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코너] 프리터族
[이규태코너] 프리터族
미국에 게이트키퍼라는 새 직종이 있다. 걸핏 들으면 수위나 경호원의 직명을 업그레이드한 것으
로 착각하기 쉽지만 부사장보다 급이 높은 자리다. 게이트키퍼가 하는 일은 항상 새로운 일을 창
출하거나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일인데, 구상이나 아이디어만으로는 통하지 않는 미국인지라
그 구상을 구체화시켜야 한다. 그래서 그 새 구상에 필요한 분야의 학술·기초·응용·생산·판매에
서부터, 심지어 그 물건 팔아먹을 지역에 인디언이 많으면 그 인디언의 문화·역사·의식주·의식구
조까지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을 모두어 팀을 구성, 연구하고 토론시켜 계획을 짜게 한다. 게이트
키퍼가 갖고 있는 전문직종은 12만종까지 세분화돼 있는데, 그 직종에 등록된 전문가 명단과 연
락처 그리고 그 전문가의 특성까지 기록돼 있다.
이렇게 한 개발팀이 구성되면 평균 3개월 만에 보고서를 완성, 이사회에 제출하고 팀은 해체되
게 마련이며, 이 해고당한 인력은 다른 부름을 위해 대기하고 자신의 전문분야 홍보에 시간을 보
낸다. 이 같은 수시 고용 근로자를 '프리터족(族)'이라 하는데 자유근로자란 뜻으로, '프리+
아르바이터'의 합성어다. 오클라호마에서 만난 한 농대 출신 프리터의 등록 전문분야는 다섯 가
지였다. 학생 시절의 전공분야였던 1)말(馬)의 심리학 2)각종 소음의 과실 결실에의 영향 3)코만
치족의 의식구조 4)코만치족의 풍속 5)코만치어 등이다. 코만치족에 관한 분야가 많은 것은 동기
동창인 코만치 여인과 결혼, 장인 장모와 코만치 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프리터로서 1
년에 세 번쯤 고용되어 3000달러쯤 번다고 말했다. 전공분야인지라 계속 연구하게 되고 매이지
않고 자유로운 데다 게이트키퍼 업무가 확장 일로에 있어 고학력 직업으로 선호되고 있으며, 예
전에는 돌아보지도 않았던 특수분야가 뜨고 있다고도 했다.
세계적으로 굴지의 고학력사회인 우리나라인지라 프리터의 인력은 남아도는데 게이트키퍼 시스템
이 도입돼 있지 않은 데다 인기학과 전공자만 양산하고 있어, 지식 백수족으로 추락하고 있다는
보도가 있었다. 자원은 풍요한데 제도가 없어 지적자원을 사장시키고 있다는 것이 된다. 큰 기업
체나 정부 지방자치단체에서 프리터 정착을 위해 직종 등록을 받아 요로에 배포하고 권장하는 제
도적 배려가 있었으면 한다.
(이규태·kyoutaelee@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