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 上士 中士 下士

bindol 2022. 11. 16. 17:15

[이규태 코너] 上士 中士 下士

조선일보
입력 2002.12.10 20:45
 
 
 
 


임오군란의 원인이 된 별기군(別技軍)훈련소는 세검정 밖에 있었다. 이
현대식 사관생도 양성소는 한성근(韓聖根)이 정령(正領) 곧 대령으로
우두머리이고, 윤웅열(尹雄烈)과 김노완(金魯莞)이 부령(副領) 곧
중령으로 부소장이었으며, 교관은 참령(參領) 곧 소령인
우범선(禹範善)이 맡았다. 한데 내로라하는 양반집 자제들인
사관생도들은 우범선 소령이 양반이 아니라 해서 교관을 부를 때 말을
놓아 '너'라고 불렀다. 이에 생도들을 모아놓고 "너희가 훈련을
마쳐도 참위(參尉·현재의 소위(少尉))에 불과할진대 월등한 상급자요,
그 더욱 교관으로서 '놈'이라 불리는 것은 쓸개 있는 사나이로 참을 수
없는 일이다"고 일장 연설을 하고 옷을 벗어 던지고 빠져 나왔다.
반상(班常)의 낡은 계급 사회에서 군대라는 새로운 계급 사회로 옮겨가는
한국사의 진통을 보는 것이다.

군에는 이처럼 동서고금 할 것 없이 엄하게 지켜지는 계급이 있는데
대체로 장성급 영관급 위관급 하사관급 병졸급이 각기 3계급씩 15등급인
것이 상식이었다. 신라시대에 병졸인 졸(卒)과 지휘관급인 장교를
연결하는 하사관의 호칭을, 머리와 신체를 잇는 목에 빗대어 항(項)으로
삼았음은 합리적이었다. 작년 봄 국방부에서는 이 군의 상하를 잇는
하사관의 호칭을 부사관(副士官)으로 개명했는데, 이유는 맡고 있는
업무의 중요성에 비해 종속 이미지의 아래 하(下)자가 호칭에 붙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여론을 반영한 개명이었다. 이렇게 해서 바뀐 부사관의
가름 호칭인 상사(上士)·중사(中士)·하사(下士)에도 상하 차별
이미지가 남아 있어 이를 바꾸기로 하고 대체 호칭을 물색 중이라는
보도가 있었다.

주나라 때 상·중·하사는 최고의 학덕을 갖춘 신분의 존칭들이요,
불교에서도 나를 위한 이보다 남을 더 위하는 이들의 존칭들이었으니
어원은 고상하다. 그래서인지 중화민국에서도 하사관을
상사·중사·하사로 부른다. 굳이 바꾼다면 갑오개혁의 군제 정비 때
장관급을 대장(大將)·부장(副將)·참장(參將), 영관급을
정령·부령·참령, 위관급을 정위(正尉)·부위(副尉)·참위, 그리고
하사관급을 정교(正校)·부교(副校)·참교(參校)로 개정했음을 미루어
전통을 받드는 차원에서라도 복원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