린다던데 사람이 죽어 저승 가는 삼도천(三途川)을 건널 때 뇌물로서 관 속에 쌀을 넣어주는 관습이 있었고 그로써 극락이나 지옥에 환생한다든가 사람 또는 짐승 수라 아귀 등 육도(六道)로 제 갈길 가게 된다 하여 이를 육도미라 일컫게 됐다 한다.
혹심한 흉년을 겪으면서 이 이팝나무 꽃을 말려두었다가 대신 넣어주었던 데서 육도목이라는 이름을 얻었음직하다. 주로 3남지방에서 20m까지 자라는 이팝나무는 300~400년 된 수령의 천연기념수만도 전국에 9그루가 있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