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이규태 코너] 韓商 대회

bindol 2022. 11. 19. 15:18

[이규태 코너] 韓商 대회

조선일보
입력 2002.10.07 20:27
 
 
 
 


동남아에 가면 삼보태감(三 太監)을 모신 사당들을 흔히 볼 수 있으며
화교들의 구심점으로 그 제삿날에는 성대한 축제가 벌어진다고 들었다.
삼보태감은 바로 15세기 명나라 영락제(永樂帝)가 여섯 차례에 걸쳐
대함대를 보내어 동남아를 개척시킨 정화(鄭和)의 우상이다. 곧 화교를
동남아에 심어 부를 역수입하게 한 시조가 삼보태감이다. 그가 뿌린
씨앗이 동남아의 상권을 쥐고 흔들었고 개방 후의 낙후했던 본토 경제에
불을 지피는 쏘시개 구실을 했음은 알려진 사실이다. 그밖에 해외 진출로
눈부신 민족으로 유태인이 있다. 세계 경제의 핵심이 미국이요, 미국
경제의 핵심이 뉴욕 월가(街)며 월가 돈줄의 80%를 유태인들이 쥐고
있다는 것도 상식이다. 돈뿐만이 아니다. 건국 이래 역대 대통령은 어떤
희생이 따르더라도 이스라엘은 지킨다고 공약하는 것이 상식일 만큼
정치에의 영향력도 막대하다.

해외에 진출하려는 프런티어십이 남달리 강했던 신라시대 중국 산둥성
등주에 자리잡고 서해와 남해의 해적을 다스리는 한편, 통상을 한손에
쥐었던 장보고(張保皐)는 한국의 삼보태감이랄 수 있다. 일본의 고승
원인(圓仁)의 순례기에 보면 서남해에서 장보고의 허가 없이는 운신을
못했을 정도로 그 위세가 당당했던 것이다. 이 신라 프런티어십이
사대사상과 상업천시사상으로 위축돼 내리다가 이 사상에서 상대적으로
때가 덜 묻었던 중인 신분으로 사신 따라 외국에 나가 새문물에 접한
관북(關北)의 인물들에 의해 부활되었다. 주로 인삼과
초피(貂皮)·한지(韓紙) 등으로 북경 남경 등지에서 거상으로 행세했던
의주(義州)상인들이 근대 해외에서 활동한 한상(韓商)의 뿌리랄 수 있다.
임상옥(林尙沃)·홍득주(洪得周)를 비롯, '허생전'에 나오는
변승업(卞承業)이며 중국에서 거상이 된 한상 이야기는 비일비재하다.

여태까지 해외에서 돈 벌고 사는 동포 간에 모국이나 각국 간의
일체감을 잇는 연줄이 없다가 오늘 8일부터 사흘 동안 오대양 팔대주에서
800여명의 연어들이 모천(母川)에 회귀하는 한상대회를 열어 서로를
위해서 뭣을 할 수 있는가, 조국을 위해 뭣을 할 수 있는가를 의논하고
다진다. 이 연어 가운데에는 1억달러 이상의 재력가도 40여명이나
된다하니 장보고 이래의 한국 프런티어십 선포가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