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개소리 번역기
[이규태 코너] 개소리 번역기
'찰리와의 여행'은 노벨상 수상 작가 스타인벡이 애견과 더불어 넉 달
동안 미국 38주 1만6000㎞를 여행한 기록으로 개와의 대화가 심금을 울려
주는 대목이 자주 나온다. 파리에서 태어난 늙은 푸들인 찰리는 프랑스
말 명령 아니고는 동작이 느릴 만큼 보수적이고, 길 걸을 때 자동차가
다가올 때와 자전거가 다가올 때의 짖는 소리가 다를 만큼 말이 통하는
사이였다. 프랑스의 여류작가 콜레트의'동물과의 대화'에서 블루독인
토비의 개소리는 사람소리처럼 음흉하지 않고 카프카의 '어느 개의
회상'은 개로 하여금 인간사회를 빈축하는 줄거리인데 공상적이긴 하나
개소리가 이토록 진지할 수 없다.
암캐와 사별한 수캐의 자살에 대한 동물학자 시튼의 관찰보고도 있고
국내외에서 웃는 개의 출현이 이따금 보도되기도 한다. 이처럼 개에게도
감정이 있고 말을 한다고 본 조상들은 개의 말을 여섯 가름해
알아들었다. 그 하나가 멍멍 짖는 소리다. 가축화하면서 터득한 문화
발성으로 경계할 때 기쁠 때 아부할 때도 짖는데, 소리의 고저와
몸짓으로 그 개소리를 식별했다. 둘째, 킁킁 흥흥 하는 콧소리다.
호소하는 소리로 배고플 때, 밖에 나가고 싶을 때, 권태로울 때 내는
개소리로 그 끝이 길수록 절박하다. 셋째가 끄으응 끄으응 하는 목구멍
소리로 풀밭에 딩굴며 내는 등 기분 좋을 때 하는 개소리고 위협할 때
응얼거리는 소리가 그 넷째로 코주름을 잡고 이를 드러내며 앞발을
억세게 디뎌밟는다. 깽깽 고성을 내는 것은 아프다는 개소리고 멀리
들리게끔 길게 울어대는 것은 멀리 있는 친구를 부르는 개소리다. 이
멀리 들리는 긴 개소리를 들으면 동네 개가 모두 호응한 것에서 잔존한
야성시대의 소리임을 알 수 있다.
돌연변이이긴 하지만 말하는 개의 출현보고도 있다. 독일의 철학자
라이프니츠가 프랑스에 망명해 있을 때 한 농가에서 말하는 개를 관찰,
학사원에 보고했었다. 30단어의 사람말을 하는데 커피나 초콜릿 등
발음을 듣고 말했다 한다. 바우링거라는 기구를 개 목에 걸어 놓으면
즐겁다 슬프다는 등 여섯 가지 개소리를 액정화면에 문자로 나타나게
하는 개소리 번역기가 곧 한국에서 시판될 것이라 한다. 타임지가 올해의
최고 발명품 가운데 하나로 선정한 일본제품이다. 거꾸로 난무하는
개소리 같은 사람소리를 멍멍 끙끙 하는 개소리로 번역하는 기계도
나왔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