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 폭염과 노인
[이규태코너] 폭염과 노인
폭염으로 수백 명씩 죽는다는 인도 비하르 지방은 섭씨 50도가 넘으면 오전 10시부터 통행금지를 한다. 외국인은 인도정부가 생사를 책임지지 않는다는 계약서에 서명해야 다닐 수 있다. 죽기 직전 나무그늘에 내다버리는 이 폭염 희생자는 제대로 먹지 못하는 노약자들이며, 말이 끄는 버스를 타면 베로 둘둘 만 송장을 들고 타는 손님이 적지 않고, 송장도 한 사람몫의 삯을 내야 하며 손님들은 자연스레 무릎에 그 송장을 가로놓게 했다. 생사간이 이렇게 접근돼 있는 지역도 없을 것이요, 이곳에서 불교가 탄생한 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다.
한데 폭염으로 프랑스에서 1만여명이나 죽었다는 보도는 많은 사람을 의아하게 한다. 인도와 달리 더위를 쫓는 냉방문화가 저변화됐을 선진국에서의 일이라 그렇다. 한 가닥 이해가 가는 것은 죽은 사람의 과반이 고령의 노인이요, 혼자 살거나 바캉스로 혼자 집을 지키던 독거노인이라는 점이다. 더위로 심신이 약화되어 기동이 어려워 먹고 마시는 것을 제대로 못하고 약도 못 사먹어 죽어간 것이니 만약 가족이 있었다면 죽지 않았다는 것이 된다. 곧 폭염이 죽인 것이 아니라 노인경시라는 사회 살인사건이다.
여진족은 부모가 늙어서 걷지 못하면 자식은 성찬을 베풀고 호랑이가 되겠습니까, 곰이 되겠습니까 묻고는 가죽부대에 담아 나무에 걸고 활을 쏘는데 단발로 쏴 죽여야 효자로 칭찬받는다는 견문이 조선조 문헌인 ‘용재총화’에 나온다. 이처럼 인류는 노부모를 살해하는 살로(殺老) 단계에서 고려장처럼 산 채로 묻거나 산야에 내다버리는 기로(棄老) 단계를 거쳐 오늘에 이르렀다. 핵가족화의 이기(利己) 비대로 부모를 독거시키는데 버린 곳이 산야가 아닌 집이라는 차이뿐인 기로(棄老)요, 폭염으로 거동하지 못하고 죽어가게 하는 것이 화살을 쏘지 않은 것일 뿐 살로(殺老)가 아니고 무엇인가.
그렇게 죽어간 부모를 찾아오지도 않아 버려진 시체가 400여구나 된다는 보도가 자식들에 의한 사회살인임을 재증명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복지가 잘되어 시설 좋은 노인홈에서 여생을 지낸다. 한데 화려한 독거보다 아들손자와 더불어 사는 가난한 동거를 지향하는 노인운동이 벌어지고 있음을 보았는데 이번 폭염살인에서 크게 깨우칠 일이라고 본다.
(이규태·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