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코너] 지우제(止雨祭)

bindol 2022. 10. 31. 08:33

[이규태코너] 지우제(止雨祭)

 

조선일보
입력 2003.08.27 17:06
 
 
 
 

폭염으로 만여명이나 죽은 프랑스에서는 예수 그리스도가 못박힌 십자가를 세우고 기우제를 지내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지우제(止雨祭)를 지내야 할 만큼 장마 그친 이후로도 한달 남짓 비가 끊이지 않고 있다. 입추(8월 8일) 지나 닷새를 비가 내리면 흉년이 든다 하여 지우제를 지냈는데 처서 지난 어제오늘도 비가 내리고 내달 초까지 오락가락하여 가을이 짧아질 것이라 한다. 일조량이 예년보다 반감하여 벼가 평균 7㎝나 덜 자라고 고추 등 농작물은 썩어 문드러지는가 하면 포도나 배,사과 등 과일은 단맛이 들 겨를이 없었다. 남태평양의 열기단(熱氣 )과 시베리아의 냉기단(冷氣 )이 부딪히는 목에 한반도가 자리하여 기후가 모질었기로 조상들은 자연 앞에 공손하여 곧잘 무릎꿇고 천우신조를 빌었던 것이다. 비를 멎게 해달라는 제사는 성문에서 지낸다 하여 성문제(城門祭)또는 산천제(山川祭)라 하여 삼국시대부터 문헌에 나온다. 제사에도 효험이 없으면 지방 수령이나 감사가 사임했고 한말 헌종 때는 영의정과 우의정이 하늘의 응징으로 감수,사임하기도 했다.

지우제 지나는 날 볕을 부르는 양방(陽方)의 남문은 열고 비를 부르는 음방(陰方)의 북문은 닫는다. 성 안의 모든 샘물은 뚜껑을 닫게 하여 음기(陰氣) 발산을 봉쇄하고 음(陰)인 부녀자의 집밖 나들이를 삼가케 하여 비의 원천인 음력(陰力)을 주술적으로 약화시켰다. 제사 지내는 사흘 동안 비오는 것을 유감(類感)시키는 행위ㅡ 물을 뿌린다든지 한데서 소변을 보거나 야밤의 방사(房事)도 삼가해야 했다. 몹시 가물면 부녀자들이 산상에 올라가 일제히 방뇨(放尿)를 시켜 비를 빌었던 것의 반대 효과를 노린 것이다. 제사지내는 제주는 양색(陽色)인 붉은 제복을 입어야 하고 제사마당에는 붉은 장기(長旗)를 나부끼게 해야 했다.

중국에서의 지우제는 반화관(搬火罐)이라 하여 깡통에 불을 벌겋게 피워 빗속에 던짐으로써 음기를 중화시키고 조봉퇴(弔棒槌)라 하여 남성의 성기모양을 한 방망이로 집집의 문짝을 치고다니며 비 멎기를 빌었으며 소청낭(掃晴娘)이라 하여 노란옷 입혀 빗자루 들린 인형을 문 왼쪽에 걸어둠으로써 비구름을 쓸게 했다. 잇단 비로 농사뿐 아니라 건설현장 그리고 냉방기기 청량음료 등 여름 특수에도 간절한 지우제가 아닐 수 없다.

(이규태·kyoutae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