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태 코너] 아프간 여자선수
[이규태 코너] 아프간 여자선수
국운이 기울고 있던 1909년 순종 황제와 황후를 위안코자 한성여학교
학생들이 창덕궁 비원 옥류천 너른 잔디밭에서 어람하에 운동회를
가졌었다. 달리기·뜀뛰기·공던지기·도수체조를 하고 황실문인
이화(李花)가 새겨진 벼루를 선물로 하사받았다. 문제는 그를 둔
보수인사들의 과격한 지탄이다. 다리에 수건을 감고 뛰었는데도 하체를
노출, 폐하를 현혹케 했다는 것이다. 당시 부녀자들은 걸을 때 손은
마음속으로만 흔들고 발은 발바닥 길이 이상 떼지 말며 고개를 돌릴 때도
몸과 더불어 돌리고 앉을 때도 오금과 발목을 번갈아 서서히 굽히라고
가르침받았던 인간 목석화(木石化)시대의 일인지라 여학생 체조는 대단한
충격이요, 그것이 어전이었음에랴.
이슬람 원리주의인 탈레반이 지배했던 연전까지의 아프가니스탄의 여자
스포츠 소외는 그보다 심했다. 코란 24장 31절에 「여신도들에게 가서
알려라. 눈매를 아래로 깔고 정조를 지키며 밖으로 나타나는 부위
이외에는 아름다움이 눈에 띄지 않도록 하여라. 얼굴을 가리는 베일을
가슴팍까지 덮도록 하고 남편이나 아버지 이외에는 그 아름다움을
보여서는 안 되니라」 했으며, 이 가르침을 지키기 위해 여성들을
스포츠에서 소외시켰던 것이다. 굳이 운동을 한다면 얼굴을 가리는
부르카를 둘러쓰고 다리는 노출 없이 바지를 입고 뛰어야 했으니 경쟁이
될 수가 없었다. 여자는 공공장소에서 옷을 벗어서는 안 된다 하여
공중목욕탕도 폐쇄했으며 여자의 운전은 물론 탑승도 금지하여 여자를
차에 태워준 운전사마저도 구속했다. 여성의 취업과 교육도 금지시켰고
연애가 들통나면 처형했기로 그 이전에 아버지가 그 딸을 죽여 명예를
지킨 사례도 속출했었다.
탈레반 정권하의 이 여인 지옥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렸던 이슬람권
여자체전에 아프가니스탄 여자선수 48명이 몰래 참석해서 각광을 받은
일이 있다. 개막식에는 각국 선수들이 검은 복장에 촛불을 들고 입장하고
개막식 도중에 스타디움의 불을 일제히 끔으로써 구박받는 아프가니스탄
여인들을 애도하기도 했다. 아시안게임에 그 역사의 역행을 이겨낸
아프가니스탄 여자선수 3명이 뛰고 있는 것을 보니 감회가 새삼스럽기만
하다.