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코너] 스와핑

bindol 2022. 10. 30. 16:08

[이규태코너] 스와핑

조선일보
입력 2003.10.16 16:26
 
 
 
 

쓸모없어진 생활용품을 주차장에 늘어놓고 행인에게 파는 미국의 차고 세일에 가보면 스와핑 리스트라 하여 유모차며 타이프라이터 등 교환하고 싶은 물품을 적어 붙여 놓은 것을 볼 수 있다.

이처럼 스와핑은 물품 교환을 뜻했던 것이 아내나 남편의 성(性)까지 바꿔 엔조이하는 퇴폐교환으로까지 진전한 것은 60년대 들어서였다.

미국의 지하신문에 보면 스와핑 광고가 나있는데 이를 보고 연락해서 만나 A의 차에 B의 아내가 B의 차에 A의 마누라가 타고 나가는 것이 광고 스와핑이다. SFL(성 자유연맹) ASFM(미국 성자유운동) 등 대규모 알선단체에 가입해 그 주선으로 파티에서 만나 이루어진 것이 파티 스와핑이다.

월 회비 50달러 안팎으로 한 달에 한 번 파티를 즐길 수 있는데 지켜야할 조건은 21세 이상이어야 할 것, 성병이 없어야 할 것, 파티에서 있었던 모든 일을 일절 말하지 말 것 등으로 서약을 해야 한다.

이 밖에 스와핑을 전문으로하는 바가 있어 이곳에서 눈이 맞으면 음탕한 부속실에 안내되는데 스와핑 진행 중의 자기 아내의 모습을 볼 수 있게 돼 있어 자극적인 것이 별나다.

이미 우리나라에도 PC통신에 스와핑 코너가 등장해 10만원 회비의 회원제로 알선하던 중개업자가 구속된 것이 5년 전 일이요, 지금은 6000여쌍이 노래방, 술집, 펜션을 전전하면서 스와핑을 즐기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가꿔 먹을 토지가 비좁은 산간지방에서는 형제가 분가를 할 수 없기에 형이 죽으면 아우가 형수와 같이 살고 따로 살더라도 스와핑을 자연스레 했으며 그렇게 해서 낳은 아이는 아무 누구의 아이가 아니라 그 가문의 아이가 되었다.

사교(邪敎)에서 흑막을 폭로하지 못하게끔 피기름이라는 미명의 스와핑을 자행하는 것이 공식이었다. 모두를 사교의 공범으로 만드는 수단으로 스와핑이 십상이기 때문이다. 북관(北關)지방에 나가는 벼슬아치들은 아내를 동반할 수 없기에 관비(官婢)를 두어 재임 동안 성적 서비스를 하는 관첩이라는 게 있었다.

벼슬아치들 사이에 이 관첩의 스와핑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으며 그 중에는 이에 완강히 저항해 정절을 지킨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대체로 성도덕에 완강했던 우리 성문화 풍토에 스와핑의 침투는 기초 인성(人性)에 교육적 구멍을 크게 느끼게 한다.

(이규태 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