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돌아온 홍어
[이규태 코너] 돌아온 홍어
임금이나 정치가와 연관되어 역사에 기억되는
정치음식(政治飮食)이라는 게 있다. 강화도에서 어렵게 자랐던
철종(哲宗)이 궁에 들어와 받는 수라상 주식(酒食)이 입에 맞을리 없어
수라간에서는 임금님의 향수음식을 찾아 헤맨 끝에 이문안의 마부와
장꾼들이 찾는 탕국밥과 막걸리를 찾아냈다. 임금이 이 탕국밥과
막걸리만 찾아 먹자 백성이 임금 먹는 것을 같이할 수 없다는 법도로 그
잘되던 장사를 폐하고 대신 선혜청 선달이라는 벼슬을 얻고 있다. 반면에
이웃하고 있는 술국집은 안동김씨 세도의 핵심인 김병국 대감이
드나든다는 소문이 나 팔도에서 노부모 업고 이 술국집을 찾아들었기에
음식재벌이 되었다. 비로 정치 기류를 탄 정치음식의 명암이 아닐 수
없다.
2차대전 말 장개석 정부와 김구 선생의 임시정부가 피란가 있었던
중경(重慶)의 정치음식으로 훠궈쯔(火鍋子)와 둥징바오자(東京爆炸)라는
요리가 있었다. 뜨거운 기름에 온갖 잡초와 곤충을 끓여 제독시켜 허기를
메웠던 전시 식품이요 누룽지에 뜨거운 수프를 부어 폭파음을 냄으로써
적국 수도인 동경 폭격을 가상했던 눈물겨운 정치요리들이다. 장개석이
자주 들렀던 훠궈쯔 집이라느니 김구 선생이 자주 들렀던 둥징바오자
집이라느니 하여 유객을 하는 것을 보았다. 텍사스 출신의 존슨 대통령이
백악관에 들면서 백악관 식탁에 얼음을 올리라 하자 품위있는 프랑스
요리가 전통인 백악관인지라 주방장은 촌스럽다고 사표를 내고
물러갔었다. 그후 미국 상류사회에서 얼음을 먹지 않던 전통이 깨졌다
했으니 이 역시 정치음식이었다 할 수 있다. 존슨 대통령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양주 커티삭을 즐겨마셨던 것이 한국에 커티삭 붐을
일으켰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 해역에서 홍어가 잡히는 것은 목포 앞바다 흑산도 근해다. 김대중
대통령 취임 전후해서 잡히지 않기 시작하던 홍어가 임기가 끝나는 작금
다시 잡히기 시작한다는 현지 보도가 있었다. 1997년 이래 어선 한 척이
하루 한 마리 잡기도 어려웠다던데 지금은 척당 50~100마리씩 잡히는
호황이라 하니 홍어는 정치음식이었던가ㅡ. 김 대통령은 막걸리에 삭힌
홍어를 즐겼다던데 대통령이 즐기는 음식이기에 호기심까지 가세하여
수요가 딸렸음직하다. 홍어는 정치생선으로 오래 기억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